로컬기법이 세계서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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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CEO(최고경영자)가 새 회장님이라고?”
2001년 8월, 세계 최대 곡물회사인 미국 카길(Cargill)에 인수된 사료업체 퓨리나(Purina) 코리아 직원들에게 놀랄 만한 소식이 전해졌다. 인수 ‘당하는’ 퓨리나 코리아의 김기용(金基鏞) 회장이 새 주인(카길 코리아)의 대표이사 회장을 맡게 됐다는 얘기였다. 냉혹한 인수합병(M&A)의 세계에서 ‘먹힌 자’가 ‘먹은 자’의 경영권을 쥐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카길의 파격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퓨리나 코리아의 한국인 직원들이 하나 둘씩 카길의 해외 계열사로 차출돼 나갔다. 중국의 경우 6년여 만에 7명의 현지 법인 사장과 13명의 고위 경영진들이 한국인으로 채워졌다. 회사는 인수당했지만, 오히려 한국 인재들의 활동 무대는 더욱 넓어졌다.
- 그 이유에 대해 토드 홀(Hall) 카길 사장은 본지 취재에서 “퓨리나 코리아의 열정적인 기업 문화와, 그 토양에서 길러진 한국 직원들의 경쟁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퓨리나 코리아는 사람을 중시하고, 고객을 가족처럼 여기는 한국식 ‘밀착형 경영’을 꽃피워 왔다. 이 같은 퓨리나 코리아의 한국식 경영을 배우기 위해 전 세계 카길 계열사에서 몰려오고 있다고 서운영 퓨리나 코리아 이사는 전했다.
지금까지는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은 글로벌 기업의 경영 방식을 모방하거나(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zation), 현지화(로컬라이제이션·localization)하는 것이 주된 전략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한국의 인재와 한국식 기업문화·마케팅을 앞세워 세계 무대에서 성공을 거두고, 이것을 ‘글로벌 스탠더드’로 확산시키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이른바 ‘코벌라이제이션(Ko-balization·키워드)’ 현상이다.
조동성 서울대 교수(경영학)는 “로컬 기업의 경영 기법이 글로벌 스탠더드로 확산되어 가는 것은 기존 경영학 교과서로는 설명할 수 없는 매우 독특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코벌라이제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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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장에서 우수성을 인정 받은 경영 방식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공을 거두면서 점차 글로벌스탠더드로 확산되어 가는 현상이나 과정을 뜻한다. ‘로컬(local) 기업의 성공 비결이 글로벌 시장으로 확산되는 현상’을 설명하는 조동성 서울대 교수의 ‘록벌라이제이션(Loc-balization)’ 이론을 한국 기업에 적용한 것이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7/10/15/200710150004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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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코벌라이제이션인가
21세기 한국경제 새로운 생존전략으로
- 1980년대까지 한국 기업들은 미국·일본 기업의 기술과 경영 메커니즘을 도입·적용해 경제 발전을 이룩하는 ‘모방 발전’ 전략을 채택해왔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 들어 섬유와 전자 산업을 중심으로 개발도상국 기업들과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한 단계 도약을 위한 기업 전략의 변화가 요구되기 시작했다.
- 1990년대에 들어오면서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본격화하고, 세계 시장을 둘러싼 선진국 기업들과의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이에 따라 세계화(글로벌라이제이션) 전략이 대세로 자리잡았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우리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국가 경제와 기업 경영 등 모든 경제 분야에 글로벌 스탠더드(세계 표준)를 도입하는 과정을 겪어야 했다.
2000년대 이후 우리 기업들은 기존의 글로벌라이제이션 전략에서 ‘코벌라이제이션’ 전략으로 한 발 더 나아갔다. 한국에서 갈고 닦은 경영 방식을 세계 시장에 수출, 새로운 글로벌스탠더드를 만들어 나가는 전략이다. 특히 우리 기업들이 선진국 못지않게 까다로워진 한국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체득한 노하우가 세계 시장의 주목을 받기에 이르렀다.
샌드위치 상황의 한국 경제에 코벌라이제이션은 새로운 생존전략이 될 수 있다. 지구가 평평해지는 글로벌 개방경제 시대에는 아무리 내수 기업이라도 글로벌 경쟁력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
이런 환경에서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고 살아남은 기업들은 전 세계 어디에서나 통할 수 있는 글로벌 경쟁력을 인정받게 된다. 이들에게 글로벌 개방경제는 한국에서 갈고 닦은 경쟁력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으로 진출, 더 큰 성공을 노릴 수 있는 기회가 더 넓어짐을 의미한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7/10/15/200710150005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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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선 주택가, 美선 대학가 주변 맞춤 공략
“KFC 실패한 중동·중남미에서도 성공할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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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빨리!” 제이손 비소쏘(Vizoso·29)씨가 한국말로 소리쳤다.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 외곽 신도시. 한국 제너시스가 직영하는 치킨 체인 BBQ 바구아다(Vaguada)점의 조리실 안은 전투가 벌어지는 듯 분주했다. 점장(店長) 비소쏘 씨는 ‘빨리빨리’를 연발하며 하루 닭 170여 마리를 요리해 내는 조리실 직원 2명을 독려했다. 페루 출신인 그는 2005년 스페인으로 건너와 2년 반 만에 점장까지 올랐는데, 그 비결이 바로 ‘한국 사람처럼’이다. 그는 “한국 방식(Korean way)에 적응하느라 처음에는 힘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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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법 파괴=이 식당은 스페인식 ‘문법(文法)’에서 한참 벗어났다. 우선 배달. 스페인은 한국보다 닭 소비(1인당 1년 34㎏)가 4배나 많지만 BBQ가 오기 전까지는 배달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
BBQ는 우선 ‘텔레 포죠(Tele Pollo·전화로 배달해 먹는 닭)’라는 상표를 등록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반경 2.5㎞까지 무조건 배달한다는 것을 기치로 걸었다. 닭이 눅눅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숨구멍이 달린 빨간색 닭 배달통도 한국에서 공수해 달았다. 이젠 배달 닭 매출이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할 만큼 한국식 배달 문화를 스페인에 심었다.
- ▲ BBQ 스페인 바구아다점 매장. 연중 무휴, 양념 치킨, 반경 2.5㎞ 내 배달 등 한국 특유의 영업 방식으로 스페인 입맛을 공략하고 있다. /김정훈 기자
- BBQ 바구아다는 낮 12시부터 밤 12시까지 문을 연다. 주말에도 쉬지 않는다. 이것 역시 한국식이다. 대부분 스페인 식당들은 오후 4~8시까지는 문을 닫고, 주말에도 쉰다.
스페인 식당은 대개 손님이 불러야 점원이 온다. 낙천적인 국민성을 반영하듯 식당 서비스도 느긋하다. 반면 BBQ는 한국식으로 식탁에 벨을 달았다. 처음에 스페인 고객들은 벨의 쓰임새를 몰라 신기해했다고 한다.
아직 스페인 고객들이 벨을 눌러 점원을 부르는 한국 방식에 익숙하지는 않다. 그래서 점원들은 항상 손님들에게 한국식으로 말하라고 교육받는다. “끼에레 알고 마스(Quiere algo mas·더 필요한 것 있으세요)?”
◆문화까지 판다=맛도 다르다. BBQ 진출 전 스페인의 닭요리 체인점은 KFC 같은 튀긴 닭과 스페인 전통 아사도(asado·전기구이 통닭)뿐이었다.
BBQ는 한국식 양념 치킨, 야채 치킨을 전면에 내걸었다. “세계에 한국의 음식뿐 아니라 문화까지 함께 팔아야 한다”는 것이 BBQ 윤홍근 회장의 지론이었기 때문이다. 현지화도 중요하지만, ‘현지 맞춤식 우리 문화’도 함께 팔아야 다른 글로벌 업체와 차별성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 물론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한국식 매운 맛도 해외에 수출해야 할 맛이라는 판단에 현지인 1000명을 상대로 ‘테스트 마케팅’을 했다. 그런데 조사 대상자의 80%가 한국식의 매운 맛에 익숙하지 않다는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다.
2005년 3월, BBQ 첫 스페인 직영점을 열어 테스트 마케팅 결과에 굴하지 않고 매운 맛을 시도하고, 경기 이천에 있는 ‘BBQ 치킨대학’ 연구소에서 매운 맛과 양념 맛을 조절한 치킨을 개발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현재 BBQ 바구아다의 주력 메뉴인 바르바꾸아(Barbacoa). 한국 식의 ‘달콤 짭짜름한’ 바비큐 양념 맛이다.
◆“KFC를 뛰어넘는다”=2005년 스페인의 외식(外食) 전문 잡지 ‘호텔레리아(Hoteleria)’는 BBQ 스페인 진출을 두고 “KFC에 도전하는 한국 프랜차이즈”라고 평가했다. 문재근 BBQ 스페인 사장은 “스페인 프랜차이즈 협회 사람들도 맛·배달시스템을 벤치마킹하러 온다”고 말했다.
목표는 KFC와 같은 다국적 프랜차이즈를 뛰어넘는 것이다. 그러나 방법은 다르다. BBQ는 2003년 이후 세계 34개국에 진출했다.
중국의 경우 시내 중심가보다는 주택가를 타깃으로 했다. 아파트 주변에 닭 요리 체인점이 밀집한 한국 식이다. 안전성을 믿게 하기 위해 주방과 홀 사이에 창을 설치해 조리 과정을 기다리던 손님들에게 보여 줬다. 한국에선 익숙하지만, 중국에서는 낯선 방식이다. 미국에서는 대학가 주변을 공략했다. 대학 주변에 먹거리가 마땅치 않다는 것에 착안한 것이다. 기숙사로도 배달하는 낯선 방식을 도입했다. 몽골의 경우, 조만간 오토바이 대신 ‘말’을 타고 배달하는 시스템을 선보이기로 했다.
윤홍근 BBQ 회장은 “우리의 라이벌인 KFC는 닭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중동·중남미에서 실패했지만, 우리는 한국식 맛과 마케팅으로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7/10/15/200710150005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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