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에서 외국계 회사 사장으로 일하고 있는 이모(43)씨는 매주 금요일 밤 싱가포르행 비행기를 탄다.
싱가포르의 고급 주택단지 오차드(Orchard) 인근에 살고 있는 가족과 함께 주말을 보낸 후, 일요일 밤 다시 비행기에 오른다. 6시간 만에 인천공항에 도착하면 월요일 오전 6시50분. 정확하게 출근시각에 맞춰 회사에 나온다. 중2, 초등 2학년생인 그의 자녀들은 현지 국제학교에 다니며 영어와 중국어를 함께 배우고 있다.
이씨는 2003년 150만 싱가포르달러(약 9억4000만원)를 투자해 싱가포르 영주권을 얻었다. 이후 자신은 서울 직장에 다니면서 주말엔 싱가포르에서 지내는 ‘주말 부부’ 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
- ▲ 싱가포르의 중심가이자 인근에 고급 주택단지가 있는 오차드 로드(Orchard Road). 최근 자녀교육과 세금혜택, 부동산투자 등을 위해 싱가포르 영주권을 취득하는 한국인들에게도 주거지역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싱가포르관광진흥청 제공
- ◆급증하는 싱가포르 투자
자녀교육과 세금 혜택, 은퇴 후 이민 등의 목적으로 싱가포르 영주권을 취득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 국민이 싱가포르의 주택(주거용)을 취득한 경우는 2005년엔 한 건도 없었으나 작년 8건, 올해 상반기에는 23건으로 급증했다. 개인의 싱가포르 투자금액 또한 작년 330만달러(약 20억원)에서 올 상반기 1430만 달러(약 89억원)로 대폭 늘었다. 교민 숫자도 현재 1만3000여명으로 3년 전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
싱가포르에서 영주권을 얻으려면 100만~150만 싱가포르달러(약 6억8000만~9억4000만원) 이상을 투자해 직접 창업을 하거나, 현지 벤처캐피털 또는 기업·재단 등에 투자하는 방법이 있다. 또 200만 달러(약 12억원) 이상을 투자해 영주권을 얻으면 투자금의 50%까지 주거용 주택을 사는 것이 허용된다.
현지 알선업체 ‘투자싱’ 김계관 대표는 “최근 싱가포르의 개발업자들이 한국에 가서 콘도 분양을 했는데, 그 말만 듣고 콘도를 산 사람들이 크게 손해를 봤다”며 “반드시 현지에 들러 정보를 꼼꼼히 파악한 후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왜 싱가포르 영주권?
싱가포르 영주권이 있으면 무엇보다 절세(節稅)를 많이 할 수 있다. 게다가 최근 싱가포르는 센토사와 마리나베이 지역 개발 계획으로 주택 가격이 올라 부동산 투자에 성공한 경우도 적지 않다. 또한 싱가포르는 우리나라와 가까워 양국을 오가며 생활하는 것이 가능하다.
- 특히 싱가포르 영주권이 있으면 현지에서 부동산을 사고팔 때 내는 양도소득세가 거의 없다. 이 때문에 현 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세가 강화되자 싱가포르 부동산에 투자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1인당 4000만원이 넘는 금융소득이 있으면 종합소득세(최대 40%)가 부과된다. 하지만 싱가포르 영주권을 얻으면 현지 금융상품에 투자해 얻은 이자, 배당금 등 금융소득에 대한 종합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한국 기업들이 세금 부담이 적고 투자규제가 낮은 나라를 찾아 떠나듯이, 개인들도 좀 더 세 부담이 낮고 교육환경이 좋은 곳으로 떠나는 셈이다. 영주권만 얻고 시민권을 취득하지 않으면 한국 국적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싱가포르 현지의 한 이주업체 관계자는 “한국인들의 싱가포르 영주권 취득은 이제 시작 단계”라면서 “교육, 의료, 세제 등에서 싱가포르의 장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영주권 취득자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세기유학원 이진 원장은 “세계 18위권인 싱가포르국립대학(NSU)을 비롯해 런던대, 웨일스대, 뉴욕주립대 등의 명문대 분교가 있고,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우열반 수업을 하는 등 엘리트교육이 잘돼 있다”며 “조기 유학생이 최근 2~3배 가까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의 영주권 정책도 한몫
다른 나라의 고소득층을 빨아들이는 싱가포르의 정책도 이런 추세에 한몫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현재 450만명의 인구를 2050년까지 650만명으로 늘리겠다는 ‘영주권 확대’ 정책을 펴고 있다. 2005년 영주권을 받은 김훈(38·STX팬오션 싱가포르 법인)씨는 “싱가포르 정부는 외국인이 싱가포르 경제에 조금이나마 기여하면 영주권을 준다”며 “영주권은 5년마다 갱신하는데, 직장 다니고 세금 잘 내면 영주권을 유지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현택수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글로벌 시대에 국적(國籍)을 따지지 않고 우수 인력과 자본을 서로 유치하려는 국가 간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고소득층이 더 좋은 교육환경을 찾아 한국을 떠나면 결국 중산층 이하 사람들의 세 부담이 커지고 나라경제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7/10/18/200710180004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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