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의달 홍콩 특파원
“중국이 내년에 사상 처음 세계경제 성장 기여도에서 미국을 제치고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나라가 된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誌)가 최근 내놓은 ‘2008 세계 전망(The World in 2008)’ 보고서에 나오는 내용이다. 눈길을 끄는 몇 개 부분을 추려 본다.
“미국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이후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돼, 경제 성장률이 올해(1.9%·세계은행 추정치)보다 낮은 1.2%로 떨어진다.”
“중국은 10.1%대의 경제 성장률을 달성, 미국의 빈 자리를 메우며 이로 인해 세계 경제는 크게 위축되지 않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내년도의 최고 하이라이트는 ‘뜨는 중국, 저무는 미국’으로 압축된다. 가령 중국은 내년에 독일을 밀어내고 세계 최대 수출국이 되고, 현재 세계 3위인 수입 규모도 미국에 이어 2위로 도약할 것으로 전망됐다. 또 중국은 내년 8월 열리는 베이징(北京) 올림픽에서 대다수 종목의 금메달을 휩쓸어 종합1위를 차지하며, 광대역망 인터넷 접속자 수에서도 최초로 미국을 추월, 전자 상거래 분야의 주도국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한마디로 2008년은 세계 정치·경제 무대에서 ‘탈미입중(脫美入中)’, 즉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미국 주도 세계 질서)가 팍스 시니카(Pax Sinica·중국 중심 질서)로 재편되는 원년(元年)이 될 것이라는 얘기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인정하는 진짜 중국의 ‘실력’은 어떨까? 최소한 이런 장밋빛 전망과는 거리가 먼 것 같다. 상무부 정책연구실이 16일 발표한 ‘세계경제 경기 침체 위험 가능성’이라는 보고서는 “내년에 중국 경제가 직면할 최대 도전은 미국발(發) 모기지 위기와 이로 인한 신용경색”이라고 규정했다.
중국인민은행의 리강(易綱) 행장보도 15일 “미국 달러화는 우리가 사용하는 최대 외환이자, 외환 운용의 중심”이라며 “외환 보유고의 주축을 유로화 등으로 바꿀 계획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하나같이 중국이 미국이란 거대한 외풍(外風)의 영향권 아래 있음을 실토한 것으로, 일각에서 제기되는 중국 경제의 ‘미국 디커플링(de coupling·탈동조화)’론을 당국자들이 앞장서 부인한 셈이다. 스티븐 로치(Roach) 모건스탠리 아시아담당 회장 같은 전문가들은 “미국의 경제 성장률이 1%포인트 감소할 때마다 중국의 수출액은 6% 정도 줄어든다”며 ‘미국이 감기 들면 중국이 재채기하는 게 엄연한 현실’이라고 주장한다.
사실 두 나라의 국력 격차는 아직도 상당하다. 세계 인구의 4% 남짓한 미국은 세계 총생산(GDP)의 27%, 군사비의 50%, 1975년 이후 노벨상 수상자의 80%를 싹쓸이한다. 중국의 GDP는 미국의 27% 수준이고, 1인당 GDP는 미국이 16배가 넘는다.
중국이 친중(親中)단체와 로펌 등을 총동원해 대미(對美) 로비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중앙과 지방의 엘리트 공무원들을 대거 미국으로 보내 ‘미국 넘어서기’를 본격 시도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무서운 성장세는 21세기의 글로벌 세력 판도를 ‘미·중 양강(兩强) 시대’로 굳혀 가고 있다. ‘팍스 아메리카’냐, ‘팍스 시니카’냐는 선택이 아닌 세계사적 숙명과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미·중의 틈바구니 속에서 정부와 기업, 개인 모두 능동적인 균세(均勢)와 생존 전략을 가다듬어야 할 시점이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7/11/19/200711190123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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