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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바일 리뷰 사이트 ‘세티즌’과 화장품 정보공유 카페 ‘닥터윤주’(왼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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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휴대폰을 구입한 오철록(24)씨는 두 회사 제품을 놓고 고민하던 중 무심코 인터넷에서 구입하려는 휴대폰 모델명을 검색했다. 그러자 휴대폰의 가격비교부터 기능에 대한 평가, 디자인에 대한 의견 등 수많은 검색 결과가 쏟아져 나왔다. 여러 의견을 검토해 휴대폰을 구입한 오씨는 “자신에게 딱 맞는 휴대폰을 구입했다”며 만족해 했다. 그는 “먼저 사용해본 사람들의 의견이 휴대폰을 구입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한국이 글로벌 테스트마켓으로 주목받고 있는 데는 한국 소비자가 수준 높고 까다로운 것도 한몫하고 있다. 여기에 자신이 사용한 제품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고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 사이트나 인터넷 카페가 크게 기여한 것은 물론이다. 휴대폰과 화장품의 대표적 소비자 커뮤니티 두 곳을 살펴봤다.
휴대폰 카페 ‘세티즌’은 회원 110만명
제조사와 연결, 출시 전에 모니터링
오씨와 같이 휴대폰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에게 현재 가장 인기있는 사이트는 휴대폰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는 세티즌(www. cetizen.com)이다. 세티즌에서는 현재 110만명의 회원이 활동 중이며 회원들은 자신이 사용한 기기에 대한 사용기를 올려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 한편, 세티즌에 마련된 Q&A코너, 휴대폰 중고 장터, 모바일게임, 가격비교, 랭킹 서비스 등 휴대폰에 관련된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세티즌의 도은주 마케팅팀장은 “세티즌은 휴대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서로 정보를 나누기 위해 2000년 휴대폰에 특화된 작은 커뮤니티로 시작했다”면서 “휴대폰을 비롯한 모바일 및 관련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현재의 규모로 점차 커지게 됐다”고 밝혔다.
10월 16일 세티즌에서 베스트리뷰에 오른 글을 보면 “사이즈 최대인 2304×1728로 찍으면 찰칵 소리가 나고 찍은 화면이 나와야 될 시간인데도 한 4초 정도 있어야 찍은 화면이 나온다. 그것보다 한 단계 아래로 찍으면 다른 것과 같은 속도로 찍힌다”와 같이 세밀한 부분까지 묘사가 돼 있다. 도 팀장은 “이와 같이 세티즌은 미리 제품을 써보고 철저하고 다양한 분석과정을 거쳐 객관적 정보를 전달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과 주목을 받는 거 같다”며 “사이트 내 사용자들이 사용경험에 의한 평가와 별점을 매길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어 수많은 얼리어답터들의 정보 공유가 가능하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세티즌은 통신서비스나 휴대폰 신제품 등 모바일 기기에 대하여 유무선 통신사업자 및 제조사와 함께 체험단 이벤트를 기획해 사용자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모션을 상시 진행하고 있다.
특히 세티즌 휴대폰 체험단의 경우, 출시 전 남보다 먼저 신기능을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용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응모를 거쳐 선정된 체험단은 매주 ‘체험단 미션수행’등의 코너에 사용 소감을 작성해야 하는 임무가 주어진다. 도 팀장은 “이와 같이 사용자들에 의해 사용자들을 위한 사용자 리뷰가 게재되고 이를 공유하면서 다양한 의견들이 개진되고 서로 댓글을 달면서 유저(사용자)의 만족도를 측정한다”며 “실제 사용자에 의한 생생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이 세티즌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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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닥터윤주’엔 화장품 매니아 5만명
상품 정보 공유하며 구매흐름 주도
다음카페에서 5만여명의 회원을 갖고 있는 ‘닥터윤주(cafe.daum.net/cosmetic1)’는 화장품을 사려고 마음먹은 여성이면 누구나가 한번쯤 들러봤을 만한 인터넷 카페이다. 2001년 처음 닥터윤주를 개설해 6년 남짓 운영해온 닥터윤주의 운영자 강윤주씨는 얼마 전 ‘화장품에 홀릭하다’(웅진리빙하우스)라는 화장품 소개서를 낼 정도로 화장품에 정통한 국내 화장품 칼럼니스트 1호다. 강씨는 “광고매체를 통해 얻어지는 과장된 화장품 정보가 아닌 소비자들이 직접 써보고 느끼는 진솔한 정보를 공유하고 싶었다”며 닥터윤주를 운영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강씨는 “카페에 올라오는 회원들의 의견은 거의 준전문가 수준”이라며 “서로의 화장품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모인 곳이라 스스로 즐기면서 화장품 리뷰를 올리는 분위기”라고 했다. 강씨는 닥터윤주가 이와 같이 큰 반응을 일으킨 것에 대해 “화장품 매니아로서 다른 화장품 매니아에게 인정받는 것만큼 기분 좋은 일도 없다”면서 “회원들 간의 이런 ‘기분 좋은 경쟁’이 카페를 더욱 알차게 만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회원이 올린 리뷰를 보자. “촉촉하고 향기로워서 쓰기에도 좋고, 스며든 뒤에도 매끈해진 피부에 100점 만점. 기회가 된다면 다시 꼭 쓰고 싶은 제품이에요. 종일 건조하고 푸석해진 피부에 수분감을 안겨주고, 끈적이거나 무겁지 않아서 수면 중에도 답답하지 않게 자~~알 스며드는 것 같아요.” 직접 사용하면서 느낀 화장품의 다양한 장단점뿐만 아니라 실제 사용 모습을 담은 사진까지 올려놔 전문가의 리뷰에 못지않다. 강씨는 “화장품 매니아로서 애정과 진솔함이 있기 때문에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몇 시간씩 공을 들여가며 사진을 찍고, 글을 정리해 리뷰를 올린다”고 했다.
화장품 준전문가들로 이뤄진 닥터윤주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비단 소비자뿐만이 아니다. 강씨는 “새로운 제품이 나왔을 때, 닥터윤주 카페에서 신제품에 대한 품평을 받아보려고 하는 기업이 많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국내 마케팅 및 홍보에 대한 방향을 정립할 수 있고, 닥터윤주 회원들에게는 신제품을 남보다 먼저 써볼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에 제품력이 뛰어난 화장품에 한해 품평회를 갖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강씨는 기업들과 연계된 활동보다 “닥터윤주의 화장품 리뷰를 데이터베이스화해서 누구나 쉽게 원하는 제품의 리뷰를 찾아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라고 했다. 강씨는 “현재 포털사이트에 소속된 커뮤니티로는 활동의 한계가 있어 오는 12월이나 내년 1월 사이 화장품 리뷰 사이트를 만들어 오픈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며 “디지털 제품의 후기를 모델별로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과 같은 화장품 사이트를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세티즌과 닥터윤주와 같이 적극적인 소비자가 늘어나는 현상에 대해 복득규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한국 소비자들은 휴대폰의 경우 6개월 정도로 제품교체주기가 짧고 새로운 제품을 소유함으로써 남들보다 우월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신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다”며 “이같은 한국 소비자의 성향이 한국의 발달된 인터넷 인프라와 맞물려 제품을 평가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집단이 형성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분석했다. ▒
/ 한승욱 인턴기자·연세대 사회학과 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