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國際.經濟 關係

창어 1호 그리고 베이징 올림픽

鶴山 徐 仁 2007. 11. 20.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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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어 1호 그리고 베이징 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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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4일 중국의 첫 달 탐사선 창어(嫦娥)1호 발사로 중국인들의 자부심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중국은 덩샤오핑의 과감한 개방정책과 시장경제 도입 이후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으며 정치·경제·군사 면에서 강대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가히 욱일승천(旭日昇天)의 기세다. 미국을 추월하는 세계 최강대국으로 곧 도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도 해양세력보다 대륙세력인 중국을 더 중시해야 한다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20세기 말 “21세기는 ‘중국의 세기’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난무할 때, 저명 경제학자인 레스터 서로(Thurow) MIT 교수는 중국이 초강대국이 되려면 적어도 1세기가 더 걸릴 것이며, 오히려 유럽이 21세기를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을 했다. 반짝 발전은 쉽지만 진정한 글로벌 리더가 되는 것은 장기적인 게임이라는 게 그 이유였다.

    중국은 의심할 바 없는 강대국이며 한국과는 대단히 밀접한 관계를 맺는 국가로서 영속할 것이다. 언젠가는 1등 국가가 될 잠재력도 충분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중국이 조만간 세계 공동체나 아시아 공동체의 진정한 리더가 될지는 명확치 않다. 몇 달 전 한국을 방문한 미국-동아시아 관계사의 권위인 아키라 이리에(Iriye) 하버드대 명예교수는 강연에서 “동아시아 각국은 서로 공유하는 가치와 전망을 찾아내 지역공동체로 나아가야” 하며, 장기적으로 공유해야 할 가치는 인권과 시민사회, 그리고 환경 등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러한 기준을 놓고 봤을 때 중국은 당분간은 세계의 리더는 물론이고 동아시아의 리더가 되기에도 힘겨워 보인다. 하부구조인 경제체제는 한국보다 더 자본주의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정치체제는 여전히 공산당 일당체제이며, 국가 이데올로기도 비록 대단히 변형된 형태이긴 해도 아직 공산주의인 상부구조를 갖는 기형적 이중구조가 존재한다. 발전하는 시장경제와 나날이 자유로워지는 사회체제에서 인간의 욕망은 다양한 형태로 표출될 수밖에 없다. 개명되긴 했지만 경직된 상부구조가 과연 이런 욕구를 효율적으로 충족시키거나 통제할 수 있을지가 매우 불투명하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지속적인 경제발전 역시 불가능하다.

    이러한 갈등의 전초전은 1989년의 천안문(天安門)사태였다. 그때는 정부가 교육받은 극소수 대학생들을 쉽게 진압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경제발전이 가속화되면서 정부섹터와는 별개인 사회섹터가 성장하기 시작했다. 1992년 생겨나 현재 3000만 명이 넘는 회원을 가진 기공수련단체 파룬궁(法輪功)을 중국 정부가 무자비하게 탄압하는 등 과민 반응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집단이 자생적으로 생겨났고 정부의 통제 바깥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파룬궁은 단지 한 예에 불과하다. 소수민족 관련 인권문제를 포함한 여러 분야에서 중국은 시민사회의 초입에도 못 들어간 단계라 평가된다. 환경오염도 올림픽 진행에 걸림돌이 될 정도로 심각하다.

    또한, 축구경기에서 자국 팀이 졌다고 한국 응원단을 집단 구타한다든가, 탈북자를 연행하면서 한국 외교관을 폭행한다든가, 합법적인 계약을 통해 지은 한국인 소유 호텔을 경찰력을 동원해 강제 철거하고 인권 유린을 하는 등의 일들이 그동안 계속해서 벌어졌다. 비록 한국이 외교적 힘이 없어서 이런 사태에 대해 속수무책이지만, 사람들 마음속엔 이런 후진성에 대한 분노가 일어나게 돼 있다.

    중국은 내년 베이징 올림픽을, 전 세계에 ‘중화(中華)시대’ 출범을 선포하고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 무대로 삼으려 한다. 그러나 진정한 리더나 초강대국이 되려면 물리적 힘만이 아니라 남의 존경을 불러일으키는 내면적 역량도 요구된다. ‘하나의 세계, 하나의 꿈(One World, one Dream)’. 베이징 올림픽의 슬로건이다. 이젠 말만 아니라 이런 멋진 슬로건에 걸맞은 노력이 필요하다. 지구촌 주민들은 중국이 성숙한 시민사회와 공통된 가치라는 ‘꿈’을 지향하면서 ‘세계’ 공동체의 당당한 리더로 멋있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한다.

     

    강규형 명지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