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다비 “세계의 지식·문명 허브로”
여의도 3배 ‘문화 복합단지’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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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산유국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수도인 아부다비 시내에 위치한 ‘파리 소르본-아부다비.’ 소르본대학(파리 제4대학)이 아부다비 정부와의 오랜 협상 끝에 작년 10월 최초로 외국에 세운 캠퍼스다. 이 대학이 임시로 들어선 2층짜리 건물에선 4일 검은 히잡(hijab·스카프)을 두른 무슬림 여학생과 금발의 머리를 드러낸 유럽 여학생, 아프리카의 흑인 학생들이 함께 ‘종교와 경제 발전’이란 주제를 놓고 토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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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학에선 44개국 출신 226명의 학생이 전원 소르본대에서 온 교수들의 수업을 받는다. 시리아에서 온 힌드 바시르(Bachir·여·19·지리학과)는 “서양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그들도 나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며 “이곳은 문명(civilization)과 문명을 잇는 다리”라고 말했다.
7개 토후(emirate)로 구성된 UAE의 ‘맏형’인 아부다비가 오일 머니를 무기로 ‘중동 최대의 문화 허브(hub)’로 급성장하고 있다. 이미 중동 금융·교통의 허브로 자리잡은 UAE 내 두바이와의 ‘차별화’ 전략이기도 하다. 아부다비 문화유산재단의 주마 압둘라 알쿠바이시 이사는 “두바이가 ‘비즈니스 중심’이라면 아부다비는 전 세계 지식과 문명이 모이는 ‘문화 수도’가 될 것”이라며 “문화야말로 최고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투자”라고 말했다.
아부다비는 이를 위해 여의도의 3배 가량(27㎢) 되는 무인도 ‘사디야트 섬(행복의 섬)’에 270억달러(약 24조5000억원)를 들여 문화 클러스터(cluster· 집적 단지)를 짓고 있다. 프랭크 게리(Gehry)·장 누벨(Nouvel)·자하 하디드(Hadid) 등 세계 최고의 건축가들이 디자인한 구겐하임미술관(미국)과 루브르박물관(프랑스) 같은 서구의 ‘일류 문화 브랜드’가 2018년까지 모두 개관한다.
- ▲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수도 아부다비의 사디야트 섬에2018년까지 들어서는‘공연예술센터’조감도. 세계적인 건축가인 자하 하디드가 디자인했고, 콘서트홀·오페라 하우스·드라마 극장 등 5개 공간으로 구성된다. /아부다비=남승우 기자 futurist@chosun.com
- 아부다비는 루브르를 유치하는 데만 12억6000만달러(약 1조1430억원) 이상을 프랑스 정부에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4일 둘러 본 섬 전체는 모래바람 속에서 기초 공사가 한창이었다. 루브르 분원(分院)을 짓고 있는 바시르 바셈 팀라즈(Timraz·55·엔지니어)는 “전 세계 문화예술인이 매년 한 번 이상 찾아 올 수밖에 없는 곳을 만들겠다는 것이 우리 목표”라고 말했다.
아부다비의 또 다른 역점 사업은 교육. 시 외곽의 ‘칼리파 시티’에선 소르본대와 예일대 등 세계 최고 명문대를 한데 모은 대학 도시가 건설되고 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7/11/05/200711050009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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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 루브르 박물관, 예일대 캠퍼스…
[세계는 新 문화개발주의 시대] [1] 중동의 문화허브 꿈꾸는 아부다비(UAE)… 문화·지식 도시로
270억 달러 투자… 세계적 건축가들이 도시 설계
워너브러더스 테마파크·호텔·미디어센터도 유치
아부다비 정부는 아랍에미리트 연합(UAE)내 경쟁국으로 이미 금융·교통·관광 등에서 몇발 앞서간 두바이와 경쟁하면서도 보완이 될 ‘강력한’ 테마를 찾았다. 그리고 2004년 가을 ‘아부다비 관광국’을 출범시킨 뒤 ‘문화’와 ‘교육’을 핵(核)으로 한 문화개발 사업에 돌입했다. 여기엔, UAE의 국부(國父)인 고(故) 셰이크 자예드(Zayed) 초대 대통령의 “국가의 진정한 부(富)는 물질이 아니라 그 국민이라는 굳은 확신으로, 우리는 교육에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는 말도 한 몫을 했다.
◆거액 들여 서양의 최고 문화 브랜드 유치=아부다비 정부는 2005년 뉴욕의 ‘솔로몬 R 구겐하임 재단’과 사디야트 섬 문화지구의 계획수립과 관련한 컨설팅 계약을 맺었다. 구겐하임 재단은 프랭크 게리(Gehry)를 비롯해 자하 하디드(Hadid), 안도 다다오(安藤忠雄) 등의 세계적인 스타 건축가들을 기용했다. 셰이크 모하메드(Mohammed) 아부다비 왕세자는 파리를 방문해, ‘콧대’ 높은 루브르 박물관의 분관(分館) 유치 협상을 벌였다. ▲30년간의 ‘루브르’ 이름 사용에 5억2000만 달러(약 4700억 원) ▲작품 대여 및 박물관 운영 컨설팅 비용으로 7억4700만 달러 ▲파리 루브르 박물관의 시설 보수와 ‘퐁텐블로 성’(나폴레옹 1세가 살았던 성) 복원 비용 지급 등을 협상 조건으로 제시했다.루브르 박물관과 프랑스 지식인들은 “우리의 문화유산은 판매 대상이 아니다”며 맹렬히 저항했다. 그러나 프랑스 정부는 1년 반의 고심 끝에, 지난 3월 루브르 역사상 최초의 해외 분관을 아부다비에 짓기로 결정했다.
◆초일류 건축가들 한 자리에=지난 1월31일 발표된 사디야트 섬 문화지구 계획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세계적 스타 건축가 4명의 작품을 한 곳에 모아 놓았다. ‘도시의 메시아(구세주)’로 떠오른 프랭크 게리(Gehry)는 원통형 유리로 된 거대한 출입문과 이슬람의 ‘바람탑(wind tower)’에서 착안한 고깔 기둥, 불규칙한 상자 모양의 건물로 구성된 초현실적 디자인의 ‘구겐하임 아부다비’를 선보였다. 또 ▲대형 모스크를 연상시키는 철제 돔으로 된 장 누벨(Nouvel)의 ‘루브르 아부다비’▲서울 동대문운동장 재건축 디자이너로도 선정된 이라크계 여성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공연예술센터 ▲일본 안도 다다오의 해양 박물관의 디자인도 소개됐다.
◆문명 융합 이룰 교육 기관 유치=아부다비의 분교 유치 제의에, 애초 소르본대는 UAE의 권위적인 왕정(王政)·여성 차별·이스라엘인 입국 금지 정책 등을 들어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소르본대 아부다비 캠퍼스의 앤 두에어(Douaire·여) 프랑스어 학장은 “소르본은 아랍권에 우리 문화를 알리는 기회도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아부다비는 180억 달러의 거액을 기부하며 예일대에도 접근했다. 현재 미술·건축·음악·드라마를 아우르는 예술 대학원을 유치하는 논의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예일대는 “아부다비에 세계적 수준의 문화 클러스터가 들어서면, 중동의 인재들을 모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란 입장이다.
‘문화 융합’을 꿈꾸는 아부다비의 실험은 현재까지 성공적이다. 소르본 아부다비 캠퍼스의 언어·경영학부장인 로널드 펄위츠(Perlwitz) 박사는 “1930년대 독일·이스라엘의 역사(독일의 유태인 박해 등)를 객관적으로 설명했다고 생각했는데, 중동 학생들은 ‘왜 그렇게 보냐’고 의문을 던진다”며, “그럴 때면 ‘아, 내게도 서구적인 편견이 있구나’ 새삼 깨닫는다”고 했다.
아부다비는 이제 ‘제2의 할리우드’까지 넘본다. 지난 9월 미국 영화사 ‘워너 브러더스’는 테마파크·호텔·영화관·영화제작소·방송국으로 구성된 2400여 만㎡ 규모의 미디어·엔터테인먼트 허브(hub)를 이곳에 조성하기로 결정했다.
◆신(新)문화개발주의(new cultural developmentalism): 자국의 전통 문명과 타 지역의 문명을 모두 아우르는 ‘문화’ 중심의 개발사업을 통해, 경제·지식·인적자원의 부흥을 꿈꾸는 신(新)조류. 이는 새뮤얼 헌팅턴, 로런스 해리슨 등 미 사회과학자들이 2001년 함께 쓴 책 ‘문화가 중요하다(Culture Matters)’에서 “우월한 서양의 가치로 뒤처진 다른 지역을 깨우쳐야 한다”고 했던 ‘문화개발주의’와 대치되는 개념이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7/11/05/200711050007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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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본교와 똑같아… 44개국에서 226명 유학”
●소르본大 아부다비 캠퍼스 비타르 부총장
“10년후 2000명까지 늘릴것 올 입학문의만 2만건 넘어”
“프랑스의 정체성(正體性)과 유산을 타 문화권에 잃는다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소르본 측은 프랑스 문화를 세계로 확장할 기회라고 판단해 제안을 수용했다. 대수학·의학·천문학 등이 아랍문명에서 서구로 전파된 점을 돌이켜 본다면, 이는 또다른 형태의 문화 교류 과정이다.”
―1년간 운영해 본 결과는.
“초기엔 ‘아부다비에 소르본대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올해 전세계에서 2만여 건의 입학 문의가 있었다. 파리 본교와 교육과정·학위가 동일하다. 세속과 종교를 분리하는 프랑스 정부의 원칙에 따라, UAE내 학술 기관 중에서 유일하게 별도의 ‘이슬람 기도실’도 없다. 10년 뒤에는 학생을 2000명까지 늘릴 것이다. 유럽의 이민 제한 정책이 강화되면서, 비(非)서구권 학생들에겐 최고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학과 구성과 학비 수준은.
“3년 정규 과정은 1년에 6만 덜함(약1480만 원)이다. 현재 지리, 역사, 철학, 경영·언어, 고고미술사, 불문학, 법·정치학으로 구성된 학부·석사 과정이 있다. 내년엔 경제학, 도시계획, 커뮤니케이션 등의 과정도 개설된다.”
―이슬람 문화와 타지역 문화가 만나면서 생기는 문제는 없었나.
“전혀 없었다. 우리 캠퍼스에선 어떤 내용을 가르치든, 교수의 재량이다. 기독교 학생이 십자가 목걸이를 걸고 다니는 것, 이슬람 학생이 정해진 시간에 기도하는 것 모두 허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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