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國際.經濟 關係

국제자금 한국 떠나기 시작했나

鶴山 徐 仁 2007. 11. 23. 17:25

주식·채권·원화가치 동반 하락 ‘트리플 약세’
‘엔 캐리 청산’ 놓고 전문가들 견해 갈려
美경제불안·中긴축우려 해소가 藥일듯

김홍수 기자 / 박수찬 기자

 

 

미국과 중국발(發) 금융 악재가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글로벌 신용 경색 조짐이 다시 나타나고 있고, 중국의 긴축 우려까지 겹쳐 글로벌 증시가 연일 곤두박질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국내 금융시장에선 주식·채권·원화 등 한국 원으로 표시되는 원화 자산 가격이 동반 하락하는 ‘트리플(triple) 약세’가 연일 계속돼 투자자들을 더욱 불안하게 하고 있다. 외국인들이 한국의 자산을 모두 팔고 떠나는 ‘셀 코리아(sell Korea)’ 징후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트리플 약세, 엔 자금 탈출 신호?

보통 주가가 폭락하면 안전 자산인 채권으로 돈이 몰리면서 채권 가격은 오르게 마련이다. (금리는 하락) 그런데 최근 국내 금융시장에선 이 같은 상식이 깨졌다. 주가가 내리면서 채권 가격도 함께 곤두박질치고 있는 것이다. (금리 상승)

이 같은 이상 현상의 원인에 대해 금융계 일각에선 ‘엔 캐리 트레이드(저금리의 엔화를 빌려 해외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것)’ 자금의 청산이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가시화되는 신호탄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있다.

즉 한국에 들어와 주식·채권을 사들였던 엔 캐리 투기자금이 글로벌 신용경색 사태에 놀라 투자자금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주가와 채권가격이 동반 폭락한다는 시나리오다. 주식과 채권을 매도한 뒤 원화를 달러로 환전하는 과정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도 함께 오르게 된다는 설명이다. (원화 약세-달러 강세)

우리투자증권 박종연 연구원은 “돈에 꼬리표가 없어 단정할 순 없지만, 주가와 채권가격이 동반 하락하고, 환율이 급등하는 현상을 모두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엔 캐리 자금의 청산뿐”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국내에 들어와 있는 엔 캐리 투자자금은 약 60억 달러(약 5조6000억원) 정도라고 한국은행이 추정했다. 전체 규모로는 크지 않으나 일시에 시장에 매물을 내놓을 경우 적지 않은 충격을 줄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한국은행 이흥모 금융시장국장은 “최근 외국인의 국내 채권 매도세는 향후 국내 금리가 더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고 베팅하는 성격이 강하며, 이를 엔 캐리 자금의 탈출로 보는 시각은 지나치다”고 반박했다.

이유야 무엇이든 글로벌 투자자들의 신흥시장 탈출이 지속될 경우 한국 금융시장, 나아가 한국 경제의 불안이 함께 커진다는 점은 분명하다.

최근 시중 금리 급등세 탓에 은행 대출 금리도 덩달아 뛰어 가계에 주름살이 불가피하다. 은행 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CD(양도성예금증서) 금리는 불과 열흘여 만에 0.13%포인트나 올랐다.

현재 국내 가계는 600조원에 달하는 금융부채를 안고 있어 금리가 1%만 올라도 연 6조원의 추가 이자부담을 감당해야 한다. 늘어나는 이자부담은 가계 소비를 줄여 내수를 위축시킬 수 있다. 내수가 위축되면 내년 5% 성장은 물 건너 갈 공산이 크다.

◆사태 해결은 미국·중국 손에 달려

신용상 금융연구원 거시경제실장은 “지난 8월 서브프라임 사태가 처음 불거졌을 땐 국내 증시가 1주일 만에 회복했지만, 이번에는 중국 긴축 우려와 엔 캐리 자금 이탈 등의 요소가 겹쳐서 불안이 더 오래갈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사태 해결의 1차적 관건은 오는 12월 미국이 추가로 금리 인하를 단행할지 여부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에선 미국의 추가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지만,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지난 8일 미 의회 연설에서 고유가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 미 달러 약세 현상 등을 들어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해 다소 유보적인 태도를 밝힌 바 있다.

또 미국이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선다 해도 저금리와 그에 따른 유동성 팽창에 의해 촉발된 글로벌 금융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또다시 유동성 팽창(금리 인하)에 기대는 방식은 ‘문제 해결’이 아니라 ‘시간 끌기’에 불과하다는 한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