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채권·원화가치 동반 하락 ‘트리플 약세’
‘엔 캐리 청산’ 놓고 전문가들 견해 갈려
美경제불안·中긴축우려 해소가 藥일듯
즉 한국에 들어와 주식·채권을 사들였던 엔 캐리 투기자금이 글로벌 신용경색 사태에 놀라 투자자금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주가와 채권가격이 동반 폭락한다는 시나리오다. 주식과 채권을 매도한 뒤 원화를 달러로 환전하는 과정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도 함께 오르게 된다는 설명이다. (원화 약세-달러 강세)
우리투자증권 박종연 연구원은 “돈에 꼬리표가 없어 단정할 순 없지만, 주가와 채권가격이 동반 하락하고, 환율이 급등하는 현상을 모두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엔 캐리 자금의 청산뿐”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국내에 들어와 있는 엔 캐리 투자자금은 약 60억 달러(약 5조6000억원) 정도라고 한국은행이 추정했다. 전체 규모로는 크지 않으나 일시에 시장에 매물을 내놓을 경우 적지 않은 충격을 줄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한국은행 이흥모 금융시장국장은 “최근 외국인의 국내 채권 매도세는 향후 국내 금리가 더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고 베팅하는 성격이 강하며, 이를 엔 캐리 자금의 탈출로 보는 시각은 지나치다”고 반박했다.
이유야 무엇이든 글로벌 투자자들의 신흥시장 탈출이 지속될 경우 한국 금융시장, 나아가 한국 경제의 불안이 함께 커진다는 점은 분명하다.
최근 시중 금리 급등세 탓에 은행 대출 금리도 덩달아 뛰어 가계에 주름살이 불가피하다. 은행 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CD(양도성예금증서) 금리는 불과 열흘여 만에 0.13%포인트나 올랐다.
현재 국내 가계는 600조원에 달하는 금융부채를 안고 있어 금리가 1%만 올라도 연 6조원의 추가 이자부담을 감당해야 한다. 늘어나는 이자부담은 가계 소비를 줄여 내수를 위축시킬 수 있다. 내수가 위축되면 내년 5% 성장은 물 건너 갈 공산이 크다.
◆사태 해결은 미국·중국 손에 달려
신용상 금융연구원 거시경제실장은 “지난 8월 서브프라임 사태가 처음 불거졌을 땐 국내 증시가 1주일 만에 회복했지만, 이번에는 중국 긴축 우려와 엔 캐리 자금 이탈 등의 요소가 겹쳐서 불안이 더 오래갈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사태 해결의 1차적 관건은 오는 12월 미국이 추가로 금리 인하를 단행할지 여부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에선 미국의 추가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지만,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지난 8일 미 의회 연설에서 고유가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 미 달러 약세 현상 등을 들어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해 다소 유보적인 태도를 밝힌 바 있다.
또 미국이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선다 해도 저금리와 그에 따른 유동성 팽창에 의해 촉발된 글로벌 금융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또다시 유동성 팽창(금리 인하)에 기대는 방식은 ‘문제 해결’이 아니라 ‘시간 끌기’에 불과하다는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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