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브랜드 화장품도 서울이 더 비싸
英 아웃렛, 한국에 없는 ‘명품 세일’ 흔해
은정진 인턴기자(성균관대 신문방송학 4학년) / 신수연 인턴기자(서울대 경제학부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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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세계적인 고(高)물가국이다. 특히 런던의 교통·외식비는 살인적이다. 런던 시내에서 지하철 한 구역을 타려면 4파운드(7478원·이하 10월 5일 환율 기준)를 내야 하고 시내버스 기본 요금은 2파운드(3739원)나 된다. 서울(각각 1000원)의 3~7배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중국 음식점에선 자장면 한 그릇에 5~5.9파운드(9347~1만1029원)를 받는다. 영국에 사는 한국인들은 “파운드를 한국 돈으로 계산하다 보면 굶어 죽는다”며 높은 물가를 체념하듯 받아들인다. 그러나 장바구니(생필품) 물가는 다르다. 런던의 할인마트에서 장을 보면 한국보다 값싸게 고기·채소 등 식재료를 구입할 수 있고, 명품 브랜드도 런던이 훨씬 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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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 값, 런던의 4배
런던에 사는 홍성녀(37)씨 가족은 할인매장 ‘테스코’에서 일주일에 한두 번 쇠고기를 사다 구워 먹는다. 가족 4명이 최상품 스테이크를 먹는 데 1만4916원(600g)이면 충분하다. 같은 양을 서울 이마트에서 사려면 5만6700원(1++등급 등심)이 든다.
돼지고기 삼겹살은 서울의 3분의 1 가격이다. 1만원으로 서울 ‘이마트’에선 최상급 515g밖에 못 사지만, 런던에서는 1620g이나 살 수 있다.
유기농 계란은 런던 테스코에서 개당 508원인데, 서울 이마트에서는 190원이 더 비싸다. 우유 역시 일반 우유가 테스코에서 ℓ당 1000원을 밑돌지만 이마트에서는 가장 싼 것도 1200원을 넘는다.
아이들 간식으로 켈로그 콘푸로스트도 한 상자 샀다. 서울에서는 600g 한 상자에 4350원이지만, 런던은 150g이 더 많은데도 값은 더 쌌다. 반면 양파·오이는 런던이 더 비쌌다.
런던과 서울에서 15개 품목을 쇼핑해 보니 런던 6만4883원, 서울 14만3280원으로 서울이 두 배 이상 비쌌다. 가격 차이가 큰 쇠고기·돼지고기를 제외해도 런던 4만6266원, 서울 7만4940원으로, 런던의 압승이었다.
- ◆휴고보스 남성 정장, 50만원 비싸
주부 정수옥(38·경기도 평촌)씨는 시어머니 생일 선물을 사기 위해 강남 신세계 백화점을 찾았다. 수입화장품 랑콤 아이크림이 15만원, 에스터로더의 아이크림은 7만5000원이었다.
똑같은 랑콤 제품이 런던 중심가의 최고급 백화점 ‘셀프리지’에서는 36% 싼 51.5파운드(9만6274원)에 판매되고 있다. 에스티로더 제품 역시 런던이 1만5000원 가량 더 싸다.
남성용 화장품도 마찬가지. 100㎖짜리 비오템 스킨이 한국에서는 4만3000인 반면, 런던에서는 양은 두 배(200㎖)면서 가격은 오히려 7000원이나 더 저렴했다.
한국 여성들이 좋아하는 루이뷔통 가방은 어떨까. 루이뷔통의 스피디 기본 제품이 런던에서 310파운드(58만원)인 반면, 서울은 67만원으로 9만원이 더 비쌌다.
프라다 흰색 가죽 핸드백(큰 것) 역시 서울은 160만원, 런던은 130만원으로 30만원 차이가 났다. 런던 시내 휴고보스 매장으로 자리를 옮겨 정장 슈트 가격을 알아봤다. 600파운드. 한국 돈으로 112만원이었다. 똑같은 제품이 서울에서는 168만원에 팔렸다.
아웃렛(상설할인매장)은 어떨까. 런던 북서쪽 ‘비스터 빌리지’의 폴로 매장에선 정가가 55파운드(10만2817원)인 남성 폴로 티셔츠가 19.99파운드(3만7369원)에 팔리고 있다. 한국의 여주 아웃렛에선 같은 옷에 6만9000원을 줘야 한다.
버버리 매장에서 클래식 체크 남방(남자)은 정가(120파운드)의 3분의 1 인 39.99파운드(7만4757원)에 나와 있다. 여주에서는 20만8000원으로 세 배나 비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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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소·돼지고기 값의 40%가 유통마진
●생필품 비싼 이유
英선 대형할인점들이 유통구조 단순화 주도한국의 생필품값이 비싼 가장 큰 원인은 유통 구조에 있다. 복잡한 유통 단계를 거치면서 유통마진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때문이다.
농수산물유통공사 조사에 따르면, 횡성 한우(수소 2등급·650㎏ 기준)의 경우 지난해 농가에서 평균 466만2500원에 판 소가 서울의 정육점·수퍼마켓에서 소비자에게 판매될 때에는 평균 779만2668원으로 뛰었다. 유통 마진이 40.2%(313만원)에 달했다.
2002년 같은 조사 때는 유통마진이 22.7%(120만원)였다. 산지 소값이 4년간 13.5% 오르는 동안, 유통마진은 2.6배나 뛴 셈이다.
쇠고기만 그럴까. 충남 홍성 돼지고기의 경우 축산농가에서 110㎏ 한 마리에 26만7332원에 팔린 것이 39.4%(17만3788원)의 유통마진이 붙어 서울 정육점에선 44만1120원에 팔린다. 닭고기 역시 유통마진이 소비자가격의 56.4%를 차지한다. 북제주군 농가에서 ㎏당 374원에 팔린 당근은 소비자 가격이 1500원으로 4배 이상 뛴다.
양복도 73만원짜리 국내 A브랜드 남성정장의 제조원가는 21만1700원(29%)인 반면, 백화점 수수료가 24만8200원(34%)을 차지한다. 옷값의 3분의 1을 백화점 등 유통업체가 가져간다는 뜻이다.
반면 영국은 대형 수퍼마켓들이 생산업체들에 가격을 내리도록 압력을 행사하고 유통 구조를 단순화하는 방식으로 치열한 가격경쟁을 벌이기 때문에 생필품 물가를 낮게 유지할 수 있다고 주한 영국대사관 매튜 다우닝(Downing) 경제담당관은 전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김균태 연구원은 “영국은 오픈(자유무역) 경제라서 동유럽 인접국가 등에서 농수산물·공산품을 저렴하게 대량으로 수입하는 것도 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영국은 유럽지역 안에서 무관세로 생필품을 수입하는 데다 그 외 국가와의 교역 때 평균 관세율(4.2%)도 한국(11.2%)의 절반 이하다.
런던 한인타운 뉴몰든의 정육점 ‘부처스(Butchers)’의 최원종 사장은 “도매상에 가면 잉글랜드·스코틀랜드는 물론 호주·브라질 등에서 건너온 수많은 쇠고기를 조달할 수 있다”며 “공급이 넘치니 고기값이 저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명품도 한국은 ‘노(No)세일’ 전략을 내세운 ‘사치마케팅’이 가격 거품을 만들고 있다. 양복 수입업체 B사장은 “판매가를 정할 때 원가·마케팅비용보다 경쟁 수입브랜드의 가격을 기준으로 설정한다”고 말했다. 한국 소비자들의 과시 욕구와도 무관하지 않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7/10/10/200710100010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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