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國際.經濟 關係

인도 특파원 1년의 결산

鶴山 徐 仁 2007. 10. 5.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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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도 특파원 1년의 결산

       

    인도가 뜬다지만 수도(首都) 뉴델리에 구멍가게가 아닌 쇼핑몰이 등장한 지가 겨우 6~7년 전쯤 일이다. 200여 개의 각종 브랜드가 입점한 4층짜리 안살(Ansal) 플라자 쇼핑몰이 인도 유통혁명의 진원지로 평가된다. 최근엔 뉴델리 인근 신흥도시인 구르가온에 첨단 쇼핑몰이 속속 등장하지만 뉴욕이나 상하이를 연상하면 크게 실망한다. 대부분 한국 중소도시 풍경 수준이다.

    인도의 시장성과 잠재력은 누구나 인정하지만 당장의 모습은 우리 눈높이로 보면 여전히 한참 멀었다. 자동차만 해도 대형차부터 발전한 중국과 달리 소형차에서 시작된 탓에 길거리를 달리다 보면 발전이 더디다는 느낌을 받는다. 일부에선 중국을 견제하느라 서방의 친(親) 인도 연구소와 언론이 인도를 과대 포장했다고 혹평을 한다.

    인도는 도대체 어떤 창문을 통해 봐야 하는 것인가. 이제 이 시점에서 우리도 제대로 된 인도향(向) 창문 몇 개쯤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런 창문 중 하나가 최근 세계적 컨설팅업체인 맥킨지의 내부 분석 보고서인 것 같다. 맥킨지는 중국과 차별되는 인도의 특성을 이렇게 분석했다. 중국은 강력한 중앙 정부가 있어 개방 초기 글로벌 기업들이 기술만 갖고 오면 시장을 준다고 했다(以市場換技術). 대부분 기업들은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개방 20년이 지나면서 지금 글로벌 기업들은 상당수 중국에서 쫓겨나다시피 한다. 주요 내수시장의 70%는 중국 기업들이 독차지했기 때문이다. 시원 통쾌하던 중앙정부의 추진력은 자국 기업 ‘밀어주기’에도 그대로 적용돼 순식간에 중국 기업들이 급부상한 것이다.

    그러나 인도는 다르다. 중앙 정부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데다 인구 11억 명의 최대 민주주의 국가다 보니, 외국 기업 유치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같은 이유로 일단 밑바닥부터 승부를 걸어 정착하면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존재한다. 인도 정부의 개입이 노골적으로 이뤄지기 힘든 구조인 만큼 실력으로 승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기업들의 ‘포스트(post) 2008’ 전략과도 맞아떨어지는 대목이다. 지난 10년 이상 글로벌 경제를 견인해 온 ‘중국 주도 시스템’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어느 정도 변화를 모색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인도를 보는 이 같은 글로벌 창문에다 우리만의 ‘인도 창문’을 하나 더 추가하면 어떨까.

    인도는 최근 연간 소득 4000달러 이상 인구가 4500만 명을 넘어섰다. 낮은 물가 때문에 같은 100원이라도 선진국보다 4.4배 많은 구매력을 가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간 소득 1만8000달러에 이르는 상류층이 대한민국(남한) 인구와 맞먹는다. 시장만 큰 게 아니라 이처럼 광대한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의 기득권이 대단하다. TV,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자동차 등 주요 제품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가전의 경우 LG전자, 삼성전자를 합치면 시장 점유율이 거의 50%에 육박한다. 초거대 시장에서 이런 수치는 전대미문이다. 중국에서 고전한다는 현대차도 인도에선 길거리 차량의 5대 중 1대(18%)를 차지한다. 앞으로 5년만 더 이렇게 간다면 한국 경제 전체에 엄청난 활로가 될 수 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지금 우리는 더 이상 인도와 맞느니, 맞지 않느니 궁합을 따질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일본과 미국, EU 기업들의 반격은 이미 곳곳에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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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인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