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말레이시아 집값 급등… 전매 가능하고 양도세도 안 내
반년만에 20% 차익 입소문 타고 모델하우스엔 한국인 발에 채어
싱가포르 집값은 강남 뺨칠 정도… 환차손·과장 광고 등 위험 많아
- 싱가포르의 신(新)도심 마리나베이. 싱가포르 정부 주도로 대규모 카지노(2009년 완공)와 최고급 호텔 등 종합 리조트 단지가 건설 중인 인기 지역이다. 그런데 이곳에 들어서는 고급 아파트 분양에 한국 투자자들이 대거 몰려들고 있다.
현지 부동산 분양업체 판매원 토니씨는 “싱가포르 유명 시행사에서 클리프트란 아파트를 작년 6월부터 분양했는데 전체 312가구(1개동) 중 55가구를 한국인이 사들였다”고 전했다. 그는 “싱가포르 아파트 분양은 일반적으로 장기간이 소요되는데 한국 투자자들 덕분에 상당히 짧은 시간에 마무리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 5월의 2차 분양 가격은 3.3㎡당 약 4500만원에 달해 작년 6월의 1차 분양 때보다 20% 급등했다. 전매가 가능하다는 점을 이용해 1년 만에 20% 시세 차익을 얻고 되판 한국인 투자자도 있다고 토니씨는 전했다. 대박을 터뜨렸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시내 중심가에 있는 이 아파트의 모델하우스는 한국인 투자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최근 동남아 부동산시장이 한국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과 달리 투자 규제가 까다롭지 않은 데다, 부동산 가격도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는 작년 11월 외국인 투자자의 부동산 소유 상한선을 철폐한 데 이어 지난 4월엔 양도세를 폐지했다. 싱가포르 역시 지난 2005년 양도세를 폐지했다. 싱가포르는 외국인에게도 집값의 70%까지 연 3%대 이자로 빌려준다. 특히 두 나라는 다른 동남아 국가와 달리 법인이 아닌 개인 자격으로도 투자가 가능한 것이 매력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상반기 개인의 해외 부동산 취득이 많았던 곳은 미국(45.1%), 캐나다(14.1%)에 이어 싱가포르(10.4%)와 말레이시아(6.2%)가 3, 4위를 각각 차지했다.
◆서울 뺨치는 분양가
아내와 두 아이를 2년 전 싱가포르로 유학 보낸 기러기 아빠 김모(40·회사원)씨는 지난 7월 싱가포르 토아파요(Toa Payoh) 지역에 방 3개에 100㎡ 짜리 아파트를 5억여원에 샀다. 서울 강남 아파트 수준을 뺨친다. 그는 “2년 전 월세가 80만원이었는데 지금은 200만원으로 치솟았다”며 “월세를 비싸게 내고 사느니 차라리 집을 사고 나중에 한국 들어올 때 다시 팔아서 시세 차익을 챙기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 ▲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시내에서 자동차로 20분 거리에 떨어져 있는 선웨이시티 전경. 여의도의 4배 크기에 최고급 주택과 호텔, 병원, 학교 등이 들어선다. 말레이시아는 외국인 은퇴 이민자를 유치하기 위해 정부 주도로 대규모 도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이경은 기자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도심에서 5㎞ 떨어진 센툴 지역도 한국인 투자자들의 열풍이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갔다. 2년 전부터 분양한 ‘메이플’ 아파트 총 318가구 중 40여채를 한국인이 사들인 것. 현지 분양업체 YTL그룹 관계자는 “은퇴 이민을 고려하는 투자자들이 많이 사들였다”면서 “공원이 보이는 전망 좋은 곳은 몽땅 팔렸고 남은 물량도 곧 소진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말레이시아는 연 7%대의 고속 경제성장과 외국인 투자 증가, 넘쳐나는 오일머니에 힘입어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쿠알라룸푸르 교외 지역의 아파트 매매가는 원화로 환산해 3.3㎡당 200만~500만원 수준이지만 시내 중심지는 1500만원까지 치솟는다. 서울 은평구 아파트 시세와 맞먹는다.
◆분양시기 따라 분양가 들쭉날쭉
신한은행 고준석 부동산팀장은 “싱가포르는 지난 2년간 집값이 연평균 25%씩 급등했다”면서 “한국 강남 지역을 뺨칠 정도로 집값이 비싸기 때문에 자녀 교육 목적이나 현지 주재원 등 실수요자 위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또 동남아 부동산은 분양 방식 등이 한국과 많이 다르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가장 큰 차이는 같은 아파트라도 분양 시기에 따라 분양가가 달라진다는 점. 특히 국내 시행사와 달리 자금력이 탄탄한 시행사가 많아 물량을 조금씩 내놓으면서 값을 올려 나간다. 마지막 분양 때의 분양가가 최초 분양 때보다 30~40% 상승하는 경우도 많다. 신한은행 조강엽 차장은 “때로는 분양보다 개인 전매 물량을 사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 한국과 달리 기본 골조만 갖춘 형태로 분양되기 때문에 인테리어 비용으로 3.3㎡당 150만~300만원의 추가 비용이 들어가며, 아파트 임대 이후에도 전기·수도세 등 실비를 제외한 관리비는 집주인이 내야 한다. 말레이시아 통화인 링깃은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환차손을 입을 수도 있다. 고준석 팀장은 “현지 답사가 어렵다는 이유로 과장 광고로 투자자를 유인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소개업체나 홍보업체 말만 믿고 무심코 투자하면 낭패보기 쉽다”고 말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7/09/17/200709170137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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