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중앙선데이 84

[선데이 칼럼] ‘가짜’ 방치하면 사회 썩는다

중앙SUNDAY 오피니언 [선데이 칼럼] ‘가짜’ 방치하면 사회 썩는다 중앙선데이 입력 2022.12.17 오늘날 세상은 새로운 중세로 되어 가는 듯하다. 진실이 권력의 박해 대상이 되고, 사실을 말하는 이들이 마녀사냥의 희생자로 전락하는 중이다. 『권력은 어떻게 현실을 조작하는가』(북하우스)에서 2021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마리아 레사는 말했다. “우리는 사실 없이 진실을 알 수 없고 진실 없이 신뢰할 수 없다. 이 세 가지가 없으면 공유하는 현실도 없고, 우리가 아는 민주주의와 모든 의미 있는 노력은 끝장나고 만다.” 주관적 믿음보다 객관적 사실을 중시하고 상호 비판과 교차 검증에 바탕을 둔 ‘지식의 헌법’을 창출한 일은 근대의 위대한 성취였다. 이로써 인류는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면 기꺼이 이를 받아..

Free Opinion 2022.12.18

[선데이 칼럼] 혹독한 겨울이 닥쳐오고 있습니다

[선데이 칼럼] 혹독한 겨울이 닥쳐오고 있습니다 중앙선데이 입력 2022.10.08 00:28 정여울 작가 우크라이나전쟁의 장기화와 달러환율 강세로 인해 전 세계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습니다. 장바구니 물가가 폭등한 스코틀랜드에서는 한 번 요리를 해서 나흘을 버티는 가족들이 있고, 독일과 프랑스에서는 겨울 전력공급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해 땔감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합니다. 라니냐 현상으로 인해 유럽에는 예년보다 일찍 추위가 찾아왔고, 우크라이나전쟁으로 인한 에너지난으로 어느 때보다도 혹독하고 두려운 겨울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무려 20만 명이 넘는 러시아 남성들이 동원령을 피해 해외로 탈출했고, 그 대열에 끼지 못한 채 생활고를 겪는 취약계층들은 ‘냉동생선 5㎏가량의 인센티브’를 받고 병사..

Free Opinion 2022.10.08

[사설] 기업 돈 가뭄, 실물경제 위기 확산 막아야

[사설] 기업 돈 가뭄, 실물경제 위기 확산 막아야 중앙선데이 입력 2022.10.01 00:30 회사채 금리 12년 만에 최고, 발행액은 급감 원가 급등에 채산성 악화…기업 자금난 조짐 정부 기존 대책으론 역부족, 비상수단 찾아야 기업들이 돈을 구하는 핵심 창구인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금리는 뛰어오르는데 큰손 투자자들도 등을 돌리면서 회사채를 통한 자금조달에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로 금융시장이 큰 충격을 받았던 2020년 상반기보다도 심각한 수준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우량 등급(AA-) 회사채 금리(3년 만기)는 최근 연 5%대로 올라섰다. 지난달 26일에는 연 5.5%를 넘어서기도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이 가시지 않았던 2010년 이후 1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비우량..

[선데이 칼럼] 데이터 자아의 시대

[선데이 칼럼] 데이터 자아의 시대 중앙선데이 입력 2022.09.24 00:28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사람들은 흔히 내가 나를 가장 잘 안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인간은 자신을 잘 모른다.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절절매는 이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삶이란 핵심을 집약하면 고작 몇 줄로도 넘치는 셈이다. 버나드 쇼는 한 문장뿐이었다. “우물쭈물 어슬렁대다가 이런 일이 벌어질 줄 알았다.” 인간의 삶은 무엇을 할지, 어떻게 살지 모르는 채 우물쭈물, 우왕좌왕, 갈팡질팡 살다 불현듯 죽음 앞에 서는 셈이다. 내가 존재하는 것은 확실하나, 누구인지 설명하려면 흐릿해진다. 안타까운 마음에 사람들은 자아의 선명도를 높이려고 발버둥 친다. 자기 측정, 즉 자신을 살피고 관조해서 정확히 파악하는 힘은 우리가 ‘좋은 ..

Free Opinion 2022.09.25

[선데이 칼럼] 화낼 준비된 사회

[선데이 칼럼] 화낼 준비된 사회 ​ 중앙선데이 입력 2022.09.03 00:30 ​ 김세정 SSW 프래그마틱 솔루션스 변호사 ​ ​얼마 전 쓴 영국의 차량용 주유 대란에 관한 칼럼에 누군가 “어디 사는 여자냐”라고 댓글을 단 걸 봤다. 나는 영국에 살고, 일하는 로펌은 폴란드에 있다. 매일 폴란드로 출근하는 것은 아니다. 며칠 전 폴란드에 다녀왔는데, 영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엄청나게 시끄러운 폴란드인 아기와 그 가족 근처에 앉게 되었다. 이 아기는 바르샤바공항에서도 소리를 지르며 기저귀를 찬 궁둥이를 실룩이며 기어 다니고 있었다. 제법 빨라서 아기 엄마가 뛰듯이 해야 그 아기를 따라잡을 수 있었다. 사랑스럽고 귀여운 것과는 별개로 아기를 돌보는 것은 꽤나 고된 일이다. 두 시간이 약간 넘는 ..

Free Opinion 2022.09.04

[선데이 칼럼] 행복경제학이 국민소득경제학 이긴다

[선데이 칼럼] 행복경제학이 국민소득경제학 이긴다 중앙선데이 입력 2022.08.06 00:20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석 달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대통령 지지율은 20%대에 불과하고, ‘만 5세 입학 추진’ 같은 어설픈 정책에 시민 저항은 자꾸 불어난다. 불황과 실업, 고금리와 인플레이션, 중국에 역전당한 무역수지 등으로 국민은 불안에 떠는데, ‘어어!’ 하는 사이에 나라 전체에 어둠이 드리운 느낌이다. 정부 비전에 사람들이 공감하지 않은 게 무엇보다 문제다. 자유나 경제를 부르짖지만, 국민 피부에 잘 와닿지 않는다. 경제가 안 중요해서가 아니다. 시민들이 돈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게 있기 때문이다. ‘행복’이다. 내가 더 행복한 나라가 아니면 사람들은 이제 만족하지 않는다. ..

Free Opinion 2022.08.07

[선데이 칼럼] 하지 말아야 할 말 넘쳐나는 한국사회

[선데이 칼럼] 하지 말아야 할 말 넘쳐나는 한국사회 중앙선데이 입력 2022.07.23 00:30 김세정 SSW 프래그마틱 솔루션스 변호사 서양사람들이 한국인에 대해 갖고 있는 인상 중의 하나가 예의가 바르다는 것이다. 고개를 숙이고 허리를 구부려 인사를 하고, 악수도 두 손으로 하기도 하고, 명함도 공손하게 주고받는다. 이름조차 함부로 부르지 않고 직책 등을 붙인다. 존댓말이란 것도 있다고 한다니 꽤 예의범절을 깍듯이 따지는 사람들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한국인에 대해 서양사람들이 뜻밖에 놀라는 일이 좀 있다. 그중 대표적인 예가 외모에 대해 직접 언급하는 경우다. 한국인은 손쉽게 타인의 외모에 대해 말을 하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체중이나 머리숱을 언급하기도 한다. 뭐 그리 친하지도 않은 사이에 말..

Free Opinion 2022.07.24

[선데이 칼럼] 튼튼한 ‘동맹’이 ‘민족’ 문제 푸는 열쇠

[선데이 칼럼] 튼튼한 ‘동맹’이 ‘민족’ 문제 푸는 열쇠 중앙선데이 입력 2022.05.21 00:30 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 전 외교통상부 장관 21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이 열린다. 윤 대통령 취임 11일 만의 정상회담이고 바이든 대통령은 일본에 앞서 한국을 방문한다. 미국이 얼마나 한국을 중시하는지 보여 주는 대목이다. 두 정상이 다루어야 할 중요한 이슈들이 산적해 있다. 먼저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 양 정상은 양국이 앞으로 닥쳐올 여러 상황에 대비해 구체적 대응 시나리오를 논의하는 협의 장치를 만들자는 데 합의했으면 한다. 지난 수년 동안 한·미 양국은 협력한다는 구두 약속은 많이 했지만 어떻게 협력할지 디테일에 약했다. 양국 간 정치적 신뢰가 약했기 때문이..

Free Opinion 2022.05.21

[에디터 프리즘]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

검수완박 [에디터 프리즘]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 중앙선데이 입력 2022.04.30 00:28 김창우 기자 김창우 사회·디지털 에디터 2020년 7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김태년 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자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민주당은 소위원회 심사, 찬반 토론, 공청회 한 번 없이 열흘 만에 법 개정을 밀어붙였다. 지지자들은 환호했고 주거비용 폭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적폐들의 몸부림’으로 무시됐다. 문재인 정부 5년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단 한 장면을 꼽으라면 빠질 수 없는 순간이다. 이후의 참사는 예상 대로다. KB국민은행의 주택가격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값은 2020년 7월 5억원에서 이번달에는..

Free Opinion 2022.05.01

[사설] 검수완박 여야 합의, 담합 아닌가

[사설] 검수완박 여야 합의, 담합 아닌가 중앙선데이 입력 2022.04.23 00:21 박병석 국회의장이 22일 오후 국회에서 여야 원내대표와 '검수완박' 법안 중재안 합의문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 박 의장,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국회사진기자단] 여야 “국회의장 중재안 수용, 4월 국회 처리” 검찰 보완수사 유지, 공직자·선거수사 배제 검찰수뇌부 총사퇴…법조계 “권력자만 좋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위장 탈당’까지 낳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여야 합의 속에서 이달 중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일방처리로 인한 극한 대치가 벌어지지 않은 건 다행이다. 하지만 ‘야합’이란 비판이 나올 만큼 합의 내용이 좋지 않다. 박병석 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