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은 고향
흐르는 세월 속에 겉이야 빛 바랜 모습으로 변한다 해도
마음만은 예전의 순수함을 잃어 버리지 않았으면 좋을 터인데
몸이 변해 가듯 마음마져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허물어져
해맑은 모습들은 세월따라 어느 새 소리 없이 사라져 버린 채
고향 산천의 옛 정취와 함께 영원히 어디론가 가버렸는지
정들었던 초가도 물장구 치며 뛰놀던 개천물도 메말라 버렸구나!
옹기종기 모여 살던 초가 마을들은 허물어져 찾을 길 없이
어쩐지 낯설은 모습의 집들만 덩 그렇게 이방인을 맞는 것 같다.
예전엔 시멘트 문명이 좋고 아스팔트 도로가 부러웠는 데
이제 와 생각해 보니 풀 냄새 흙 냄새 그윽하던 그 시절이 그립다.
새로운 삶의 변화 속에 얻은 것도 많지만 잃은 것도 많으니
철부지 옛 친구도 사라지고 흙돌담에 둘러 쌓인 초가도 사라져
향수에 정겨운 고향을 찾아 봐도 마치 이방인의 발 길인양
친구도 산천도 반기지 않으니 길손처럼 외롭고 쓸쓸할 뿐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