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성 대통령 탄생시킨
칠레
바첼렛은 이어 "우리의 임무는 더욱 번영하고 더욱 단결된 나라를 만드는 것"이라며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해 나가겠다는 결의도 다졌다고 일간지 라 테르세라가 16일 보도했다. 첫 여성 대통령의 탄생으로 세계의 눈길이 칠레에 집중되고 있다. 칠레는 '남미답지 않은 남미 국가'로 불린다. 정정 불안이나 외환 위기를 겪은 다른 나라들과 달리 경제와 정치체제가 모두 안정돼 있기 때문이다. 칠레는 1990년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정권의 민정 이양 이후 줄곧 중도 좌파 정권이 집권해 왔다. 바첼렛 당선자도 중도 좌파 연합(콘세르타시온)소속이다. 그러나 칠레의 좌파 정부들은 다른 중남미 국가들과 달리 현실적으로 신자유주의를 받아들이는 실용 노선을 취해 왔다.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나 볼리비아의 에보 모랄레스처럼 반미 감정도 드러내지 않는다.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12월 칠레 대선 1차 투표를 치른 뒤 "바첼렛 후보가 당선되든 아니든 새 대통령 당선자의 국정 운영 방침도 전통적인'성장 지향의 실용주의'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 "남미병, 우린 모른다"=칠레의 별명은 '남미의 스위스'다. 유럽처럼 풍광이 좋을 뿐아니라 범죄 등 사회 불안 요인이 적고 질서가 잘 지켜지는 등 유럽 국가의 장점을 갖추고 있다. 일인당 국민소득은 지난해 현재 6110달러로 개발도상국 수준이나, 경제정책과 민주주의는 모두 남미에서 가장 안정돼 있다. 바첼렛이 당선 확정후 "빈부 격차와 사회불평등을 없애는데 노력하겠다"고 밝힌 것처럼 빈부 격차 해소가 숙제이긴 하지만, 이 역시 다른 남미 국가들과 비교하면 심각하지 않다. 국가 신용등급도 A등급이다. 부정부패도 적다. 지난해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부패지수에서 칠레는 159개국 중 21위로 덜 부패한 나라로 나타났다. 한국은 40위였다. 한마디로 칠레는 '남미병'의 예외국가다. 칠레의 성공 비결은 경제 정책과 각종 개혁을 일관되게 밀어붙인 점이 꼽힌다. 그 기초는 역설적이게도 1973년 쿠데타로 집권한 피노체트 독재정권 아래에서 닦였다고 할 수 있다. 피노체트는 인권 탄압으로 국제사회에서 온갖 비난을 받은 인물이다. 하지만 그가 '시카고 학파(Chicago Boys)'로 불리는 시카고대 출신의 경제학자들을 기용, 자유 시장경제 정책을 강력히 밀어붙여 오늘날 칠레 발전의 원동력이 됐다는 것은 전문가도 인정하는 대목이다. 남미 국가 대부분이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해 '잃어버린 10년'으로 불리는 80년대에도 칠레는 일인당 국내총생산이 거의 10% 늘어났다. 칠레의 개방 경제 체제는 피노체트 하야 후에도 계속 됐다. 뒤를 이은 파트리시오 아일윈, 에두아르도 프레이, 리카르도 라고스 등 민선 대통령들은 국영기업 민영화, 대외개방 등에 더욱 박차를 가해 '칠레 모델'로 불리는 성공을 일궈냈다. 90년 이후 경제성장률은 평균 5%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 포퓰리즘이 안 통한다=다른 남미국들과 달리 정부의 포퓰리즘(인기 영합주의)을 찾아볼 수 없는 것도 칠레만의 개성이다. 이는 200년이 넘는 의회 민주주의 역사와 30년대부터 확고히 자리 잡은 정당제 덕분이다. 개인의 카리스마에 의지하는 포퓰리즘은 정당 위주로 움직이는 정치 체제에서는 힘을 발휘하기 힘들다. 따라서 칠레에서는 선거철을 앞두고도 국민의 인기를 얻기 위해 정책을 급조하거나 바꾸는 일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 같은 점이 칠레 사회의 안정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페루의 세계적 작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는 이 점을 들어 "칠레의 좌파는 역사적 경험이 풍부한, 매우 책임 있는 좌파"라고 말하기도 했다. 기선민 기자 <murphy@joongang.co.kr> |
2006.01.18 05:50 입력 / 2006.01.18 05:55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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