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歷史. 文化參考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책과 모바일의 만남… "굿 아이디어, 코리아"

鶴山 徐 仁 2005. 10. 31. 18:48
도서전 한국관에 설치된 파주출판단지 모형(사진).
국제관 개막식에 참석한 요슈카 피셔 독일 외무장관.
신간 『시간의 역사: 축약판』을 설명하고 있는 영국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한국의 제지기술을 알려주는 전주한지 코너(사진).
붓글씨로 쓴 자기 이름과 얼굴을 들고 있는 한 관람객. [외신종합]
25년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을 참관했다는 독일인 토마스 호케(56). 독일 ZDF방송 '문학과 예술' 프로그램의 제작자이자 진행자인 그는 한국의 주빈국관을 둘러보고는 "굿 아이디어"를 연발했다. "한국이 정보기술(IT) 강국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런 아이디어가 있을 줄 몰랐다"는 것이다.

그를 놀라게 한 것은 '책과 모바일의 만남'. 한국이 주빈국관을 꾸민 기본 개념이다. 독일의 문호 괴테의 고향에서 19일 시작된 도서전에 한국은 '올해의 주빈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주빈국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 위원장 김우창)는 한국이 IT 강국임을 맘껏 뽐내며, IT를 외국 젊은이들이 한국의 책과 문화와 접속하는 '문지방'으로 삼겠다는 전략을 세웠었다. 호케는 "전반적으로 주빈국관을 예년보다 잘 만들었다"며 "특히 도서전 관람 25년 동안 '책과 모바일의 만남'을 시도한 것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조직위의 황지우 총감독도 외신 기자들에게 둘러싸인 자리에서 "주빈국관의 핵심은 '한국의 책 100-유비쿼터스 북'(U-북)"이라고 공개했다. 주빈국관은 일반 전시장과 별도의 단독 건물에 마련됐다. 한국의 문화 수준을 유럽에 처음으로 본격 소개하는 주빈국관에서 'U-북'은 메인 이벤트였다. 모바일과 책을 융합해 미래 출판의 한 단면을 예시한 점은 '활자문화의 위기'가 점쳐지는 상황에서 단연 화제가 되기에 충분했다.

관람객들은 주빈국관에 전시된 '한국의 책 100' 중 원하는 정보를 단말기로 내려받아 이를 주문하면 전시장 한 쪽에 마련된 출력기에서 곧바로 책이 인쇄돼 나오는 과정을 지켜보며 신기해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먼 해외에서도 편리하게 책을 받아볼 수 있는 미래의 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호케는 "독일과 한국은 전쟁과 분단의 경험 등 역사적으로 비슷한 점이 많은데 이런 공통점을 활용해 한국 문학을 소개하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U-북' 프로젝트가 주빈국관의 핵심으로 자리 잡게 된 배경도 결국 콘텐트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외국어로 번역된 한국의 책이 절대 부족한 현실에서 주빈국관을 찾은 외국인 관람객들의 구미를 당길 '당근'이 필요했던 것이다. 다행히 그 당근이 한국의 IT 강국 이미지와 접목되면서 일단 관람객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켄트대 이광세(72.동서비교철학) 교수는 "디지털 문화로 세상이 변화한 것을 실감한다. 디지털이 무조건 싫다고 하면 늙은이 넋두리만 될 것이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문화 중) 어느 것이 본질적으로 좋다 혹은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특징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주빈국관은 한국 출판의 역사를 압축해 보여주는 '작은 박물관' 역할도 했다. 목판인쇄의 진수인 팔만대장경, 세계 첫 금속활자본인 직지심경, 그리고 한국인의 창의력을 세계에 빛낸 훈민정음을 나란히 전시한 것. 모두 유네스코에 등재된 문화유산들이다.

주빈국과 별도로 마련한 한국관에도 많은 정성이 느껴졌다. 개별 부스를 마련한 74개 출판사들은 유럽의 국가관과 비교해도 외형상 뒤지지 않는 공간을 연출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회장 박맹호)의 주관 아래 "주빈국 이미지에 먹칠을 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 이심전심으로 작용한 것이다. 그간 해외 도서전에 참가해온 출판계의 노하우가 향상됐음을 뚜렷이 감지할 수 있었다. 이들이 선택한 노하우는 '선택과 집중'. 이것 저것 다 보여주려는 것이 아니라 개별 출판사마다 '대표 작가' 혹은 '대표 상품' 하나만을 대형 그림과 함께 집중 홍보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김영사는 고은, 민음사는 이문열, 해냄출판사는 조정래, 열림원은 최인호 등 대표작가 소개를 전시의 핵심 포인트로 삼았다.

한편 소설가 이문열씨는 19일 오후(현지시간) 도서전 한국관에 마련된 작가와의 대화 시간에서 특유의 보수론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그는 "1990년대 중반 이후 나는 한국에서 보수반동으로 낙인찍혀 책이 불태워지고 풍장을 당하기도 했다. 기분이 좋진 않았지만 견딜 만했다. 보수도 세상을 보는 하나의 인식틀"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수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라는 한 관객의 질문에 "지금 이 세계가 완전하진 않지만 이만한 세계를 만들기 위해 애쓴 사람들도 잊지 않겠다는 것이 내가 보는 보수"라며 "진보를 얘기하는 사람들의 공통적 특징은 오늘이 바보나 악당들이 만든 세상으로 보는 것인데, 나는 결코 바보나 악당이 만들어온 세상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프랑크푸르트=배영대 기자<balance@joongang.co.kr>

"한국을 알려라" 문인 40명 전령사로

2005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참가한 한국의 대표적인 작가들도 '문학 외교'로 분주하다. 올해 프랑크푸르트를 찾은 한국 작가들은 40명가량. 고은.황석영.조정래.김원일.이문열.황동규.오정희.정현종.황지우.성석제.신경숙.은희경.김영하.조경란.김연수씨 등 내로라하는 문인들이 한국문학의 전령사로 나섰다.

이들은 주빈국관, 한국관, 문학의 집 등을 오가며 외국 언론.출판인과의 인터뷰, 독자와의 대화, 저자 사인회, 출판기념회 등을 잇달아 했다. 작가당 많게는 하루 4,5차례의 행사를 소화할 정도로 바쁘다. 주빈국관에서는 행사 기간 내내 한국문학 낭독회가 열린다. 23일에는 독일 문인들과 축구시합도 한다.

이들이 주로 받는 질문은 한국 문학의 변화에 대한 것이다. 지금까지 독일 등 유럽에선 한국 문학의 주류는 '분단 문학'으로 알려졌다. 소설가 황석영.조정래씨 등이 그러한 경향의 대표적 작가로 꼽힌다. 관람객들은 분단 문학의 흐름이 요즘 젊은 작가들에게도 이어지는지를 궁금해 했다. 소설가 조경란씨는 "한국에 분단문학만 있는 줄 알고 있는 독일의 언론이나 독자들에게 여성 작가를 비롯해 다양한 젊은 목소리도 있음을 확인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프랑크푸르트=배영대 기자

"한국이 궁금해" 독일 언론 대서특필

한국문화에 독일 언론의 관심이 대단하다.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 등 독일 주요 일간지들은 올해 도서전 주빈국인 한국과 한국작가를 조명하는 기사를 연일 다루고 있다. 19일 개막일에만 8개 매체가 20여 건의 관련기사를 실었다. 일간 프랑크푸르터 룬트샤우는 도서전 개막소식을 전하면서 1면 머리기사로 고은 시인의 '일인칭은 슬프다'라는 한글 자필시를 독일어 번역과 함께 소개하는 파격적 편집을 선보였다.

베를린 일간지 타게스슈피겔도 도서전 관련기사 편집을 한글 서체로 장식해 눈길을 끌었다. 서예가 정도준이 조선시대 문인 송경운의 격언을 한글로 쓴 것으로, "예술은 사람을 기쁘게 하는 것"이라는 문구가 실렸다.

소설가 황석영에도 관심이 집중됐다. 독일의 양대 유력지인 FAZ와 쥐트도이체 차이퉁(SZ)은 앞다퉈 인터뷰 기사와 서평을 다뤘다. 도서전 관계자는 " 한 외국작가가 양대 유력지에 같은 날 소개된 건 이례적인 일"이라고 놀라와 했다.

프랑크푸르트= 유권하 특파원  
  2005.10.21 04:54 입력 / 2005.10.21 05:06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