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政治.社會 關係

[특파원칼럼] 주변부로 밀려나는 한국 경제

鶴山 徐 仁 2005. 9. 23. 21:26
김기훈 · 뉴욕특파원 khkim@chosun.com
입력 : 2005.09.23 20:52 36'


▲ 김기훈 특파원
걱정하던 일이 서서히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 같다. ‘주식회사 한국’의 성장 잠재력이 둔화되고, 세계 경제에서 점점 주변부로 밀려날지도 모른다는 최근 수년간의 불길한 전망이 뚜렷한 수치로 드러나고 있다.

IMF(국제통화기금)가 지난 21일 발표한 ‘2005년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의 위상을 찾아보자. 한국의 올해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전망치는 정부가 공언하던 4%보다 낮은 3.8%로 하락했다. 지난 2003년에 불황을 겪은 뒤 지난해에 다소 나아지는 듯하던 경제가 다시 주저앉은 것이다. 소비 침체와 기업들의 투자 부진을 감안하면 이제 잠재성장률(5%) 수준의 성장은 기대하기 어려운, 본격적인 장기불황이라는 진단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선진국들은 어떠한가. 세계 경제의 엔진인 미국은 허리케인 카트리나 때문에 엄청난 경제적 충격을 받았으나 그래도 3.5% 가량 성장할 전망이다. 세계 경제의 30%를 차지하는 미국경제는 3.0%만 넘어도 호황이라는 평가를 받으니 상당히 좋은 편이다. 유가가 올라도 주택가격 상승으로 소비가 활발하고, 부동산 업종 중심으로 고용은 늘고 있다. 또 기업들의 설비투자도 증가 추세여서 미국 경제의 전망은 밝은 편이다. 존 스노 재무장관은 “튼튼한 미국 경제 덕택에 카트리나를 극복하고, 고질병인 재정 적자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만만해 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을 둘러봐도 한국 주변의 강대국들은 얼굴에 희색이 가득하다. 중국과 인도, 일본 경제가 모두 기대에 차 있다. 중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8.5%에서 9%로 상승, 과열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인도의 내수·수출 산업은 지칠 줄 모르고 확장하는 추세이다. 10년 이상 아시아의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일본 경제도 내수가 살아나면서 그동안 수출에 의존하던 성장 엔진이 더욱 힘을 내기 시작했다. IMF는 일본경제 회복을 “세계 경제의 희소식”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한국 정부는 올해 초 5%는 성장할 수 있다고 전망했었다. 그러다가 경제 운용의 실패로 내수가 살아나지 못하자 지난 여름에 4%로 하향 조정했고, 이번에 다시 3% 대로 내렸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정부도 어쩔 수 없는)고유가와 환율 하락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고유가는 세계적 현상이고, 미국·중국·인도·일본 경제는 내수를 살려서 고유가 속에서도 성장하고 있다. 환율은 정부가 1000억달러가 넘는 외환보유고를 사용해 적절히 조절할 수 있는 변수다.

한국 정부는 성장률 하락에 대한 위안을 지구 반대편의 유럽에서 얻으려 할지도 모른다. EU(유럽연합) 지역은 내수 침체와 지지부진한 구조조정 때문에 올해 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0.4%포인트나 낮은 1.2%에 그칠 전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럽인들은 스스로 자신들의 문제점을 깨닫고 개혁 필요성을 부르짖고 있다.

IMF는 전세계적으로 볼 때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수준의 경제성장(4.3%)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렇다고 한국의 장래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세계적인 컨설팅회사인 매킨지의 도미니크 바튼 아·태지역 대표는 “중국과 인도 등 주변국이 고성장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성장률이 급격히 저하되는 것은 큰 문제”라고 경고한다. 고도성장의 기적으로 기록되는 한국 경제가 이념과 과거청산의 갈등 속에서 세계경제의 갓길로 밀려날까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