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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만 깨끗한 척…'막말'의 야누스 총리"

鶴山 徐 仁 2005. 9. 23. 10:31
⑦ 최고 실세총리 이해찬…넘버 투의 약점은
김재은기자 2ruth@chosun.com
입력 : 2005.09.23 09:20 40' / 수정 : 2005.09.23 09:57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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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되면 안 되는 이유, 이해찬, 고건, 박근혜, 이명박, 정동영, 김근태, 손학규
이해찬 총리는 노무현 대통령과 ‘코드’가 잘 맞는 광복 이후 최고의 ‘실세 총리’, ‘책임 총리’로 때론 불린다. 그만큼 힘센 총리로 평가 받는다. 이 총리는 작년 8월 분권국정운영체제가 도입된 이후 노 대통령을 대신해 대부분의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주요 정책 사안의 방향을 잡는 등 국정운영을 도맡아 왔다.

이 총리는 작년 10월 취임 100일 기자 간담회에서 “대권에는 관심이 없다”고 밝혔지만, 여권 내 유력한 차기 대권후보 중의 한 사람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말 ‘여권 내부의 유력한 차기 대권후보’를 묻는 TNS와 매일경제의 설문 조사(성인 1000명 대상)에서 이 총리는 고건(40.8%)과 정동영(24.1%)에 이어 세번째로 꼽혔다. 코리아리서치센터와 동아일보의 8월18일 설문조사(성인 1000명 대상) 결과 역시 고건(35.0%)과 정동영(10.2%) 다음이 이해찬(3.5%) 총리였다.

그러나 이 총리의 대권 행보에 발목을 잡는 약점들 역시 만만치 않다.

◆안팎의 적을 만드는 ‘말, 말, 말’

독설에 가까운 거침없는 화법은 이 총리의 장점이자 큰 단점이다. 깊은 고민 없이 내뱉는 듯한 수많은 말들은 ‘크고 작은 설화(舌禍)’를 불러왔다는 평가다. 적을 내 편으로 만들어도 모자랄 선거에서 내 편 마저 등을 돌리게 만들 수도 있는 화법은 그의 대권 가도에 치명적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총리는 오일 게이트와 행담도 비리 의혹이 터져 나온 지난 6월, “지금이 (대통령의) 측근이나 사조직이 발호하지 못하도록 관리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는 발언을 했다가 대통령 측근인 염동연 의원으로부터 “총리는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공격을 받았다. 이에 앞서 그는 “대통령은 허리가 안 좋아 1시간 이상 앉아 있지 못한다”고 말해 청와대로 부터 유감의 뜻을 전달 받기도 했다.

이 총리의 ‘막말’은 초유의 국회 공전 사태와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까지 초래했다. 그는 작년 10월 국회 대정부 질문 답변에서 “한나라당은 차떼기당, 고속도로에서 수 억원 씩 받은 정당”이라고 언급해 2주일 가량 국회가 공전되는 원인을 제공했다. 독일 베를린에서는 술에 취해 “조선과 동아는 역사의 반역자다. 내 손아귀에 있다. 까불지 말라”는 어처구니 없는 말을 해 비판을 받았다.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은 “이 총리는 정쟁을 불러일으키고 막말을 하고 국민을 우습게 아는 새로운 총리상을 보여 줬다”고 말했다.

◆대부도 땅 투기 의혹, 내가 하면 투자?

이 총리는 최근 부인 명의로 구입한 대부도의 땅 투기 의혹에 대해 “그런 것 안한다”면서 “나는 아파트 청약통장도 한번 만들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700만 서민들의 ‘집 마련용 청약통장’을 마치 부동산 투기쯤으로 간주하는 듯 했다. 그러나 자신의 농업계획서 허위기재나 땅을 놀리는 등의 ‘불법’에 대해선 굳게 입을 닫았다. 실수요를 기준으로 주택을 2채만 가져도 ‘세금 규제’를 받게 한 8·31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부동산 투기가 끝났다”고 한 정부의 2인자, 총리가 스스로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셈이다.

22일 국무총리실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은 “남이 하면 ‘사회적 암’이고 총리 자신이 하면 ‘정당한 투자’인가”라며 이 총리의 대국민 사과와 땅 처분을 요구했다. 이들은 “이 총리는 대부도 땅을 취득하면서 영농경력이 15년이고 직접 영농을 하겠다는 등 총 3가지 거짓말을 했다”, “대부도 땅을 매입한 2002년 당시에는 농업인이 아닌 경우에는 농지를 소유할 수 없었던 만큼 이 총리의 땅 매입 자체가 위법”이라고 비판했다.

◆‘이해찬 세대’의 저주

이해찬 총리의 발목을 잡는 최대 ‘안티’ 집단은 공교롭게도 현재 대학생들이란 분석도 있다. 이들은 이총리의 교육부 장관 시절인 1999년에 고등학교에 입학한 ‘이해찬 세대’들로, “한가지만 잘하면 대학갈 수 있다”는 말에 속았다는 피해 의식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자신을 이해찬 1세대라고 밝힌 네티즌 ‘purehan0325’는 “이해찬 장관의 말은 정말로 다 뻥이었다”며 “건국이래 최저 학력이라 비난받았지만 건국이래 최악의 정책에 희생된 희생양이이었다”고 말했다. ‘onlymeta’는 “제 동생도 그 때 이해찬 믿었다가 엄청 피봤다”며 “저희 가족은 이해찬 나오면 ‘XX’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당시 기존의 교육방침을 전면 개편해 고교 야간자율학습을 폐지하고 모의고사를 연 2회로 한정하는 한편, 수시로 학생들의 학습과정를 평가하는 수행평가를 도입했다. 그러나 지금 그 이해찬 세대들은 당시 후유증으로 학업 능력이 부족해 대학 수업을 따라가기도 벅찰 지경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독단적이고 오만"…비판도

이 총리는 교육부 장관 시절, ‘신념’과 ‘정직’을 트레이드 마크로 내세워 강도 높은 개혁 정책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이 총리의 자신만만함은 때로 오만함으로, 신념은 독단으로 변질된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 총리는 지난 5월 수도권 공장 신·증설 문제로 손학규 경기지사와 갈등을 빚은 데 대해 “정치적으로 말하면 나는 고수에 속한다, 손 지사는 한참 아래”라며 “현재의 시도지사 중엔 대통령이 될 만한 사람이 없다”고 했다가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너무 오만하고, 독단적인 발언이란 비판이 나왔다.

이 총리는 지난 5월 남북대화 재개와 관련, “지난달 23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의 회동에서 이미 약속됐었다”고 밝혀 “국정 총괄자인 총리로서 자기 과시가 지나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그때 그때 달라요. 야누스 총리

이 총리는 종종 야누스의 두 얼굴에 비유된다.

교육부 장관 재직 당시 고액과외 학부모 명단 공개 등 교육 개혁을 이끌었던 이 총리는 정작 자신의 딸은 불법 과외를 시킨 것으로 알려져 구설수에 올랐다.

1998년 교육부에 대한 첫 국감에서 한나라당 김정숙 의원은 그 해 대학에 입학한 이 총리의 외동딸이 고3 때 대학원생으로 받은 과외 비용이 시간당 2만5000원으로 고액과외 사건에 연루돼 명단이 공개된 인사들의 액수와 큰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총리는 당시 “고액 과외에 대한 기준이 법으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고 대학원생은 과외가 허용돼 있으므로 딸의 과외는 불법이 아니었다”고 피해나갔다.

그러나 이후 한 일간지가 “이장관의 딸은 고3 때 뿐 아니라 중3 때부터 4년간 과외를 했고, 대학원생뿐 아니라 가정주부도 이 장관의 딸을 가르쳤다”고 보도하면서 이장관에 대한 위증 및 불법과외 논란 일었다. 당시 대학생이나 대학원생이 아닌 가정주부의 과외는 금지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장관은 “23일 국감에서 김의원이 고3 때 과외를 시킨 적이 있느냐고 물어 ‘있다’고 답변했으므로 허위 답변이 아니고, 대학원생의 부인이 가끔 수학을 가르쳐 주기도 한 것으로 나중에 들었다”고 해명했다. 전형적으로 ‘피해나가는’ 국감 답변과 ‘얼버무리는’ 해명이었다.

◆소홀한 측근 관리

이 총리는 오일게이트 등 권력형 비리와 관련, “대통령 측근과 사조직 관리를 잘하라”고 말했지만 정작 자신의 측근 관리에는 소홀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 총리는 15대 국회의원이었던 1996년 5월부터 2년여 동안 정보화촉진기금을 운용하는 정보통신부를 감사하는 국회 과기정통위 소속으로 활동했다. 그런데 당시 이 총리의 보좌관 2명이 ‘정보화촉진기금 운용 비리’에 연루된 벤처기업의 임원을 겸임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일요신문은 지난해 9월 해당 벤처기업의 2000년 현황 자료를 입수해 “이 총리의 전 보좌관 2명이 정부로부터 14억여원의 정보화촉진기금을 지원받은 벤처 기업의 임원으로 등록돼 1999년 다른 2명의 임원과 함께 총 2억원의 급여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에서 이 총리의 전 보좌관 2명은 모두 “지인의 부탁으로 명의만 빌려줬을 뿐 벤처 회사로부터 별도의 급여나 활동비를 일절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국민 정서와 따로 노는 총리만의 현실인식

국민이 겪는 고통과 이 총리가 느끼는 경제 현실이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국정은 총체적 난맥이고 경제는 위기라고 하는데 총리의 인식은 천하태평이란 지적이다.

이해찬 총리는 지난 6월 국회답변에서 여야 의원 할 것 없이 경제위기를 지적하자 “경기가 금년부터 회복되고 있으며 하반기부터는 피부로 느끼고 내년부터는 안정기로 접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총리는 또 “국민의 정부 말기 때 돈이 많이 풀리고 가계 대출도 늘어 거품이 있었다”며 “(지금은) 전체적으로 보면 서민들의 생활이 흥청망청하지는 않지만 안정을 찾은 셈”이라고 말했다.

이 총리는 작년 한 강연회에서도 “일부 보도가 경제 위기를 조장하고 있는데 언론이 그러면 안된다”고 말했다가 한 여성기업인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20년째 제조업을 하고 있다는 이 기업인은 오히려 “경제가 좋기는 뭐가 좋으냐”, “요즘 제조업체 사장을 건드리면 터진다고 해서 폭탄이라고 부른다”, “기업을 하는 게 선이냐 악이냐 하고 생각하는 마당에 누가 투자를 하겠느냐” 등의 말로 청중들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 총리가 자신의 대부도 땅 부동산 투기 의혹을 해명하면서 느닷없이 “청약통장 하나 없다”는 말을 한 것 자체가 그의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을 극명하게 드러내준다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