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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건 전 총리, 이명박 서울시장,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정동영 통일부장관 등 2007년 대선 예비주자들의 약점은 무엇인지 점검한 시리즈에 쏟아진 독자들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20일 이후 프레시안, 데일리안, 오마이뉴스, 한국아이닷컴 등 인터넷 매체들은 앞다퉈 조선닷컴의 기사를 인용한 관련기사를 보도하고 있습니다.
조선닷컴은 다른 대선 예비주자들도 점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독자들의 지적을 받아들여 당초 4회로 계획했던 시리즈를 연장키로 결정했습니다. 조선닷컴은 각종 매체의 여론조사 결과와 2007년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을 근거로 김근태 보건복지부장관, 손학규 경기도지사, 이해찬 국무총리, 권영길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등 4명을 추가로 보도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계속된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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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국회의원, 정치학자, 정치부기자 등 정치전문가 집단 150명을 대상으로 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23.7%로 1위를 차지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일반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같은 조사에서 김 장관의 지지율은 4.7%로 6위였다. 최근 실시된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김 장관의 지지율은 3%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
김 장관의 고민은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그는 여권 내에선 정동영 통일부장관과 함께 양대 축을 이루는 실세요, 여야 구분 없이 정치권의 호감을 두루 얻고 있는 몇 안 되는 인사 중 한 사람이다. 그런 그의 지지율이 아직도 바닥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은 대중정치인으로서 치명적인 약점들이 존재함을 의미한다.
◆ 취약한 대중성
김 장관은 화려한 재야 경력을 안고 지난 95년 새정치국민회의 부총재로 정치에 입문한 이래 늘 정치권에서는 주목 받는 인사였다. 3선 의원에 여당 원내대표를 지냈고 현재는 참여정부의 장관이다.
이런 경력 뿐 아니라 김 장관과 손이라도 한번 잡아 본 사람이면 그의 인간성과 인품을 칭찬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다. 재야시절은 물론 정치권에 입문한 이후 변절한 적도 없고 열린우리당 인사 치고는 초상집도 가장 부지런히 다니는 인사로 평가 받는다. 그에게는 바빠도 결코 갓길로 뛰어들지 않고 정해진 길만 가는 모범생의 기운이 느껴진다.
그렇지만 일반 유권자들 중에는 ‘김근태’의 이름을 아는 이가 많지 않거나 이름을 알아도 그에 대해 “잘 모른다”고 생각하는 이가 대부분이다. 2.2%(1월·리서치앤리서치), 2.8%(5월·입소스코리아), 2.6%(7월·KSOI), 2.2%(8월·미디어리서치)의 낮은 여론 지지율이 이를 의미한다.
그 이유에 대해 정치종합컨설팅그룹 민(MIN)의 박성민 대표는 “김 장관은 대중적인 관심사를 정확히 집어내지 못할 뿐만 아니라 대중적 말투로 표현하는 것이 취약하다”고 말한다. 대중성이 취약한 이유를 이 한마디로 설명하기는 곤란하겠지만 그의 정치는 재야를 떠난 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현실’보다는 ‘이론’의 냄새가 난다고 그를 아는 이들은 말한다.
김 장관 측도 취약한 대중성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2년 전만 해도 컴맹이었던 김 장관이 지금은 능숙하게 싸이질도 한다.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네티즌에게 ‘일요 편지’도 보낸다. 이런 노력이 여론 지지도를 변화시킬 수 있을 지가 관심사이다.
◆ 아직도 벗지 못한 재야(在野) 이미지
김 장관이 제도권 정치에 뛰어든 지는 올해로 10년. 그러나 여전히 민청련 의장 등 재야 운동권 투사의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 있다. 이는 변절을 모르는 김 장관의 최대 장점이기도 하지만 최대 약점이기도 하다.
동료의원들은 “지역구, 그것도 서울에서 3선을 한 국회의원이 어떻게 아직도 운동권 이미지를 벗지 못하는지 모를 일”이라고 말한다. 이것이 유권자들이 ‘김근태식 정치’에 신선함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어떤 사람들은 김 장관을 보면 가장 먼저 군사독재시대의 ‘고문’을 떠올린다고 한다. 김 장관은 올해 초 한 주간지 인터뷰에서 “언젠가 차에서 내리는데 ‘와, 나를 보고는 (고문 기술자) 이근안이다’라고 하더라”고 에피소드를 전했다. 김 장관의 얼굴은 제대로 모르지만 고문기술자 이근안이 활동하던 어두운 시절의 투사 정도로 김 장관을 기억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김 장관 본인도 “고문 당한 경력 때문에 주변에서 ‘고집불통’ ‘지독한 인간’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속상하다”고 말했다.
이런 이미지는 미래를 열어가야 할 차세대 대권주자의 그것과는 어울리지 않는 측면이 있다.
이 때문에 열린우리당 내에서도 당내 보수세력들과는 융합이 잘 되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운동경력이 적은 정동영 장관에 비해 김 장관이 끌어 안을 수 있는 스펙트럼이 협소하다고 생각하는 여권인사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 가족 월북설
지난해 4·15총선을 앞두고 “김 장관의 형 3명이 월북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 장관은 이를 색깔론으로 반박했지만, 대선전이 가까워지면 가족 이력에 대한 의혹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다.
월간조선은 2004년 3월호에서 과거 안기부에서 작성한 ‘김근태 신원 및 배후 사상관계’ 파일을 근거로 “김 장관의 형 3명이 모두 월북했다”고 보도했다. 월간조선은 “그의 큰형은 서울대 미대출신으로 6·25 당시 김일성 초상화를 제작한 후 월북했다. 둘째 형 역시 월북 후 평성사범대학을 졸업하고 고등중학교 교사를 지냈으며, 셋째 형은 의용군으로 월북해 통일선전부 대남공작원으로 선발되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세 형이 실종된 것은 사실이지만 월북했다는 것은 확인된 바 없다”고 일축했다.
◆ “진취적 메시지가 부족하다”
김 장관의 10년 정치생활 중 유권자들을 향해 던졌던 이렇다 할 메시지가 없었던 것도 그의 약점 중 하나로 꼽는 이가 있다. 국민들을 향해 던지는 굵직굵직한 메시지와 말에서 정치인은 기억되는데 김 장관에게는 이렇다 할만한 ‘말’이 없다는 주장이다.
지난 대선을 앞둔 민주당 경선 도중 자신의 정치자금을 고백하기도 했고,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분당과정에서 단식도 했지만 그에게서 어떤 메시지를 기억하는 유권자들은 많지 않다는 얘기다.
지역기반이 없다는 것도 그의 약점 중 하나이다. 경기도 부천에서 태어난 김 장관은 서울에서 학교를 나왔고, 지역구는 서울 도봉구다. 박근혜·이명박(영남), 정동영·고건(호남), 이해찬(충청) 등 다른 경쟁자들은 지역기반을 갖추고 있다.
◆ 결단 못하는 햄릿형 리더십
김 장관의 취약한 대중성을 그의 리더십에서 찾는 이들도 있다. 신중함과 절제, 장고(長考)…. 이런 김 장관의 정치적 스타일이 한편으론 “답답하다” “우유부단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승부수를 던질 때를 결정하지 못해 망설인다고 해서 김 장관은 ‘햄릿’에 비유되기도 한다. “토론을 너무 좋아하고 결론 도출에 너무 시간이 걸린다”는 김 장관의 스타일은 디지털 시대의 대중 정치인으로선 좀 처지는 느낌이 든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깨끗한 물에 이끼가 끼지 않는 식으로 김 장관은 가까운 사람들의 민원에도 거의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평을 듣는다. ‘깨끗한 정치인’은 그래야 한다고 하지만 현실정치에선 이런 정치인에게 사람들이 몰리지 않는 것이 상식이다.
◆ 노 대통령과의 갈등설
김 장관과 노 대통령의 정치적 관계가 김 장관의 대선 레이스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김 장관은 입각 후 노 대통령과 몇 차례 갈등을 빚었다. 청와대와 ‘코드가 맞는다’는 정동영 통일부장관과는 비교된다.
김 장관은 지난해 7월 아파트분양원가 공개 논란 때 청와대에 “계급장 떼고 논쟁하자”고 주장, 논란이 됐다. 정부가 연기금을 주식투자에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한국형 뉴딜정책’을 발표했을 때도 김 장관은 “하늘이 두 쪽 나도 국민연금을 지키겠다”면서 자신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청와대가 이례적으로 “김 장관을 그렇게 배려했는데…”라는 유감 표명을 하면서, 정치권에는 김 장관과 노 대통령이 정치적 결별을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돌았다.
김 장관과 노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대선을 앞두고도 갈등을 빚었다. 대선후보 경쟁에서 사퇴한 김 장관은 노무현 후보의 선대위원장 요청을 거절했고, 정몽준 의원과의 후보단일화 문제를 놓고도 두 사람은 의견차를 드러냈다.
두 사람이 최근 화해를 했다고 하나 이 같은 충돌 경험은 김 장관에게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젊은 층에 어필하지 못한다”
김 장관의 정치행보를 보면 민주화 운동, 감옥, 재야 등 과거의 코드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 느낌이 든다. 이런 느낌은 자연스레 김 장관이 과연 새로운 국가적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느냐는 의문과 함께 젊은 층의 등을 돌리게 만든다는 분석이 있다.
민주화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경력은 인정하더라도 젊은 층의 관심은 이미 성큼 미래를 향해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높은 지지율로 질주하는 고건 전 총리, 새 청계천을 여는 이명박 시장, 민생정치의 전도사가 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남북화해의 메시지를 설파하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 등과 달리 김 장관은 아직까지는 보건복지부 청사에 칩거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는 얘기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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