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敎育.學事 關係

[스크랩] 대학, 왜 다닐까?

鶴山 徐 仁 2005. 8. 31. 16:39

교육인적자원부는 정시모집 지원을 하루 앞둔 작년 11월 24일, 취업률 상위 20개 대학 순위를 발표했다. 교육부는 수험생에게 대학정보를 제공하고, 대학에는 취업지원 강화의 계기를 제공하며, 기업에는 새 고용기준을 제시한다며 이번 발표의 의의를 밝혔다.

그러나 교육부의 대학구조조정 계획과 함께 이번 조사 결과를 보도하는 언론들을 보며 그들이 ‘취업률이 높은 대학이 좋은 대학이다’라는 논리를 은연 중 전파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심지어‘취업률이 낮은데도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은 운좋은 대학은 우리가 직접 퇴출시킬 것이니 대학들 잘들 하시오’라는 위협처럼 들리는 것은 나뿐이었을까.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학구조조정이 학생들의 진로 준비 등 여러 기능 중 취업 준비만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지 않은지 우려된다.

 

대학 진학의 기준, 정부 지원의 기준, 구조조정의 기준이 모두 취업률이라는 전제가 깔린 이번 취업률 순위 발표는 무슨 의미인가. 대학의 역할이 이렇게 한 방향으로만 강조되는 것은 우리나라 대학 교육 시스템의 특수성에 원인이 있는 것 같다. 영국에서는 중학교를 졸업한 뒤 대학에 진학해 계속 공부를 할지, 직업 교육 칼리지에 진학해 직업을 구할지 결정한다. 직업 교육 칼리지는 실용적인 기술 교육을 담당하며, ‘좋은 직장’을 원하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길 원하는 일반인에게도 열려 있다. 프랑스 학생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고급인재를 양성하는 그랑제꼴, 순수학문을 위한 일반대학, 전문 직업인 양성을 위한 고등기술 면허과정 중 한가지를 선택한다. 고등기술 면허과정을 통과하면 회계, 관광 등 각 분야에서 월등한 실무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돼 취직은 물론, 이후의 안정된 생활까지 보장돼 선호도가 매우 높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학업에 대한 열정이 유난해서인지, 고등학교 졸업생의 80%내외가 대학에 진학하고 전국 대학의 입학정원을 다 합친 수가 고교 졸업자보다 많다. 대학이 기능별로 분화돼 있는 것은 형식적일 뿐, 수험생들은 점수에 따라 전문대를 갈지, 4년제 대학을 갈지를 결정하는 것이 현실이다. 별다른 고민 없이 대학생이 된 학생들에게 대학의 의미와 역할에 대한 심도있는 고민을 바라는 것은 어쩌면 생뚱맞은 요구일 수도 있다. 그러니 우리나라 대학들이 취업에 발벗고 나서는 이유를 이해해야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대학의 진정한 의미를 잊지 말아야 한다. 대학은 학문을 연구해 사회 발전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하고,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인문학을 연구해 사회가 자칫 잊기 쉬운 휴머니즘의 가치를 밝히고, 자연과학을 연구해 세계의 신비에 다가서는 것이 상아탑의 역할인 것이다. 또한 학문의 전승과 발전을 담당할 후속 세대 양성을 위한 교육에도 힘써야 한다. 물론 학생들의 진로를 고민하는 것 역시 대학이 담당할 역할의 일부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취업률 순위의 윗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영어와 자격증 등 취업준비 교육에 골몰하는 것이 그 의미는 아니다. 우리 사회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자본의 논리가 급기야 대학에까지 그 마수를 뻗어, 일 잘하는 ‘기능인’을 만들어내는 것을 대학의 임무로 오해하게 만든 것이 씁쓸할 뿐이다. 인재를 길러내 사회로 돌려보내는 대학의 임무는 토익 점수가 높고, 컴퓨터를 잘 다루는 기능인을 만들어내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신의 사회적 책무와 역할을 고민하는 지성인, 전인적이고 도덕적인 교양인을 길러내는 대학이 진정한 대학(大學)이 아닐까.

 


 
가져온 곳: [나노식품/나노푸드 (Nanofood)]  글쓴이: Truescience 바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