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자기 생일날 밥을 빨리 안 준다고 상을 엎어 밥상이 망가졌습니다.
그래서 나는 상을 새로 안 사고 석 달 동안 땅바닥에 밥을 줬더니
그 뒤로는 상을 안 엎었습니다.”권정자 외 공저(共著) 「우리가 글을 몰랐지 인생을 몰랐나」
(남해의 봄날, 127쪽) 중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가난하고 힘들었던 시절 때문에, 그리고 여자라는 이유로 글을 배우지 못했던
우리들의 할머니 스무 명이, 글과 그림을 배워 전시를 하고 책을 냈습니다.
‘순천의 소녀시대’라고 불리우는 할머니들은 막내가 50대 후반, 맏언니는 아흔을 바라보는데,
살아온 생을 모두 합하면 1,600년이 넘습니다. 일본군에게 잡혀갔다가 돌아오지 못한 친구,
전쟁 중 피란길에 죽은 동생을 업고 온종일 걸었던 이야기,
구멍 뚫린 양말 사이로 보이는 하얀 엄지발가락이 멋있어 보여서 결혼 했는데
짜장면 하나 사줄 돈이 없던 가난한 남편 이야기, 영어를 배울 때
“안녕하세요, 선생님”을 “헬로, 디져”라고 해 웃음 바다가 되고...
이들의 그림 일기에는 한국의 근현대사의 애환이 묻어 있고,
세월이 그리고 웃음과 눈물이 묻어 있습니다.글은 모르지만
인생을 아는 사람이 있고, 글을 알지만 인생을 모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자다가 일어나 보니 엄마 혼자서 애기를 낳았습니다.
엄마는 몸조리도 못하고 장사를 갔다가 밤중이 돼야 집에 왔습니다(중략).
옆집에서 보리개떡 먹는 것을 보고 나도 먹고 싶었습니다.그래서 엄마한테 졸랐습니다.
그런데 엄마는 몸이 아파 보리개떡을 쪄주지 못하고 돌아가셨습니다.
나는 엄마 마음을 아프게 해서 늘 미안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