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오후 6시 일본 도쿄의 하네다(羽田)공항 국제선여객터미널. 미국인 자크 베이허가 4층 식당가 앞에서 터미널 배치도를 보고 있었다. 보이스카우트 단체에서 일한다는 그는 “국내선을 타고 막 공항에 도착했다. 내일 새벽 국제선을 타고 로스앤젤레스(LA)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베이허는 “몇 해 전 한국에 갔을 땐 인천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김포공항으로 가서 제주행 비행기를 탔다”며 “하네다가 한결 여유롭고 편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앞쪽 천장에는 “2014년 3월 말 국제선이 더 편리하게(2014年 3月末 國際線が より便利に)!”라고 쓰인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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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한국에 동북아 환승객 1위(인천공항) 자리를 빼앗긴 일본의 반격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일본의 국제 허브공항은 간토(關東)의 나리타(成田)와 간사이(關西)의 오사카 간사이 두 곳이다. 예전에는 하네다가 허브공항 역할을 했지만 1978년 나리타가 생기며 국제선 기능을 넘겼다.
하지만 최근 하네다의 국제선 기능이 다시 대폭 강화되고 있다. 2010년 터미널을 신축하며 2000㎞ 운항거리 제한이 풀려 장거리 노선을 운항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심야시간대(오후 11시~다음날 오전 6시)에 미국·유럽을 오가는 국제선이 운항 중이다.
더욱이 현재 지은 지 3년밖에 안 된 터미널을 증축 중이다. 내년 3월 공사가 끝나면 연면적이 15만9000㎡에서 23만5500㎡로, 비행기를 댈 수 있는 주기장(駐機場)이 10곳에서 18곳으로 늘어난다. 이에 따라 현재 주 야간 각 3만 회인 국제선 연간 운항 횟수가 주간 6만 회, 야간 3만 회로 확대된다. 일본공항빌딩주식회사의 다카시로 이사오 사장은 지난달 30일 한국 기자들을 만나 “내년부터는 주간에도 장거리 노선 운항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9월에는 객실 315개짜리 환승 호텔도 문을 연다.
항공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일본의 움직임을 “한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지바현 내륙에 있는 나리타와 달리 도쿄만을 매립해 만든 하네다는 민원이 없어 추가 확장과 24시간 운영이 용이하다. 또 국내선의 허브라 국제선이 강화되면 지방에서 올라와 해외로 나가려는 여객들의 환승이 편해진다. 현재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외국인 환승객의 20% 안팎이 일본인, 이 중 40% 정도가 하네다-나리타를 오가는 불편을 피하기 위해 찾아오는 지방공항 출발 여객들로 알려져 있다. 한국항공대 이승창(경영학) 교수는 “하네다의 국제선 기능이 강화되면 인천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은 최근 세계적으로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저비용항공사(LCC)도 발 빠르게 선점하고 있다. 간사이 공항은 지난해 말 LCC를 위한 전용 터미널(LCT)을 지었다. 처음부터 건축·운영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설계해 LCC가 공항사용료 부담을 최대한 덜 수 있도록 했다. 이곳에서 국내선 10편, 국제선 6편을 운항 중인 피치항공의 도메키 나오토(百目木直仁) 홍보부장은 “내년에는 회사 설립 2년 만에 흑자전환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리타도 내년에 비슷한 방식의 LCT를 열 예정이다.
한국은 일본의 대대적 ‘반격’에 속수무책이다. 인천은 올해 제2 터미널을 착공해 2017년 말에나 완공한다. 애초 계획보다 5년이 늦어졌다. 서울의 도심공항인 김포는 여전히 국제선 2000㎞ 운항거리 제한에 묶여 있고, 현재 운행 중인 노선은 6개뿐이다. 한국은 LCT 건설 계획도 없다. 인천은 2~3년 전 건설을 검토했지만 제 2 터미널 착공이 늦어지며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김포~하네다 취항 10주년을 기념해 일본을 방문한 한국공항공사 김석기 사장은 “김포에 LCT를 건립해 LCC 허브로 육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 내에 “인천의 허브화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반대가 강해 성사 여부가 불투명하다.
◆김포~하네다 취항 10년=서울~도쿄를 잇는 ‘가장 빠른 길’ 김포~하네다 노선이 열린 지 지난달 30일로 10년이 됐다. 두 공항은 각각 국내선 공항으로 운영되다 2003년 양국 정상회담을 통해 셔틀편이 연결됐다. 그 후 10년, 하루 8편(왕복 4회)으로 시작했던 운항편은 24편이 됐다. 여객은 하루 평균 1244명에서 지난해 5243명으로 늘었다. 인천~나리타 노선에 비해 왕복운임이 10만원쯤 비싸지만, 도심 접근성이 좋아 인기다. 대중교통으로 서울시청~김포는 약 49분, 하네다~도쿄도청은 약 35분밖에 안 걸린다. 이용객이 적어 인천·나리타에 비해 출국수속도 빠르다. 김포~하네다 노선 덕에 서울·도쿄는 하루 생활권이 됐다.
도쿄·오사카=김한별 기자
2011년 한국에 동북아 환승객 1위(인천공항) 자리를 빼앗긴 일본의 반격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일본의 국제 허브공항은 간토(關東)의 나리타(成田)와 간사이(關西)의 오사카 간사이 두 곳이다. 예전에는 하네다가 허브공항 역할을 했지만 1978년 나리타가 생기며 국제선 기능을 넘겼다.
하지만 최근 하네다의 국제선 기능이 다시 대폭 강화되고 있다. 2010년 터미널을 신축하며 2000㎞ 운항거리 제한이 풀려 장거리 노선을 운항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심야시간대(오후 11시~다음날 오전 6시)에 미국·유럽을 오가는 국제선이 운항 중이다.
더욱이 현재 지은 지 3년밖에 안 된 터미널을 증축 중이다. 내년 3월 공사가 끝나면 연면적이 15만9000㎡에서 23만5500㎡로, 비행기를 댈 수 있는 주기장(駐機場)이 10곳에서 18곳으로 늘어난다. 이에 따라 현재 주 야간 각 3만 회인 국제선 연간 운항 횟수가 주간 6만 회, 야간 3만 회로 확대된다. 일본공항빌딩주식회사의 다카시로 이사오 사장은 지난달 30일 한국 기자들을 만나 “내년부터는 주간에도 장거리 노선 운항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9월에는 객실 315개짜리 환승 호텔도 문을 연다.
일본은 최근 세계적으로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저비용항공사(LCC)도 발 빠르게 선점하고 있다. 간사이 공항은 지난해 말 LCC를 위한 전용 터미널(LCT)을 지었다. 처음부터 건축·운영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설계해 LCC가 공항사용료 부담을 최대한 덜 수 있도록 했다. 이곳에서 국내선 10편, 국제선 6편을 운항 중인 피치항공의 도메키 나오토(百目木直仁) 홍보부장은 “내년에는 회사 설립 2년 만에 흑자전환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리타도 내년에 비슷한 방식의 LCT를 열 예정이다.
한국은 일본의 대대적 ‘반격’에 속수무책이다. 인천은 올해 제2 터미널을 착공해 2017년 말에나 완공한다. 애초 계획보다 5년이 늦어졌다. 서울의 도심공항인 김포는 여전히 국제선 2000㎞ 운항거리 제한에 묶여 있고, 현재 운행 중인 노선은 6개뿐이다. 한국은 LCT 건설 계획도 없다. 인천은 2~3년 전 건설을 검토했지만 제 2 터미널 착공이 늦어지며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김포~하네다 취항 10주년을 기념해 일본을 방문한 한국공항공사 김석기 사장은 “김포에 LCT를 건립해 LCC 허브로 육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 내에 “인천의 허브화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반대가 강해 성사 여부가 불투명하다.
◆김포~하네다 취항 10년=서울~도쿄를 잇는 ‘가장 빠른 길’ 김포~하네다 노선이 열린 지 지난달 30일로 10년이 됐다. 두 공항은 각각 국내선 공항으로 운영되다 2003년 양국 정상회담을 통해 셔틀편이 연결됐다. 그 후 10년, 하루 8편(왕복 4회)으로 시작했던 운항편은 24편이 됐다. 여객은 하루 평균 1244명에서 지난해 5243명으로 늘었다. 인천~나리타 노선에 비해 왕복운임이 10만원쯤 비싸지만, 도심 접근성이 좋아 인기다. 대중교통으로 서울시청~김포는 약 49분, 하네다~도쿄도청은 약 35분밖에 안 걸린다. 이용객이 적어 인천·나리타에 비해 출국수속도 빠르다. 김포~하네다 노선 덕에 서울·도쿄는 하루 생활권이 됐다.
도쿄·오사카=김한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