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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온라인에서 인민해방군 공군 대장이 최고 화제 인물이라는데, 왜?/ 조선일보

鶴山 徐 仁 2013. 10. 3. 19:47

중국 온라인에서 인민해방군 공군 대장이 최고 화제 인물이라는데, 왜?

  • 지해범 조선일보 논설위원 겸 동북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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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3.10.03 10:43 | 수정 : 2013.10.03 14:07

    류야조우 대장(상장)의 담대한 중국 정치 대개혁론, 중국 지도층 강타!

    
	중국 온라인에서 인민해방군 공군 대장이 최고 화제 인물이라는데, 왜?
    최근 중국에서 ‘보시라이’ 못지않게 인터넷을 달구는 인물이 있다. 류야조우(劉亞洲·57)란 군인이다. 그는 인민해방군 공군 상장(上將·한국의 대장)으로 국방대학 정치위원이다. 지난 8월 말 그는 한 비공개 회의에서 정치개혁에 관해 연설했고 이 강연록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지식인 사회에서 큰 화제가 되고 왔다.

    ‘중국 정치개혁 신사유(中國政治改革 新思維)’란 제목의 강연에서 그는 전·현직 최고 지도자를 모두 비판했을 뿐 아니라 1989년 천안문(天安門)사태 재평가와 사법부 독립, 언론자유 보장, 야당 허용 같은 파격적인 주장을 쏟아냈다. 그야말로 현 공산당 지도부의 노선에 정면으로 도전한 형국이어서 ‘이런 말을 하고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들 정도다.

    ◇“20여년간 중국 정치체제 개혁은 한 발짝도 못 나갔다…反체제 인사와 해외 적대 인사 수용해야”

    미국에 본부를 둔 중문 뉴스 사이트 보쉰(博訊)이 지난 9월 21일 공개한 강연록을 보면 겉표지에 ‘中國政治改革 新思維, 劉亞洲內部講話, 2013年 8月 24日’이라고 적혀 있다. 강연은 8월 하순에 이뤄졌고 그것을 누군가 녹취하여 약 한 달 뒤 인터넷에 공개했다는 얘기다. A4용지 15장으로 되어 있는 강연록은 먼저 1989년 천안문사태 이후 20여년간 중국의 ‘정치체제 개혁’이 한 발짝도 못 나갔다며 ‘새로운 사고(新思維)’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13차 당대회에서 샤오핑(鄧小平) 동지가 ‘정치체제 개혁’을 제기한 뒤로 두 명의 총서기(후야오방 胡耀邦·자오쯔양 趙紫陽)가 이로 인해 물러나고, 두 명의 전임 총서기(장쩌민 江澤民·후진타오 胡錦濤)는 23년간 제자리걸음만 했다. 샤오핑 동지는 ‘돌을 더듬으며 물을 건너라(摸着石頭過河)’고 했지만 낡은 사유, 낡은 관념에 묶여서는 물을 건널 수 없다. 두 지도자(江·胡)가 강을 건너지 못한 원인도 여기 있다.”

    그는 작년 말 18차 당대회 보고 때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꽉 막히고 경직된 낡은 길(老路)이나 깃발을 멋대로 바꾸는 잘못된 길(邪路)을 가지 않을 것”이라고 한 부분에 대해서도 비판의 자를 들이댔다. ‘낡은 길’이란 마오쩌둥(毛澤東) 시대의 좌파노선을, ‘잘못된 길’이란 구(舊)소련처럼 사회주의에서 급작스레 서구식 민주주의로 바꿨다가 연방 붕괴를 자초한 것을 말한다.

    류야조우 상장은 “(보고문에는) ‘모순’과 ‘투쟁’이라는 낡은 사고방식과 냉전적 사고가 들어있다. ‘낡은 길’을 통해 공산당은 정치건설의 기초를 닦았고, 서방식 민주헌정을 가리키는 ‘잘못된 길’에 우리가 분투해야 할 미래 목표가 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시진핑의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비판한 것이다.

    
	파란색 공군 정복을 입은 류야조우 상장(뒷줄 왼쪽에서 네 번째)이 시진핑 주석과 후진타오 전 주석 사이에 서 있다.
    파란색 공군 정복을 입은 류야조우 상장(뒷줄 왼쪽에서 네 번째)이 시진핑 주석과 후진타오 전 주석 사이에 서 있다.
    그는 “기층 당정 관리들은 생각이 다른 사람을 모두 ‘적대세력’으로 보고 있다”며 “‘물고기(공산당)가 물(민중)을 떠날 수 없다(魚水情深)’는 공산당의 옛 구호는 그림자도 없이 사라졌다”고 한탄했다. 그는 “이 때문에 국민권익을 옹호하는 변호사나 에이즈퇴치 및 환경보호 운동가,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지식인, 가정교회의 목사 등이 모두 ‘우리의 적’이 되고 말았다”면서 “이러한 ‘적대세력’을 공산당 내 ‘반대파’로 수용하여 우리 자신을 감독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지도자들이 과거 총을 겨누고 싸웠던 대만 영도자들과도 손을 잡는 마당에 국내 반대파와 해외 적대 인사를 수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인권운동가로 2010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류샤오보(劉曉波) 같은 반체제 인사를 전인대(全人大·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정협(政協·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대만과의 통일을 염두에 두고 야당(반대당)도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공내전 당시) 원래 우리 공산당이 반대당이었다. 지금 한두 개 반대당이 나온다고 해서 겁낼 게 뭐냐. 게다가 우리는 대만과 통일해야 하지 않느냐. 마잉주(馬英九·대만 총통)가 지금 당장 통일하자고 하면 어떻게 할 건가. 국민당과 공산당은 더이상 적대관계가 아니다. 현 헌법하에서 야당의 창당을 허용하고 정치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무력으로 점령하지 않는 한 대만은 영원히 되찾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치체제를 개혁하려면 △사법부 독립 △언론자유 보장 △지방정부의 장(長) 및 인민대표 직접선거 △사회주의 체제 내 ‘협상’과 ‘경쟁’을 통한 정당정치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발전해 간다면 미래 중국에 2~3개 정당이 존재하게 될 것이다. 협상과 경쟁 체제하에서 사회주의 양당제가 실현가능할 뿐만 아니라 서방의 완전경쟁식 양당제보다 오히려 나을 것이다.”

    ◇“천안문 사태 잘못 인정하고 배상해야”…리셴녠 前 국가주석의 사위로 막강한 태자당 군부 인맥 구축한 實勢

    천안문사태에 대해서도 그는 “역사란 덮는다고 덮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문화혁명을 역사적 재평가로 바로잡았듯이 6·4 역시 우리 당이 주동적으로 복권(平反)시켜야 한다. 당시 지도부의 결정에 잘못이 있었음을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배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종신형을 선고받은 보시라이사건에 대해서도 “현재까지 제시된 증거로 볼 때 마땅히 무죄 석방돼야 한다”며 당 지도부와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그가 이런 파격적 주장을 하는 데는 전 국가주석 리셴녠(李先念)의 사위라는 특수 배경이 작용하고 있다. 그는 군부 내 대표적 태자당 인맥으로 꼽히며 군부 안에 그를 따르는 장병이 많다. 지식층에도 지지자가 많다. 대표적으로 중국과기대학 부교수를 지낸 역사학자 상차오류(桑潮流)는 “그의 강연록을 읽고 중국에 희망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정치개혁만이 중국을 구하며, 개혁이 없다면 죽음의 길뿐이다”는 의견을 발표했다.

    인민일보·신화통신 등 관영 매체들은 류야조우 상장 발언을 전혀 다루지 않았지만, 신랑(新浪)·왕이(網易)의 개인블로그와 텅쉰(騰訊)QQ 등 SNS를 통해 폭발적으로 퍼지고 있다. 이 강연록이 ‘가짜’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지만, 류야조우 상장이 2010년에 이미 “공산당은 개혁하지 않으면 반드시 멸망한다(中共不改革必滅亡)”고 주장한 문건이 나오면서 ‘가짜설’은 사라졌다.

    류야조우 상장은 안후이성(安徽省) 쑤셴(宿縣) 출신으로 고위 장성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중학 졸업 후 군에 입대한 뒤 우한대학 외국어학과에서도 공부한 ‘문무겸비’의 지장(智將)으로 꼽힌다. ‘진승(陳勝)’ ‘악마감독의 전쟁(惡魔導演的戰爭)’ 같은 소설을 썼고 ‘금문도 전쟁 연구(金門戰役檢討)’ ‘대국책(大國策)’ 등의 평론집도 냈다. 1992년 한·중 수교 과정에서 군부 내 친북파를 설득하는 데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베이징군구와 청두(成都)군구의 공군 정치부주임 등을 지냈다.

    류 상장의 주장은 최근 중국에서 불붙은 좌우파 논쟁에서 우파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정치개혁 주장 속에 ‘다당제’ ‘언론자유’ ‘사법부 독립’ 등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완전한 서구식 다당제보다 사회주의 이념하에서의 양당제를 선호한다는 점에서 우파와도 거리가 있다. 굳이 이념적 좌표를 매긴다면 ‘제3의 길’이다.

    중국 당국은 바이두(百度) 등을 통해 그의 강연록이 검색되는 것을 막지 않고 있다. 그의 강연이 공산당 통치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공산당 통치능력을 강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는 판단을 내린 듯하다. 그럼에도 중국 3대 권력집단인 당(黨)·정(政)·군(軍) 가운데 가장 보수적인 군부에서 이같은 파격적 주장이 나왔다는 점에서 중국 지식계가 흥분하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 6000달러의 13억5382만 중국인이 ‘미래의 국가 모습’을 놓고 본격적인 고민과 논쟁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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