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시멘트 법정관리 신청은 대주주들 '빼먹기' 수법
동양증권 임직원 "동양시멘트 법정관리 저지 나서겠다"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동양과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에 이어 동양시멘트마저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동양그룹의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2일 금융투자업계와 동양그룹 관계자 등에 따르면 동양은 '티와이석세스'라는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지난 7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1천569억원 규모의 자산담보부 기업어음(ABCP)을 발행했다.
문제는 이중 3분의 2인 1천억원 가량이 9월 들어 집중적으로 발행됐고, 동양시멘트 지분을 담보로 발행됐다는 점이다.
티와이석세스는 7월부터 총 9차에 걸쳐 3개월 만기의 전자단기사채를 발행했는데 7월 29일 600억원 규모로 발행된 티와이석세스제1차를 제외하면 모두 9월에 몰려있다.
업계 관계자는 "동양시멘트의 법정관리가 받아들여질 경우 해당 상품은 휴지조각이 된다"고 말했다.
특히 동양그룹 경영진은 그룹 계열사가 발행한 CP를 지난달 지점별로 최대 40억원까지 할당해 판매를 압박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여기에 투자한 고객들은 억장이 무너졌다.
한 고객은 "담보까지 있어서 추석 전에 티와이석세스제7차에 들었는데 2주도 안 돼 이런 일이 터졌다"면서 "동양증권 담당자가 동양시멘트는 안전하다고 해 원금은 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해당 상품을 고객들에게 팔았다가 졸지에 사기꾼으로 몰린 동양증권 직원들 사이에서도 반발이 거세다.
익명을 요구한 동양증권 직원은 "동양시멘트는 재무제표를 보면 알겠지만 법정관리에 들어갈 기업이 아니다"라며 "이건 대주주의 '빼먹기'"라고 비난했다.
그는 "경영권을 살리고 지분을 챙기는 경영권 방어 차원의 법정관리 신청인 셈"이라며 "9월에 ABCP를 이만큼이나 팔았다는 건 사기성이 농후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명절 전날인 지난달 16∼17일까지도 발행이 됐는데 이건 고의적"이라며 "어떻게 보면 LIG건설의 사기성 CP 발행보다 더 나쁜 행위"라고 지적했다.
결국 2일 오전 전국 지점장들이 연판장을 돌린 데 이어 노동조합은 동양시멘트의 법정관리 신청을 기각해 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했고, 오후에는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들마저 반대 성명서를 냈다.
노조 관계자는 "위법성 여지가 있다"면서 "동양시멘트는 고의로 법정관리 신청 대상에 들어간 것이 분명해 보이는 만큼 이를 철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노조는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과 정진석 동양증권 대표이사를 상대로 한 배임 소송도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 4년간 동양증권은 동양그룹 계열사가 발행한 회사채의 평균 67.3%를 소화했으며, 이중 90%가량은 개인투자자에게 팔렸다. 현재 동양그룹 채권을 산 투자자의 수는 전국적으로 4만9천여명에 이른다. 금융감독원은 동양그룹의 CP 발행의 사기성 여부를 검토 중이다.
hwang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