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의 국회의원 총선과 12월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쇄신’과 ‘개혁’이라는 구호가 난무하고 있다. 그러나 구호는 구호에 그칠 뿐이고, 정치권의 행태는 구태의연한 기존의 정치 관행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국회는 어제 4·11 총선의 의석수를 현행 299석에서 300석으로 1석 늘리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선거구를 획정하는 과정에서 영남과 호남 등의 지역구 숫자를 줄이는 것이 불가피해지자 이를 피해 가기 위해 아예 의석을 늘리는 꼼수를 낸 것이다. 이는 국회의원 수를 200인 이상으로 규정한 헌법의 정신에도 부합하지 않는 것이라고 많은 법학자들이 지적해 왔다. 국회의원들의 ‘자기 밥그릇 빼앗기지 않기’ 행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여야는 또 저축은행 피해자 보호를 위한 특별법도 국회에서 계속 논의하고 있다. 5000만원 이상 예금자를 위해 예금보호공사 기금을 재원으로 삼아 피해 보전을 한 뒤 나중에 예산으로 메운다는 이 법안의 내용은 총선을 앞둔 대표적인 포퓰리즘 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가 많은 부산에서 표를 얻는 데 혈안이 된 여야의 총선 후보들과 지도부는 비판의 소리에 귀를 틀어막고 있다. 이에 따라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이명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가고 있다.
지난해부터 대통령 친·인척, 측근 및 각종 정부 부처, 기관 등의 비리 의혹 등이 잇따라 터지면서 정치권 전체에 대한 불만이 커지자 여야는 서둘러 당명을 바꾸는 등 이른바 쇄신 작업을 요란하게 벌여왔다. 그러나 말만 무성할 뿐 실제로 낡은 정치문화를 바꾸는 내용 있는 변화는 거의 보이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 가운데 하나가 민주통합당이 내건 모바일 국민 참여 경선 시스템이다. 휴대전화로 참여하는 모바일 국민 경선을 통해 선거비용을 아끼고, 국민의 참여를 늘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광주 동구에서 국민 경선 선거인단을 모집하던 운동원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한 데서 드러나듯이 새로운 시스템도 과거의 행태로 운영되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여든 야든 구각 깨뜨리기를 거부한다면, 또 한번 유권자들로부터 준엄한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2012-02-28 3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