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민 논설위원
1992년 12월 김영삼 민자당 후보는 대통령 당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이제 명실상부한 문민(文民)정부를 창조해냈다”고 말했다. ‘문민정부’는 김 당선자가 선거 과정에서부터 줄곧 쓰던 말이었다. 노태우 대통령이 직선으로 뽑히긴 했지만 군인 출신이니 진정한 ‘문민 대통령’은 자기라는 뜻이었다. 김 당선자는 3당 합당으로 군사정권과 손 잡았던 ‘정치적 원죄’가 아파 이 명칭에 더 애착을 가졌다는 뒷말도 있다.
▶1997년 김대중 정부 인수위에 당선자 메모가 전달됐다. ‘3대 국정 이념’이었다. 첫 번째가 ‘국민과 함께하는 정치’였다. 새 정부 명칭을 두고 토론 중이던 인수위는 여기서 힌트를 얻어 ‘국민의 정부’로 정하고 당선자 재가를 얻었다. 14대 대선 패배 후 정계에서 물러났던 김 당선자가 15대 대선을 위해 정계에 돌아오면서 만든 정당이 ‘새정치국민회의’였다. ‘국민’이라는 단어에 대한 애정이 그만큼 남달랐다.
▶2002년 대선에서 막판 역전에 성공한 노무현 당선자는 정부 이름을 ‘참여정부’로 정했다. 보통사람들의 적극적 선거 참여에 의해 당선됐으니 국정 운영에도 국민을 참여시키겠다는 뜻이었다. 청와대 비서실에 ‘국민참여수석’을 새로 두고, 장관 기용이나 주요 정책 결정에도 국민을 참여시키겠다고 했다.
▶차기 정부의 이름으로 ‘실용정부’가 거론되고 있다 한다. “과거 지향적 이념 세력이 아니라 미래 지향적 실용 세력이 필요하다”고 해온 이명박 당선자의 국정 철학을 명칭에 담는다는 것이다. 시장과 정부, 성장과 복지의 대립을 실용주의로 해결하고 대북·대미 관계도 국익을 앞세워 접근하겠다는 뜻이다. 지난 10년 헝클어진 국정 기본 틀을 ‘실용’으로 다잡으려는 의지도 실려 있다고 한다.
▶외국에선 어느 정권을 가리킬 때 보통 집권자 이름을 붙여 ‘○○정부(Government)’라고 부른다. 대통령제인 미국은 ‘○○행정부(Administration)’, 내각제인 영국·일본은 ‘○○내각(Cabinet)’이라고도 한다. 우리처럼 따로 이름을 붙이면 성격과 이미지가 선명해지긴 하지만 국정에 족쇄가 되기도 한다. “참여정부에 참여가 없다”는 식으로 비판의 빌미가 되곤 한다. 다른 나라들 하는 대로 그냥 ‘이명박정부’라고 부르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7/12/20/200712200132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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