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歷史. 文化參考

“세계最古 금속활자는…” 역사책 다시 쓸수도

鶴山 徐 仁 2006. 8. 4. 18:32
 
 
성암고서박물관 소장 ‘삼장문선(三場文選)’이 과연 ‘직지심경(直指心經)’보다 더 오랜 현존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으로 인정받을 것인가. 중국 원(元)나라가 주관한 국제 과거시험 준비 수험서였던 ‘삼장문선’에 사용된 활자가 고려시대의 활자임이 새로 밝혀짐에 따라 1377년(고려 우왕 3년)에 간행된 ‘직지심경’보다 최대 30여 년 앞서 제작된 문서라는 주장이 힘을 얻게 됐다.
 
한국서지학회(회장 송일기 중앙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최근 조병순(趙炳順) 성암고서박물관장의 논문 ‘신간유편역거삼장문선대책(新刊類編歷擧三場文選對策·삼장문선의 원제) 연구’를 학술총서로 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31일 밝혔다. 이번 결정은 학계에서 “삼장문선이 최고 금속활자본”이란 주장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1970년대에 처음 존재가 알려진 ‘삼장문선 5·6권’에 사용된 활자가 조선 초인 1403년(태종 3년) 만든 계미자(癸未字)의 작은 글자인 계미소자(小字)라는 견해가 우세했다. 조 관장은 이번 논문에서 ‘삼장문선’ 구본(舊本)을 조선 초기의 신본(新本)과 면밀히 대조 검토한 끝에 구본이 고려본이라는 유력한 증거들을 찾아냈다.
 
우선 구본은 모인액(摹印液·기름을 태운 그을음으로 만든 먹)이 금속활자에 잘 먹어 자체(字體)가 선명하고 깨끗한 반면, 신본은 광택이 떨어지는 회색 먹을 써 흐릿했다. 종이 두께 역시 구본(0.2㎜)이 신본(0.05㎜)보다 4배나 두꺼웠다. 또 구본의 원래 활자와 신본의 일부 새로 만든 활자들을 비교해 보면 구본이 훨씬 아름답고 원형에 가까워 고려시대에 만든 책임을 입증해 준다. 조 관장은 “고려시대의 금속활자와 제지 기술이 조선 초기보다 오히려 뛰어났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조선 초에 계미소자를 따로 만든 것이 아니라 고려 서적원(書籍院)에서 만들어 썼던 활자들을 조선시대에 이어받아 계미자의 작은 글자로 활용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원로서지학자인 천혜봉 성균관대 명예교수도 최근 ‘한국서지학’ 개정판에서 “계미자의 작은 활자는 고려의 서적원에 전해 온 활자를 그대로 계승한 것”이라며 계미소자에 대한 견해를 수정했다.
 
조 관장은 또 ?신본이 원나라가 아닌 송(宋)나라 판본의 격식을 따르기 위해 구본의 조판틀을 180도 거꾸로 해 사용한 점 ?구본이 중요 인물(황제)이 등장하면 문장 중간에도 다른 행으로 빼내 서술하는 대두법(擡頭法)을 통해 원나라 황실에 경의를 표시한 반면 신본은 원나라를 철저히 격하하고 있다는 점 등을 구본이 고려본이라는 증거로 제시했다.
 
‘삼장문선’ 구본(舊本)의 제작 연대는 처음 원나라에서 이 책이 나온 1341년(충혜왕 2년)에서 고려가 원나라가 아닌 명나라로 과거 응시생을 파견하기 시작한 1370년(공민왕 19년) 사이로 추정되고 있다. 안병희 서울대 명예교수는 “삼장문선은 프랑스에 있는 직지심경과 달리 국내에 현존하고 있으며, 사찰이 아닌 고려의 국립출판기관인 서적원에서 제작한 것이어서 더 큰 의미를 지닌다”고 평가했다.
 
유석재 기자 karm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