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歷史. 文化參考

[사진으로 본 전통의 숨결] (5) 천연염색

鶴山 徐 仁 2006. 8. 4. 10:36

‘살짝 물들인 듯한 쪽빛 명주색의 새벽’,‘홍화로 잘 염색한 모시를 닮은 저녁노을’(詩 : ‘노을의 연가’에서 ).

우리 하늘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말들이다. 천연의 식물에서 색소를 추출하여 수많은 색을 창출한 우리민족의 감각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 천연염색의 제품들. (부천 천연 염색연구원, 원장 이종남 www.naturalcoloring.co.kr)
우리나라 색채문화는 유구하다. 고구려의 고분벽화는 천연의 재료로 채색되어 있다. 고려와 조선시대 우리 조상들은 풀꽃으로 물을 들여 옷을 입었다. 한해살이 쪽으로 청(淸)을 내고, 괴화로 황(黃)을, 잇꽃으로 홍(紅)을 물들였다. 거기에 소귀나무 열매인 양매로 흑(黑)을 내고 옷감색인 백(白)을 포함해 오방색으로 생활 속에서 멋을 부렸다.

거의 모든 천연염료는 약재나 식용으로 사용되므로 이를 소재로 염색을 할 경우 독성을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어느 정도의 약리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 홍화 염색은 황색물이 옅어질 때까지 2∼3일간 계속 물을 갈아서 빼주어야 선홍색의 천을 얻을 수가 있다.
2000여년 동안 우리민족과 숨결을 같이했던 천연염색은 색상면에서 보면 일반적인 화학염색에 비해 은은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첨가하는 매염(媒染)제의 종류와 양에 따라 색이 미묘하게 변하면서 포근한 느낌을 안겨준다. 가슴이 아리도록 우리의 정서에 깊이 파고드는 힘을 갖고 있다.

천연염색은 자연의 숨결을 간직한 전통색채의 마술(魔術)인 것이다.

사진 글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 마른 홍화에 물을 부어 주물러 노란 색소를 뺀다.

▲ 전통염색의 재료로는 식물성·동물성·광물성을 두루 사용한다.

▲ 8월 중순을 전후하여 쪽풀의 꽃대가 생겨, 꽃망울이 막 트기 시작할 때를 맞추어 쪽풀을 베어야 한다(전남 나주).

▲ 쪽염색때 옷감에 물들이고 세탁하여 말리는 과정을 10번 이상 반복하면 가을하늘의 푸른 하늘처럼 청아한 쪽빛이 나타난다.

염색장 중요 무형문화재 115호 정관채씨

“합성염료 때문에 우리 것이 뒷전으로 밀리는 것 같지만 우리생명의 본향이 전통인 걸 어찌 속일 수 있겠습니까.” 한 때 중학교 미술교사였던 정관채(48·염색장,2001년 중요 무형문화재 115호 지정)씨는 고향인 나주에 공방을 짓고 쪽을 재배하며 염색장의 맥을 잇고 있다. 쪽염색을 배우려는 수강생이 늘어나는 것이 큰 보람이다.“치자나 쪽으로 물들인 옷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게 될 외국인들을 상상해 보세요.” 제자 대부분이 한복제작자, 대학강사, 디자이너들이다. 그들이 좋은 작품을 내도록 도와서 전통염색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는 게 꿈이란다.

▲ 정관채씨
“농사에 들이는 정성과 자연에서 잠시 색을 빌리겠다는 겸손함이 있어야 고운 마음의 색깔을 낼 수 있지요.” 직접 농사를 지어 염료를 수확하는 정씨는 재능보다 물들이는 사람의 마음자세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기사일자 : 2005-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