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문고가 몇 줄인지 아십니까?” 서양음악을 위주로 교육받은 탓에 대부분
자신있게 대답하지 못한다.
그러나
거문고는 그 소리가 은은하고 그윽하여 예로부터 속내를 비치지 않는 고고한 기품의 선비들이 애호하던 우리의 전통 현악기이다. 명주실을 꼬아 만든
줄을 쓰며 왼손으로 ‘괘’를 집고 오른손으로는 식지와 장지사이에 끼운 술대를 가지고 줄을 내려치거나 올려 뜯어서 소리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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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음악을 계승발전 시키려면 국악의 대중화가 절실하다. 가야금 4중주단 “여울”은 우리소리의 원형보존과 현대적
활용을 시도하는 젊은 여성국악인 모임이다. | |
6현(絃)인 거문고에 비해
가얏고(가야금(伽倻琴)의 우리말 표현)는 오동나무의 울림통위에 12현을 얹은 다음 머리쪽에는 ‘담괘’라고 하는 것을 두어 줄을 버티고, 고리에는
‘양이두’를 꽂아 줄을 감아 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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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요무형문화재 제42호 악기장 고흥곤이 만든 거문고 (위)와 가야금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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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고 소리가 웅장하고
남성적인데 비해 가얏고는 소리가 부드럽고 아름다우며 섬세해 여성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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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 영조42년(1766년)에 여주 신륵사의 오동나무를 베어 만들었다는 기록이 악기의 후면에 새겨진 작은 여금.
투박하게만 여겨지던 거문고에 그려진 화려한 학문양이 이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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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는 중국의 강한
영향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독창성을 지니고있다. 중국 진(晋)나라의 칠현금을 왕산악이 고쳐서 만든 거문고와 당나라의 쟁(箏)을 우륵이 본떠 만든
가얏고는 우리민족의 음악관을 바탕으로 새로운 음악세계를 주체적으로 수용한 대표적인 예이다. 현재까지 우리음악사에서 중요한 맥을 이루며 전승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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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야금줄은 명주 생사로 만드는데, 음높이에 따라 줄의 굵기가 달라, 낮은 음은 굵고, 높은 음은 가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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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문명의 예술인 서양음악이
청중들을 열광시키는데 비해 자연의 예술인 우리음악은 흥과 한을 모두 한덩어리로 녹여내어 듣는 이의 마음을 가라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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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야금의 몸통에 덧붙인 12개의 구멍에 부들(줄)이 꿰어진다. 봉의 꼬리같다고 하여 봉미라 하며, 느티나무와
대추나무를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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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고와 가얏고는 바로
조상의 숨결이 스민 우리 소리의 고향이다.
사진 글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 거문고 명인 중요무형문화재 1호 성경린옹
아침 9시면 어김없이 버스를 타고 용인을 출발하여 서초동 국악원에 출근한다는 성경린(95·중요무형문화재 제1호 종묘제례악 예능보유자)옹.
그의 손에는 항상 거문고의 술대가 쥐어져 있다. 구순을 이미 넘긴 명인의 중후한 손놀림이 눈으로 보이다 이내 귀로 들려오는가 싶더니 천천히
가슴으로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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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경린옹 | |
80년 이상을 궁중음악의
외길을 걸으며 그 맥을 이어온 그의 일거수일투족에는 매사를 삼가고 두렵게 여기며 지내는 삶의 자세와 오묘한 인생의 진리가 배어있는 듯하다.
버들가지 같은 가야금을 타는 이는 많아도 거문고 연주자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현실에 대해 “거문고가 어려운 탓입니다. 이미 정해져있는
음을 누르는 것이 아니라 음을 만들어내야 되니까요”라고 말한다. 그는 또 “한우물 파기보단 유행이나 이해타산에 쉽사리 휩쓸리는 국악계의 세태가
아쉽다.”고 한다.
사진 글 이언탁기자 utl@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