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歷史. 文化參考

[사진으로 본 전통의 숨결] (2)활과 화살

鶴山 徐 仁 2006. 8. 4. 10:30

고대 중국인들은 우리민족을 동이족(東夷族)이라 일컬었다.夷자는 큰대(大)자와 활궁(弓)자의 합성문자로 우리 조상들이 활쏘기와 만들기에 무척 능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인 것 같다. 고구려의 무용총(舞踊塚) 벽화에 등장하는 활과 화살은 우리민족의 징표로 사용된다.
▲ 강원도 속초시 장사동 화랑체험관의 활쏘기모습, 삼국통일의 원동력이었던 세속오계에 등장하는 궁술은 임전무퇴의 본보기적인 전술이었다.

역사에 기록된 활의 시초는 나무로 만든 고조선의 단궁(檀弓)에서 비롯된다. 삼국시대로 오면서 탄력이 필요한 부분에 대나무를 넣고 쇠뿔이나 쇠심줄을 접착시켜서 강도를 높인 각궁(角弓)이 만들어 졌다. 현재의 활은 각궁을 말한다. 각궁은 시대가 흘렀지만 모양과 성능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세계에서 활 모양이 둥근 것은 우리의 각궁뿐이며, 쏘는 사람의 기력에 따라 힘조절이 가능한 ‘살아있는 활’이라고 할수 있다. 이러한 활을 만드는 장인을 궁인(弓人), 화살을 만드는 장인을 시인(矢人)이라 부른다.

활쏘기는 조선시대까지 무과(武科)의 중요 시험과목이었으며, 그러한 전통이 수천년 내려올 수 있었던 것은 궁시장들의 빼어난 손재주와 고집스러운 장인기질 때문이었다.

우리민족에게 활은 심신 수양의 수단이었다. 전투에서 살생의 용도를 의미하는 ‘쏜다.’는 말 대신, 심신 수련의 뜻이 강조된 ‘낸다.’는 말을 더 선호한 우리만의 ‘활의 문화’가 있는 것이다. 활을 쏘는 사람인 한량(閑良)들이 기량을 연마하고, 시합을 하는 곳인 활터에는 반드시 정자(亭子)가 있다. 정자의 기능은 그냥 노는 곳이 아니라, 풍류와 심신을 단련하는 장소였다.

활에는 빛과 밝음을 추구했던 우리민족의 광명사상과 태극사상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과녁 가운데 붉은 원은 태양의 상징이며, 활시위를 현(弦)이라 하고, 달이 차고 기울 때를 상현(上弦) 하현(下弦)이라고 이름한 것도 역시 음양의 변화작용을 활에서 찾고자 했기 때문이다.

이땅의 한량들은 활을 낼 때마다 해와 달처럼 하늘과 땅을 넘나들며 우주만물 가운데 가장 존귀한 인간의 위상을 온 몸으로 체득해간 것이다.

글·사진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중요무형문화재 ‘矢匠’ 유형기씨

“장을 담글 때 재료중에 무엇 하나 빠지면 안 되듯이 힘 활 화살이

▲ 중요무형문화재 유형기씨
맞아야 명궁이 됩니다.” 현재 유일한 시장(矢匠) 기능보유자로 지정돼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의 옛화살을 재현하고 있는 유형기(71·중요무형문화재 47호)씨는 손목이 시큰거린다면서도 시죽을 연신 불에 구워 활대를 펴고 있었다. 좋은 화살소리를 들으려면 장인의 손을 130번이나 거쳐야 한단다.“힘이 좋은 사람은 무거운 화살을 쏴야 하죠. 가벼운 놈을 강한 활로 당기면 꼬리가 휘둘려서 안 맞아. 윗마디가 굵은 놈은 걸음이 늦고 몸이 날렵한 놈은 걸음이 빠릅니다.” 마치 사상의학에 달통한 명의가 맥 한번만 집고서도 사람의 체질을 가려내어 처방을 하는 것 같았다. 대를 이으려는 아들이 있다지만 “손맛만으로도 화살을 만들 수 있어야 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더 걸릴지 모르겠다.”며 조급한 마음을 감추지 않는다.“화살은 사람의 마음이 가는 곳으로 향한 답니다.” 인생의 지향점이 있는 곳. 그는 지금 전통의 명맥을 과녁 삼아 의지의 화살을 쏘아올리고 있다.

■무형문화재 ‘弓匠’ 김박영씨

▲ 무형문화재 김박영씨
가파른 산기슭을 숨도 고르지 않고 찾아 올라간 여섯평 남짓 궁방의 한쪽에서 김박영(76·무형문화재 47호) 궁장(弓匠)은 눈길도 한번 안 준 채 조궁에만 열중이다.

활틀에 부레풀을 먹이고 쇠심줄을 감는 일이 처음 보기에도 수월치가 않다. 한참 뒤 기자의 기다림이 측은했던지 “사람이 만드는 물건이란 게 시간이 지날수록 더 낫게 생겨나지만, 어떤 것은 처음부터 완벽하게 나온 게 있더라고요. 그게 바로 우리 활이오.” 라며 말문을 연다.

뭔가를 배우려 하기엔 늦은 나이(33세)에 고향사람의 추천으로 당시 경기궁의 최고 명인인 김장환선생의 문하생으로 들어가서 각궁 전통 활만을 부천에서 40년 넘게 만들어 왔다.

탄력좋은 대나무를 적당히 잘라 좌우 양쪽에 물소뿔을 다듬어 붙인 다음 활 중간에 소의 힘줄을 두 번 채워 넣는다.

활 안팎에 매끄러운 나무 껍질을 붙여 한동안 말리면 비로소 활시위를 매고 강도를 조정하는 마지막 단계 해궁(解弓)을 밟는다.

글·사진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기사일자 : 2005-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