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데 독야청청(獨也靑靑) 송죽(松竹)은 백설(白雪)을 즐기며 짙푸르기만 하다. 솔과 대는 어찌하여 겨우내 얼어 죽지 않고 만취(晩翠)를 저렇게 뽐낼 수가 있단 말인가.
한편 땅 속의 뱀, 개구리는 말할 것 없고 강물의 물고기도 몸서리치는 겨울나기에 진력(盡力)하겠지. 냉방에서 잠 못이루는 늙고 병든 사람들, 훈련병의 귀때기는 얼마나 시리고 아릴까. 겨울나기는 생물들에게 죽살이(生死)치는, 정녕 심각한 일이다. 저렇게 몇 달을 지내야 한다.
소나무나 대나문들 어찌 이 찬 기운에 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세포가 물을 그득 품고 있는데 말이지. 한겨울 밤에는 여느 소나무나 잎이 철심같이 꽁꽁 얼어 빳빳이 굳는다. 영하 20℃가 넘는 매서움에 눈가루 그득 뒤집어써 허리가 휘청거리는데 바람까지 뒤흔들어대니 죽을 맛이다. 말 그대로 수욕정이풍부지(樹欲靜而風不止)로다! 나무는 가만히 있고 싶으나 바람이 자지 않는구나! 자욕양이친부대(子慾養而親不待)라! 부모님께 효도하고 싶으나 살아계시질 않는구나! 아무튼 아무리 그래도 지독한 솔과 대는 끄떡않고 잘도 버틴다. 무슨 요술쟁이란 말인가.
그런데 용케도, 아무리 추워도 세포 안에는 얼음 결정(結晶)이 생기지 않고 세포와 세포 사이의 틈새에만 결빙(結氷)이 된다. 세포 밖으로 물이 빠져나가 쭈그러들지만 안은 멀쩡하다고 한다. 즉 세포 틈새의 얼음알갱이가 세포 속의 물을 빨아내고, 때문에 세포 자체는 탈수상태가 되고, 물만 빠져나간 세포 안에는 상대적으로 용질의 농도가 높아져서 빙점(氷點)을 낮춘다. 게다가 항결빙(抗結氷) 물질이 세포에 가득 들어있어 얼어터지지 않는 것이라고 식물생리학자들은 말한다.
덧붙이면 날씨가 차가워지면 상록수의 세포 속에는 아미노산 무리인 프롤린(proline)이나 베타인(betaine)은 물론이고 수크로스(sucrose) 같은 탄수화물도 증가하여(농도가 짙어짐) 얼음 핵(核)이 생기는 것을 억제한다는 것이다. 이것들이 바로 ‘항결빙’ 물질이요 말해서 부동액(不凍液)인 셈이다. 식물도 겨울채비를 철저히 하고 있었구나! 옛날에 비하면 한강(漢江)이 덜 언다고 한다. ‘더러운 물은 깨끗한 물보다 잘 얼지 않는다’는 뜻일 게다. 여기서 더럽다는 것은 물 아닌 다른 유기물 용질(溶質)이 많이 들어있다는 것이고, 식물세포에도 많은 용질이 들어있어 농도가 짙어지니 그것이 추위에 대한 순응(順應)이요, 저온에 대한 적응(適應)인 것이다. 소금물이나 설탕물이 맹물보다 잘 얼지 않는다는 것을 말 못하는 저 식물들이 먼저 알고 있었다니, 놈들이 참 대단타!
그러나 저온에 천천히 순응할 기회도 없이 벼락 추위가 엄습하면 별수 없이 나무줄기가 쩍쩍 갈라터지는 소리가 나게 된다. 어느 식물을 가지고 실험한 결과도 재미있다. 2℃에서 천천히 순응시켜 영하 85℃까지 내려가도 멀쩡했으나, 1분 동안에 8℃를 낮췄더니 세포가 죽더라는 것이다. 사람이 환절기에 기온 변화라는 스트레스를 받아 감기에 잘 걸리는 것도 그런 원리라 보면 되겠다.
휴면 중인 바싹 마른 씨앗은 영하 196℃에서도 너끈히 견딘다고 하니 얼어 죽는 데는 물이 까탈을 부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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