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文學산책 마당

[스크랩] 그리움의 거리

鶴山 徐 仁 2005. 11. 16. 08:58
그리움을 먹고 사는 사람
風子/윤준호

      **그리움의 거리(距離)**

      바람도 이별하고 돌아서는 그 사람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저승의 바람처럼 차가운 뒷모습을 차마 바라보지 못합니다 해마다 가을이 오면 가슴 안 영혼의 빈터에는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을 향한 그리움으로 후드득 잎이 떨어 저 내렸습니다 그래도 올 가을은 누구를 위해서 심장의 피를 뽑아 올려서 하는 기도로 불을 밝히고 기다릴 수 있는 그리움이 남아있어 다행입니다 어쩌다 호흡이 멈출 듯이 그리워지면 덧없이 무심하게 높고 푸르기만 하늘을 보고 웃습니다 참 하늘은 멀기만 합니다 그 사람 등 돌리고 떠난 폐허에는 죽음 같은 체념의 검버섯이 자라고 굳이 살아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없는 짐승 한 마리 스스로 죽어도 넘어설 수 없는 그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서 살아서 사는 게 아니라 스스로 목숨 줄 놓지 못해서 지는 가을이 되어 살아갑니다 언제쯤 심한 땅 멀미에서 벗어나 현기증처럼 왔다가 가는 세월 잊고서 스스로 떠날 날을 알 수 있을지 세상 모두에게 잊혀진 것보다 더 아프게 등을 돌린 세상에 단 한 사람 그 사람에게 더는 다가설 수 없는 그리움의 거리(距離)로 남아서 지켜주는 것이 짐승이 하는 마지막 사랑입니다 **風子/윤준호** Haris Alexiou - To traino (기차는 8시에 떠나네)




출처 : 안개꽃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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