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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 통계자료

1995년의 경제와 2005년의 경제

鶴山 徐 仁 2005. 11. 13. 21:08
이 름   최성재 날 짜   2005년 11월 12일 토요일
1995년의 경제와 2005년의 경제

2005년 11월 11일 종합주가지수가 1250고지를 넘었다. 사상 최고이다. 나는 1000고지 이상은 위험하다고 예상했지만, 예측과는 달리 1000고지 너머에서 고원(高原)을 발견하여 안착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나는 아직까지 더 두고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장경제가 제대로 작동되는 싱가포르나 홍콩같이 경제자유도가 높다면 한국의 경제규모로 보아 2000고지를 넘겨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지만, ‘작은 시장’이 ‘큰 정부’를 상대로 두더지가 호기심을 못 이겨 땅위로 고개를 내밀듯이 간신히 고개를 내민 상황이라 간접투자가 활성화되어 외국인 투자에 크게 영향을 안 받을 정도로 매수 세력이 튼튼하다며 황소 그림(bull market)을 떡하니 그릴 수는 없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종합주가지수 1000을 하한선으로 표명한 한덕수 경제부총리의 자화자찬식 희망적 예측은 외환위기 전의 강경식 경제부총리의 ‘펀더멘탈 발언’처럼 대단히 신중치 못하다고 생각한다.

2005년의 경제상황은 꼭 10년 전인 1995년의 그것과 유사하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몇몇 대기업의 잘나감이 주는 경기 착시현상과 정부와 여당이 경제상황을 대단히 긍정적으로 보고 한국표준으로 세계표준에 맞서는 무모함이 매우 닮았다. 세계 10위권으로 커진 시장에 너무도 자연스럽게 밀려오는 개방의 물결을 허겁지겁 모래주머니로 막으려 들지 말고 봄바람처럼 불어오는 자유의 바람을 굳이 피하려 들지 말고 쌍수를 들어 환영해야 할 시점에서, 김영삼 정부는 ‘부자를 고통스럽게’ 만들기 위해 정의의 칼을 뽑아 들었다. 막 정치의 서슬에서 벗어나려던 경제가 정치의 용광로에 내던져져서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다.

개혁 또 개혁, 귀족노조 탄생, 재벌 매도, 환율 고평가, 무역적자 확대, 1995년 대망의 1인당 국민소득 1만불 달성, 종합주가지수 1000 재돌파에 이은 향후 10년간 깨지지 않을 신기록 수립, 해외여행 붐, 1996년 OECD 가입, 금융시장 개방, 일본의 ‘버르장머리 고치기’, 현대에 괘씸죄 씌우기, 삼성반도체의 초호황에 따른 경기 착시 현상, 삼성 죽이기, 기아 살리기, 성수대교 내려앉음, 삼풍백화점 무너짐, 이인모 북송, 쌀 주고 뺨 맞기, 강릉 무장 잠수정 침투, 동남아 외환위기, 노동법 파문, 세자 현철의 세도, 한보 부도 등등으로 도무지 뭐가 뭔지 모르게 되었다. 불안의 먹구름이 서서히 몰려오고 공포의 천둥이 멀리서 점점 가까이 다가오며 잦아지기 시작했다. 마침내 도둑같이 찾아온 태풍과 벼락! 한국의 ‘펀더멘탈’은 모래와 거품과 쓰레기라는 것이 밝혀졌다.

2005년은 몇 가지 점에서 1995년보다 월등하다고 자랑할 수 있다.
1) 무역흑자 2) 적정 환율 3) 낮은 금리 4) 세계최대 무역흑자국인 독일을 능가한 2천억불의 외환보유고 5) 금융시장에서 손이 제일 커진 외국자본 6) 3분의 1 수준으로 낮아진 기업부채 비율 7) 은행의 흑자 행진 8) 소니를 능가한 삼성전자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상쇄하고도 남는 악재가 수두룩하다.
1) 반기업정서와 기업의 투자 위축 및 삼성 때리기 재연(再演) 2) 국가권력과 하나된 노조 3) 극약 처방의 부동산 정책 4) 균형개발과 행정중심도시로 인한 전국의 토지 폭등 5) 재정적자 6) 외환보유고보다 많아진 국가부채 및 500조원을 돌파한 개인부채 7) 5% 미만의 저성장 기조 고착 8) 점점 악화되는 청년실업률 9)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노노(勞勞) 대결 10) 경제에 대한 정치 우위의 외교통상 정책 및 그에 따른 자유무역협정 체결의 지지부진
이들 악재는 언제든지 종합주가지수와 GDP를 한꺼번에 반 토막 낼 수 있는 폭발력을 갖고 있다.

이상 10개의 악재를 다 합한 것보다 훨씬 더 큰 악재가 있다. 그것은 북한이다. 북핵과 북한인권에 대한 ‘청개구리 정책’ 때문에 안보의 둑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핵과 북한인권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북핵에는 한 푼도 지원하지 않아야 하고 북한인권에는 아낌없이 지원해야 한다. 그 길만이 김정일 정권이 아니라 북한주민을 살리고 극소수 친북좌파가 아니라 절대다수 한국인을 살리는 길이다. 그러나 연이은 두 정권이 불을 향해 맹렬히 날아가는 부나비처럼 ‘김정일 태양’을 향해 넋을 잃고 달려가고 있다.

‘북핵 반대, 북한인권 우려’라는 지극히 추상적인 대원칙만 밝히고, 실지 행동은 김정일 기쁘게 하는 데 국가의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합의사항에 대한 강제이행의 방법은 천둥소리로 반대하고 대북 퍼주기에 대한 투명성은 모기 소리로 찬성한다. 북한의 노동자농민 2천만에 대해서는 한국의 갯지렁이와 도롱뇽에 쏟는 관심도 보이지 않는다. 결국 무죄임이 밝혀졌지만, 단 한 명의 목숨과도 관계없는 정적 아들의 병역 의혹에 대해서는 방송과 인터넷과 신문과 핸드마이크로 5년에 한 번씩 주야장천 365일 내내 금방이라도 하늘이 무너질 듯이 침식을 잊고 사교의 광신도처럼 울부짖던 사람들이 2천만 목숨이 달린 북한인권에 대해서는 쥐 죽은 듯이 조용하다. 무려 8년 동안! 북핵과 북한인권에 관해서라면 세계최강 미국과도 감히 맞서고 가장 객관적인 잣대를 가진 UN과도 서슴없이 얼굴을 붉힌다.

한국 외에는 절대 터뜨릴 수 없는 핵무기 개발에 최우선적으로 쓰일 게 뻔하고 쓰였을 게 뻔한 현금을, 어르신의 심기에 맞춰 알아서 기는 데는 단연 세계 최고인 한국인답게 대북 퍼주기의 실상에 대해 사실은 누구보다 잘 알 수밖에 없는 정부와 여당이 가로세로 각각 3,000리나 되는 거창한 민족화해의 현수막과 내장산 단풍보다 현란한 만국기를 내걸고 북과 징과 꽹과리와 날라리를 울리면서, 노모가 큰아들과 큰며느리 눈을 피해 시집 못 간 딸들과 공모하여 한 손에는 협박을 들고 한 손에는 애원을 들고 걸핏하면 나타나는 망나니 막내아들에게 닥치는 대로 퍼주듯이, 마카오와 금강산과 개성을 통해 때로는 귀신도 모르게 때로는 천하가 다 알 정도로 버젓이 바리바리 싸 보낸다.

혹 누가 그 투명성에 대해 티끌만한 의혹을 제공해도 길길이 뛴다. 그러나 5억불 상납에서 보듯이, ‘지나고 나면 땡’이다. 얼굴 하나 안 붉히고 통일비용이라며 도리어 ‘피도 눈물도 없는 수구냉전’세력을 개탄한다. 이제는 국채를 발행해서라도 보내려고 한다. 빠삐용보다 비참하게 사는 탈북자에게는 단돈 1만원도 안 보내는 자들이! 앉아서 굶어 죽기보다는 맞아 죽을지언정 중국의 개돼지보다 못한 취급을 받을지언정 오로지 한 번이라도 배불리 먹고 싶어서 압록강과 두만강의 사선을 넘은 ‘같은 민족’에게는 단돈 1만원도 안 보내는 자들이! 한 달 판공비 1천만원도 적다고 투덜거리면서!

1997년의 외환위기는 미구에 닥칠 안보위기에 비하면 찻잔 속의 태풍에 지나지 않는다. 세계최강 미국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 그 국력이 1만분의 1, 10만분의 1도 안 되는 나라와 대테러 전쟁 하나 치르는 데도 영국, 호주, 일본, 폴란드 등과 손을 잡고 중국, 러시아, 프랑스, 독일 등을 중립으로 만들어 놓지 않고는 감히 바다를 건너지 못하고 일방적인 승리 후에도 국내외의 입방아 때문에 저리 곤욕을 치르는데, 단 1주일 치의 탄약도 없이 핵은커녕 1000km 날아가는 미사일도 한 기 없이, 머리 꼭대기까지 화난 미군 없인 대북 정보전에서 깜깜 절벽인 상황에서, 한국의 정부와 여당은 날마다 군대의 사건사고를 속속들이 들춰내며 천하태평이다.

당이 결심하면 언제 어디서든 총폭탄이 되어 달려가는 2000만 인민을 영실동무(영양실조)로 만들고 젖먹이가 엄마만 믿듯이 ‘위수김동’과 ‘친지김동’만을 믿고 따르던 노동자농민 300만을 굶겨 죽이면서까지 선군사상의 붉은 기를 높이 받들고 군대가 경제만이 아니라 정치까지 완벽히 장악한 북한의 군부독재정권에게 그 선의를 믿어 의심치 않고 피골이 상접한 북한 풀뿌리가 단 한 명 그 목구멍으로 밥이 넘어가는 것을 확인함도 없이 달라는 대로 퍼주면서, 군량미와 군비확장에 절대 전용되지 않으리라고 확신하고 아니 국민들에게 그렇게 세뇌시키며, 세계최강 미국과 세계2대강국 일본의 약을 바짝바짝 올려 완전 결별의 로드맵을 착착 진행시키면서, 과연 안보와 경제를 지킬 수 있을까.

세계 11위의 경제력과 세계 12위의 무역규모가 안보 태풍 앞에서는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를, 1997년의 애교스러운 외환위기를 겪고도 모른다면, 직접 경험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후 저승에 가서 구름을 치며 후회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2005. 11.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