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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2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취임식 당시 ‘국민대표 50인’ 중 한 명으로 참석했던 한 서민의 고언(苦言)편지가 눈길을 끈다. 자신을 노 대통령과 ‘개띠 동갑(同甲)내기’라고 밝힌 이 남성은 취임식 당시 느낀 기대감과 현재의 실망을 함께 담은 편지를 6일 청와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렸다.
이 남성은 편지에서 “대통령님을 ‘개띠 동갑내기’라고 부르는 것을 먼저 널리 헤아려 주셨으면 한다”며 “대통령이 권위와 격식을 누구보다 따지지 않으실 뿐 아니라, 저와 같은 개띠 동갑에 생일도 하루 차이가 나서 이렇게 부르고자 한다”고 운을 띄웠다.
그는 “가난한 보릿고개를 함께 넘긴 동시대인으로서 대선 때 비록 연출된 것이긴 해도 ‘노무현의 눈물’을 보면서 같은 동갑내기로, 하루 먼저 세상에 나온 분이 대통령이 된 것을 마음껏 축복하고 자부심까지 느꼈다”며 “다행스럽게도 취임식에 초청을 받고 안개 낀 영동고속도로를 아내와 함께 가면서 그 기대와 감흥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식장에 혼자밖에 들어 갈 수 없어 아내를 광장에 둔 미안함도 있었지만 서리 내린 의자를 훔치며 ‘나도 역사의 현장에 함께 할 수 있구나’ 하는 마음과 동갑내기가 진정한 지도자가 되기를 마음으로 빌었다”며 “진정으로 상식과 순리가 이 땅에 물 흐르듯 하고, 어둡고 소외된 곳까지 손길이 닿아 웃음과 희망이 넘치는 지도자이기를 빌면서 ‘오늘 온 길이 헛되지 않았구나’ 하는 마음을 안고 내려왔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2년 9개월이 흐르면서 구설수에, 탄핵의 폭풍에, 이념의 갈등 등으로 통합보다는 분열이, 포용보다는 배척이, 화해보다는 미움이 증폭되어 20%대라는 지지율에 선거의 참패는 계속되고 있다”며 “식장에 들어서면서 나눠주는 비표(秘標)같았던 페넌트 하나만 달랑 쥐었어도 ‘이제는 뭔가 달라지는구나’ 했던 기대는 가고 (취임식장에) 온 자동차 기름값과 통행료를 손해 본 듯한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라고 물음을 던졌다.
그는 또 “‘노무현의 눈물’을 생각하고 상식과 순리가 널리 확산되리라 믿었던 이 동갑내기의 마음과 가슴은 물론 머리까지도 그 때의 순수한 기대와 희망을 점점 멀리하기에 이르렀다”며 “젊고 활기 찬 동갑내기 대통령이라면 민생(民生)의 현장, 재해의 현장에서 자주 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었는데 말이 씨앗이 돼 구설수에 오른 안타까운 일들을 더 자주 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주 외국순방 하는 것은 보고 있지만 민생현장에서 대통령님의 행보는 적은 것은 무슨 연유일까”라고 물은 뒤 “남은 임기 동안 ‘국민이 대통령입니다’란 초심(初心)을 제발 잊지 않으시고 대선 때 ‘노무현의 눈물’의 의미가 국민들 삶 속에 용해돼, 청와대를 나오셔서 전 대통령들과는 다른 존경 받는 이웃으로 함께 하셨으면 하는 게 동갑내기의 진심 어린 바람”이라고 편지를 마무리했다.
아래는 편지 원문.
[편지]'개띠 동갑(同甲)내기' 노 대통령님께
글쓴이 : eic100 (eic100) 작성일 : 2005-11-06 오후 12:52:29 글번호 : 358329 입동을 하루 앞두고 스산한 가을비가 내려 겨울을 재촉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대통령님을 ‘개띠 동갑내기’라고 부르는 것을 먼저 널리 헤아려 주셨으면 합니다. 옛날 같으면 경칠 노릇이지요. 노 대통령께서 “국민이 대통령입니다.”라고 하셨고 권위와 격식을 누구보다 따지지 않는다고 저 나름대로 생각해 이렇게 부르게 됨을 용서해 주시었으면 합니다. 이렇게 부르고자 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습니다. 같은 개띠 동갑에 음력으로 8월 6일이 생일이신 데 저는 바로 다음날이기 때문에 더욱 이렇게 부르고자 하는 이유도 있다는 것을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지난 남미방문 때 비행기안에서 수행원과 기자들 앞에서 생일축하를 받으셨다고 했는데 다음날 저는 아내가 끓인 미역국이 놓인 조촐한 아침상을 받았었습니다. 가난한 보릿고개를 함께 넘긴 동시대인으로 대선 때 비록 연출되기는 했어도 ‘노무현의 눈물’을 보면서 같은 동갑내기로, 하루 먼저 세상에 나온 분이 대통령이 된 것을 마음껏 축복하고 자부심까지 느끼게 했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취임식에 초청을 받고 안개 낀 영동고속도로를 아내와 함께 가면서 그 기대와 감흥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식장에 혼자밖에 들어 갈 수 없어 아내를 광장에 둔 미안함도 있었지만 서리 내린 의자를 훔치면서 ‘나도 역사의 현장에 함께 할 수 있구나’ 하는 마음과 동갑내기가 진정한 지도자가 되기를 마음으로 빌었습니다. 취임식을 마치고 무개차에 올라 식장을 나오실 때 수 많은 인파를 헤치고 앞자리에 서서 흔드시는 손과 그 어깨에 무거운 짐이 실려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참으로 잘하시리라 박수를 보냈었습니다. 진정으로 상식과 순리가 이 땅에 물 흐르듯 하고, 어둡고 소외된 곳까지 손길이 닿아 웃음과 희망이 넘치는 지도자이기를 빌면서 ‘오늘 온 길이 헛되지 않았구나’ 하는 마음을 안고 돼 밟아 내려왔었습니다. 그런데 2년 9개월이 흐르면서 구설수에, 탄핵의 폭풍에, 이념의 갈등 등으로 통합보다는 분열이, 포용보다는 배척이, 화해보다는 미움이 증폭되어 20%대라는 지지율에 선거의 참패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식장에 들어서면서 나눠주는 비표(秘標)같았던 페넌트 하나만 달랑 쥐었어도 ‘이제는 뭔가 달라지는구나’ 했던 기대는 가고 (취임식장에) 온 자동차 기름값과 통행료를 손해 본 듯한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요? ‘노무현의 눈물’을 생각하고 상식과 순리가 널리 확산되리라 믿었던 이 동갑내기의 마음과 가슴은 물론 머리까지도 그 때의 순수한 기대와 희망을 점점 멀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저의 생각이 옹졸한 것인지는 몰라도 젊고 활기 찬 동갑내기 대통령이라면 민생(民生)의 현장, 재해의 현장에서 자주 볼 수 있을 것이라 기대 했었는데 말의 씨앗이 도리어 구설수가 된 안타까운 것을 더 자주 접할 수 있었습니다. 믿기 어려운 통설(通說)이지만 ‘개띠’는 밖으로 나돌아야 먹을 것이 많이 생긴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런 연유인지는 몰라도 자주 외국순방을 하는 것은 보고 있습니다만 민생현장에서 대통령님의 행보는 극히 적은 것은 무슨 연유일까요? 이제 올해도 한달 밖에 남지 않았고 대통령님의 임기도 반(半) 이상을 돌아 왔습니다. 겨울이 다가 올수록 서민들의 삶은 더욱 팍팍한 것은 너무나 잘 아실 것입니다. 남은 임기 동안 ‘국민이 대통령입니다’라는 초심(初心)을 제발 잊지 않으시고 대선 때의 ‘노무현의 눈물’의 의미가 국민들의 삶 속에 용해돼 청와대를 나오셔서 전 대통령들과는 다른 존경 받는 이웃으로 함께 하셨으면 하는 동갑내기의 진심 어린 바램입니다. 스산한 가을비 탓에 편지마저 스산한 감을 지울 수 없는 것을 보니 개띠도 이젠 환갑(還甲)에 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늘 건강에 유의하시길 멀리 있는 동갑내기가 빕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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