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敎育.學事 關係

"언니는 내 삶의 '빽'… 대학도 합격했어요"

鶴山 徐 仁 2005. 10. 27. 17:39
고달픈 청소년들의 '든든한 동반자' '또띠' 첫돌
'1대1 인연' 무슨 일들이…
탤런트 정찬씨도 숨은 멘토… 모두 206명으로 늘어
인생상담 9000여건 “누군가 곁에 있다는 게 좋다”
허윤희기자 ostinato@chosun.com
입력 : 2005.10.27 03:32 40' / 수정 : 2005.10.27 11:08 23'


▲ 또띠 프로그램의 멘토와 멘티로 만났던 임지희(25·왼쪽)씨와 임은정(18)양. 마음을 활짝 연 만남 1년 만에 은정양은 예전의 밝은 모습을 되찾았다. /이진한기자 magnum9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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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된 청소년과 직장인을 1대1로 맺어주는 우리 이웃 ‘또띠’가 첫돌을 맞았다.〈본지 2004년 10월 20일 보도〉 바쁜 직장인들이 인터넷상에서 멘토(mentor·인생의 스승)로서 청소년들(멘티·mentee)의 후원자가 되어주자는 ‘e멘토링’ 프로그램이다. ‘또띠’는 멘토의 ‘토’와 멘티의 ‘티’자를 따서 합성한 단어. 삶이 고달픈 아이들, 주변에 믿고 따를 어른이 없어 방황하는 청소년들과 ‘마음까지 함께 하자’는 취지로 탄생했다. 그동안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임은정(18·서울 A고등학교)양은 잃었던 웃음을 다시 찾았다. 스타일리스트가 되고 싶었지만,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꿈은 실현 불가능해 보였다. 탁 터놓고 고민을 나눌 사람도, 의지할 누군가도 없었다. 그래서 늘 얼굴이 그늘져 있던 은정이가 이제는 친언니보다 더 살가운 ‘멘토’ 임지희(25·다음커뮤니케이션)씨를 만나 모든 게 바뀌었다고 했다. “매사에 자신없고 우울했던 제 성격이 밝아졌다고, 담임선생님도 놀라세요.”

처음에는 마음을 여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매일 접속해 얘기를 나누고 오프라인 만남까지 가지면서 인연이 깊어졌다고 했다. 은정이는 “때론 친언니 같고 때론 선생님 같은 언니가 있어 너무 든든하다”고 했다.

진로 문제,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 고민들, 속상한 가족 얘기…. 혼자 끙끙대던 문제들을 털어놓고 나면 마음이 후련해졌다.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커질 때마다 언니가 날 붙잡아줬어요.”

은정이는 얼마 전 경문전문대 방송연예코디학과에 합격했다. 또띠 1기 장학생으로 장학금 100만원을 받아 등록금 걱정도 덜었다고 했다. 다음커뮤니케이션 직원들이 추렴해 만든 기금이다. 강서청소년자활지원관에서 배운 네일아트도 이젠 수준급이다.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서 이혼한 아버지와 살고 있는 최보은(가명·16)양. 중학교 때 처음 가출한 뒤 아예 학교를 자퇴했다. 집으로 돌아와 검정고시 학원을 다녔지만 아버지와 갈등이 심해 석 달 만에 그만뒀다고 했다. 멘토 김현숙(25·다음커뮤니케이션)씨를 만난 뒤부터 조금씩 달라졌다. 김씨는 “꿈을 이루려면 학력이 필요하니까 검정고시는 꼭 통과하자”고 다독였고, 보은이도 용기를 냈다. 보은이는 “단짝친구한테도 말할 수 없던 얘기들을 언니한테는 할 수 있었다”면서 “일본어도 공부하고 고시공부도 하고,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졌다”고 했다.

탤런트 정찬씨도 ‘숨은’ 멘토로 활약했다. 지난해 본지 기사를 통해 또띠 프로그램을 접한 직후 사무국에 연락했다고 했다.

그는 바쁜 촬영 스케줄 속에서도 일주일에 서너 번씩 접속해 멘티에게 글을 남긴다. “제 청소년기를 돌아보며, 그때 제가 했던 고민들을 살려 보게 됩니다. 조언을 해주기보다는 친구처럼 들어주고 함께 고민해주고, 해결 방법을 찾아가려고 했어요.” 아이는 아직 자신의 멘토형이 연예인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정씨는 “끝까지 몰랐으면 좋겠다”며 멘티 이름을 공개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지난 1년 동안 멘토와 멘티들은 9000건이 넘는 글을 홈페이지에 올리며 인생을 상담해왔다. 또띠 프로그램의 최대 성과는 바로 이들의 끈끈한 1대1 커뮤니케이션이다. 대인관계가 서투른 아이들은 대화를 통해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 알았고, 사회 생활에 필요한 기초 지식과 정보도 얻었다. 우리이웃네트워크 참여기업인 다음커뮤니케이션과 NHN 임직원 138명으로 출발했던 멘토는 206명으로 늘었고, 중부재단·로레알·투어익스프레스 등 3개 기업이 동참했다.

지난 14일 다음세대재단은 또띠에 참여했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상담조사를 했다. 또띠를 통해 가장 좋았던 점으로 응답자 98명 가운데 24명이 “고민 상담 및 조언자가 생긴 것”을 꼽았다. 그 다음은? “그저 누군가가 옆에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좋다”고 15명이 답했다. 다음세대재단 방대욱 실장은 “말하자면 아이들에게 아주 든든한 ‘빽’이 생긴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