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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바생(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듯 어렵게 취업한 졸업생)’이라고 불릴 만큼 어렵게 취업문을 통과했던 많은 청년 취업자들이 직장을 얼마 다니지 않고 그만두고 있다. 통계청의 올해 조사에 따르면 청년 취업자(15~29세)의 약 70%가 평균 17개월 만에 첫 직장을 그만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 취업정보업체들의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오고 있다. 취업정보업체 인크루트가 대기업 81개사를 대상으로 입사 후 1년 안에 퇴사한 직원의 비율인 ‘신입사원 이탈률’을 조사한 결과, 평균 이탈률이 28%나 됐다. 대기업 신입사원 최종합격자 3명 중 1명이 1년 안에 회사를 그만두는 셈이다. 심지어 이탈률이 50% 이상 되는 기업도 18개사(22%)나 됐다.
채용정보업체 커리어(career.co.kr)가 직장인 1939명에게 ‘현재 직장에 앞으로 얼마동안 근무할 생각인지’를 물어본 결과도 1년 이내에 그만둘 생각을 하고 있는 직장인이 59.6%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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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채용포털 커리어와 다음 취업센터가 공동으로 퇴사 또는 이직자 2451명을 대상으로 입사 후 왜 바로 퇴사를 결심하게 됐는지 질문한 결과 30.1%가 ‘비전 없는 회사’라고 답했다. 그 다음으로 ‘예상과 다른 업무’(23.4%), ‘예상과 다른 급여 및 복리후생’(22.7%), ‘까다로운 상사 및 동료’(15.1%) 등 순으로 대답했다.
때문에 일단 합격해 놓고 이직을 준비하는 사람이란 의미의 ‘취업반수생(就業半修生)’도 많다. 인크루트가 지난 5월 20~30대 직장인 11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33.8%(378명)가 애초에 현 직장에 다닐 의사가 없으면서 임시방편으로 입사한 뒤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는 ‘취업반수생’으로 드러났다.
조사에 따르면 취업반수생의 82%가 채용공고를 매일 검색하고 있었다. 이들은 취업 준비를 하는 곳은 50.8%가 퇴근 후 집에서라고 답했고, 회사 내 업무 시간이라는 답변도 20.1%나 됐다.
모 섬유회사에서 영업을 담당하고 있는 김모(여·26)씨는 주말 시간을 온통 이직 준비에 쏟고 있다. 토요일에는 토익 주말반을 듣고 일요일에는 회화 스터디를 하고 있다. 이력서만 150번을 냈었다는 김씨는 “회사에 합격하고 처음에는 취업이 어려우니까 열심히 다니려고 했는데, 회사에 비전도 없고 영업이 적성에 맞지 않아 이직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직장은 잠시 거쳐가는 곳이라는 생각에 휴가를 내서 입사 시험이나 면접을 보기도 한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이모(26)씨는 올해 여름 휴가 기간을 이용해서 공무원 시험을 봤다. 이씨는 “나이가 들면 취업이 어려울까봐 일단 일반 기업에 들어갔지만 공무원에 미련이 남아 틈틈이 시험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무역회사에서 회계업무를 맡고 있는 김모(여·25)씨는 이번 휴가 때 서울 K대학의 교직원 면접 시험을 봤다. 김씨는 “요즘 직장인들 사이에 휴가철 이직은 하나의 트렌드다”라며 “휴가를 몰아서 길게 잡으면 현재 다니는 직장에서 의심을 받기도 한다”고 했다.
실제 헤드헌팅 전문업체 아인스파트너(www.ains.co.kr)가 중소기업 인사담당자 809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사원들의 퇴사율이 가장 높은 시기로 전체 응답자의 58.6%가 ‘휴가철 직후’를 꼽았다. 인사담당자의 68.4%는 휴가철 직후 퇴사율 상승으로 스트레스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직에 성공할 경우 만족으로 이어진다. 다국적 제약업체인 한국 아스트라제네카 대전지점에서 영업을 맡고 있는 이재규(31)씨는 올해 특별한 여름 휴가를 보냈다. 회사 영업사원 중 실적 상위 5%안에 들어 지난 7월 유럽 여행을 다녀왔기 때문이다. 3년 전까지 이씨의 직업은 백화점 숍 매니저였다. 이씨는 “온종일 매장에 매달려 있어야 하는 데 지쳐 회사를 옮겼다”며 “특기인 마술을 이용해 좋은 영업 실적을 올릴 수 있어 일석이조다”고 말했다.
미국계 홍보회사에서 일하는 김은애(여·30)씨는 전직 항공사 승무원이었다. 여러 번 낙방 후 8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5년 전 항공사에 입사했지만 2년 만에 그만뒀다. 김씨는 “처음엔 이직이 두려웠지만, 결국은 전 직장 경험을 나중에 활용할 수 있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더 좋은 직장을 찾아 끊임없이 이직하려는 ‘파랑새 증후군’으로 발전할 우려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현재 공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박모(30)씨는 2002년 이후 3년여 동안 5번의 이직을 했다. 박씨가 다녔던 회사는 외국계 광고회사, 은행, 신문사 기자, 무역회사 등 다양하다. 박씨는 “돈도 적당히 받고 안정적이며 제가 하고 싶은 일도 마음껏 할 수 있는 직장이 뭘까 항상 고민하다 보니 직장을 여러 번 옮기게 됐다”고 말했다. 박씨는 지금도 공연기획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취업정보업체 잡코리아 유승민 상무는 “이직을 해서 처음보다 더 못한 직장으로 간 경우가 허다하다”며 “성급한 이직은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새로운 이상만을 추구하여 어떤 직장에도 만족하지 못하는 ‘파랑새 증후군’을 낳을 수 있다”고 주의를 촉구했다. 인크루트 최승은 팀장은 “요즘은 전에 근무했던 회사에 면접응시자의 평판을 묻는 평판 조회(reference check)를 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며 “성공적인 이직을 위해선 현재 다니는 회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직을 꿈꾸는 신세대 직장인들에게 회사가 비전을 제시해 주려는 노력도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황인경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신입 사원들은 향후 조직을 이끌어갈 차세대 주자들”이라며 “이들의 흔들리는 마음을 회사에서 잡아주지 못하면 인재 관리의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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