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政治.社會 關係

중국은 블랙홀?… 지구촌 에너지 흡수 '비상령'

鶴山 徐 仁 2005. 9. 11. 08:58
중국은 블랙홀?… 지구촌 에너지 흡수 '비상령'
"에너지 확보 못하면 세계 중심 국가 어렵다" 정부가 나서서 공격적으로 자원 확보
경제 성장으로 에너지 수요 급증‥ 미국 중심 시장 벗어나 산유국과 독자관계 구축 나서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serijys@seri.org
입력 : 2005.09.10 21:24 22'

중국 석유업체인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공사(CNPC)가 지난 8월 22일 카자흐스탄 3위 석유업체인 페트로카자흐스탄을 41억8000만달러(약 4조18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이로써 중국은 2008년부터 카스피해 유전 및 천연가스 지역으로부터 안정적으로 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석유공급로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 41억8000만달러는 중국기업 해외투자 사상 최고액수다.

이는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던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의 미국 석유회사 ‘유노컬’ 인수 포기 선언에 이어진 조치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중국의 유노컬 인수 포기는 사실상, 의회를 포함한 미국의 강력한 압력에 의해 좌절되었다고 해야 정확한 표현이다. 유노컬 인수 좌절과 페트로카자흐스탄 인수는 향후 에너지 자원 확보 여부가 세계 경제질서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란 사실과 중국의 에너지 자원 확보 노력이 얼마나 강력하고 광범위하게 전개되고 있는지를 시사해주고 있다.

중국 국영석유회사들은 이미 활발한 에너지 자원 흡수 노력을 하였고, 또한 상당한 실적을 거두고 있다. 즉 중국의 에너지 자원 확보 노력의 첫 번째 특징은 매우 공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3대 국영석유회사 중 하나인 CNPC는 카자흐스탄, 베네수엘라, 수단, 알제리, 이라크, 이란, 인도네시아 등의 석유채굴권을 획득하였다. 또한 계열사인 페트로차이나를 통해 캐나다 오일샌드 트러스트에 투자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석유화공집단공사(SINOPEC)도 이란으로부터 향후 30년간 2억5000만톤의 LNG를 공급받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야다바란 유전의 지분 50%도 획득하였다. 그리고 1억5000만달러를 투자해 캐나다 시넨코 에너지와 오일샌드 개발을 위한 합작사를 설립키로 했다. 미국 9위 정유업체 유노컬 인수를 시도했던 CNOOC도 2002년에 인도네시아 렙솔사가 보유한 유전권을 파격적인 가격에 매수하여 인도네시아 최대 외국계 정유회사로 부상했다. 또 자회사를 통해 캐나다 기업 MEG에너지의 지분 16.69%를 인수하고, 앨버타주 오일샌드에서 원유 채굴권을 확보하기도 했다. 고곤, 브라우즈 등 호주 천연가스전 지분의 인수도 검토하고 있다.

중국 에너지 자원 확보 노력의 두 번째 특징은 중국 정부가 앞서서 에너지 자원 확보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국가 차원의 외교 결실과 중국 국영회사의 에너지 자원 흡수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적극적인 에너지 정상외교를 통해 러시아,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등 자원부국들과 자원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중남미 4개국에 10년간 300억달러 투자를 약속하고, 러시아에도 120억달러 투자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또한 석유 자원부국인 이란과 수단에도 접근하고 있다.

세 번째 특징은 중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석유시장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인 에너지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국제 석유시장에 참여하기보다 산유국과의 특별한 관계조성을 통한 자원개발 및 협력을 추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1997년 11월 러시아와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를 구축하였고 2001년 6월에는 중국, 러시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이 참여하는 ‘상하이 협력기구’를 발족해 카스피해 자원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2003년 10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 자원협력 강화협정을 체결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중국 정부의 노력은 중국 경제발전의 핵심요소인 에너지 자원 획득이 미국의 통제하에 들어가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에너지 소비형 산업구조도 한몫

가장 주된 이유는 현재뿐만 아니라 향후에도 에너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확히 표현하면 중국 경제의 고성장으로 에너지 수요는 급증하는 반면 중국 내 에너지 생산량은 한계에 직면해 에너지가 부족해진 것이다. 중국은 이미 1993년 석유순수입국, 1997년 에너지 순수입국으로 전환되었다. 최근 들어서는 국내 소비가 크게 늘어나면서 원유 등 원자재의 수입의존도가 급상승하고 있다.(원유 수입은 1997년 3600만톤에서 2004년 1억600톤으로 급증) 원유의 경우 중국은 2003년부터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석유소비국, 원유 수입량은 미국, 일본, 한국, 독일, 프랑스에 이어 세계 6위로 부상했다. 이로 인해 중국의 석유수입은 급증하고 있고 중동 의존도도 심화되고 있다. 중국의 에너지 소비가 급증한 것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중국 경제가 고속성장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1980~2002년 동안 에너지 소비가 연평균 4.17% 증가하는 등 1980년대 개혁·개방 추진 이후 에너지 소비가 급증했다. 그러던 것이 2002년 이후에는 에너지 소비가 훨씬 빠른 속도로 증가해 연평균 에너지 소비 증가율이 2002년 9.6%, 2003년 13.2%로 급증했다. 에너지 소비의 급증은 중국의 에너지 소비가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산업 부문에 편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OECD 국가들 중 선진국의 경우 에너지 소비가 산업·생활·교통 부문에 3분의 1씩 동일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반면 중국의 경우(2002년 기준)에는 산업 부문 54%, 생활 부문 15%, 수송 부문 15%로 산업 부문 비중이 월등히 높다.

반면에 중국 내 에너지 생산량은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특히 석유의 경우 중국 내 생산은 다칭(大慶), 청리(勝利), 랴오허(遼河) 등 3대 대형 유전 모두 노령화하여 한계에 직면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 3대 유전은 중국 전체 생산량의 약 70%를 차지했으나 장기채굴로 자원이 고갈되어감에 따라 1990년대부터 비율이 감소하고 있다. 해저유전의 개발은 전체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에 불과함에도 향후 영유권 분쟁의 소지를 내포하고 있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서부 지역의 정갈 분지, 타림 분지, 콰이담 분지, 오르도스 분지 등 동부 지역을 대신하기 위한 개발도 진행되고 있으나, 지리적인 불리함과 인프라 구축이 부족하여 물류비용이 추가로 소요되는 등 아직까지 투자환경이 열악한 상황에 있다. 석유 수급을 종합해 볼 때 중국은 석유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해지고 있어 중국의 석유 수입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질 것이다. 이에 따라 2030년 중국의 석유 수입 의존도가 82.5%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치가 나오기도 했다.

다음은 정치적인 측면으로 중국 정부는 에너지를 국가 안보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향후 에너지 자원의 확보 없이는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경제 성장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세계 중심국가로 부상할 수도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나아가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를 견제하기 위해서도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원자바오 총리를 수장으로 하는 범정부적인 에너지문제 대책기구인 ‘국가 에너지 영도소위’를 출범시키는 등 에너지 문제를 이미 국가안보 차원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 기구에 외교부장(리자오싱)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에너지 관련 정보수집과 대책 마련시 외교라인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위안화 강세 이용해 에너지 확보 가속화

향후 중국의 에너지 자원 확보 노력은 앞에서 살펴본 정치ㆍ경제적인 이유로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에너지의 안정적인 확보가 경제 성장을 위한 가장 중요한 관건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어 대내적인 노력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에너지 정상외교 및 해외자원개발 등 대외적으로도 노력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막대한 외환보유고도 에너지 자원 확보에 힘을 실어줄 것이다.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7110억달러(2005년 6월 말 기준)로 세계에서 일본(8435억달러) 다음으로 많다. 지금과 같은 외환보유고 증가 속도라면 곧 일본을 추월할 것이 뻔하다. 여기에다 최근 위안화 평가절상까지 단행해 강한 위안화를 이용해 에너지 자원 확보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다.

강화되고 있는 중국의 에너지 확보 노력은 그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세계경제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에너지 자원 확보에 실패할 경우 중국은 안정적인 경제 성장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고, 이는 곧 연쇄적으로 세계경제의 성장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에너지 자원 확보에 성공할 경우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중국의 공격적인 자원 확보로 전세계적으로 에너지 수급 및 가격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