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퍼주기 논란에 대해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는 냉전주의자들의
모함과 시기라고 가슴을 치며 답답해 한다. 통일비용을 줄이는 일이자, 불쌍한 북한동포를 돕는 일이요, 벼랑 끝과 벼랑 끝을 이어주는 전쟁과
쇠망의 가느다란 외줄을 평화와 번영의 튼튼한 다리로 바꾸는 일이라고 강변한다. 남북문제의 주무장관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2003년부터 북한판
마셜 플랜이라고 세계를 상대로 아리아를 뽑더니, 금년에는 북한이 핵 포기 의사만 밝혀도 매시간 200만 kwh의 전기를 냉큼 제공하겠다고
세레나데를 부른다. 스스로 큰 일을 했다는 자부심에 얼굴이 온통 상기되어 있다. 벌써부터 대선의 김칫국을 마시고 있다.
1년 만에
열린 6자회담에서 북한이 작전을 살짝 바꾸어 평화적인 핵 이용권을 들고 나와서 회담을 공전시키자, 친북세력들은 일제히 북한의 그 주장을 지당하고
지당하여이다, 라며 ‘전쟁광’ 미국을 성토하고 나섰다. 10년간 25조원에 달한다는 전기는 당연히 보내야 하고 감사 받을 필요가 전혀 없는
남북협력기금도 5천억원에서 내년에 당장 1조원으로 늘리자고 145명의 의원을 거느린 여당이 정기국회에서 어떤 일보다 서둘러 제의했다. 몇 달
사이에 당초 안에서 3500억원을 증액했다. 전기는 별도로 하더라도, 1조원이면 약 10억불인데, 북한 노동자의 월급이 시장환율로 1달러니까,
2000만 중 노동인구를 60%로 잡으면 1200만에 달하는 그들에게 1년에 12달러씩 1억4천4백만 달러(금강산 광광비조로 단 한 명 안 가도
무조건 상납하는 돈이 바로 이 액수임), 그러니까 북한 노동자 전체의 7년 연봉을 매년 주자는 말이다. 문제는 이 돈이 북한의 노동자와 농민에게
단 1달러도 돌아가지 않는다는 데 있다.
1947년 미국의 국무장관 조지 마셜의 제안으로 시작된 유럽부흥계획 곧 마셜 플랜은
서독만이 아니라 유럽 16개국을 되살린 종자돈이다. 당시 달러로 114억 달러, 요새 돈으로 치면 1000억 달러에 달하는 큰돈이다.
여기서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전제조건이 있다. 그것은 바로 서독이 나치의 질곡에서 벗어나 전국민이 전쟁의 광기에서 깨어났다는
사실이다. 누가 시킬 것도 없이 전국민이 전력을 다해 일할 마음의 자세가 되어 있었다는 말이다. 아래에서 위까지 하나같이 파괴가 아닌 건설에,
이웃 국가에 대한 증오와 질시가 아닌 선린과 우호에, 군사와 정치가 아닌 경제와 문화에, 만인의 만인에 대한 감시와 고발이 아닌 이웃과 동료에
대한 협조와 보호에, 대중을 선동하는 연설이 아닌 이웃을 이해하고 용서하는 대화에, 획일이 아닌 다양성에, 구름 잡는 명분이 아닌 등 따습고
배부른 실리에, 몸과 마음을 기꺼이 불사를 준비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런 마음가짐의 국민들에게 종자돈을 뿌리자, 그것은 금세 싹 트고 자라고
꽃 피고 열매 맺어 수십 배 수백 배로 국부(國富)가 늘어났던 것이다.
현재 북한에 주는 것은 직접 북한주민의 입으로 들어가는
것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는 한, 모조리 김정일 독재체제 유지와 적화통일을 위한 군비확장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것이 독재의 속성이다. 누구도
독재자의 뜻을 거스를 수 없으니까. 히틀러가 살았을 때 어느 누가 감히 유태인 학살에 반대했던가. 모택동이 살았을 때 어느 누가 감히
개혁개방하자고 입을 놀렸던가. 저 위대한 등소평조차 노동자 신분에 감지덕지하며 5천자에 달하는 장문의 편지로 황제 폐하의 심기를 달래기에
급급했던 것이다. 제발 죽이지는 말아 달라고 애원했던 것이다. 죽고 나면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조국을 미국에 맞서는 세계 2대 경제강국으로 만들
웅대한 계획도 아무 소용이 없으니까. 북한에 주는 것은 크든 작든 2차대전 전에 히틀러에게 평화와 화해의 흰 깃발을 흔들며 달러와 식량을 퍼주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태평양전쟁 전에 또는 그 전쟁 중에 일본 군국주의자에게 미국이 달러와 석유와 군량미를 퍼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랬다면 미국은 전쟁에 졌거나 무승부를 기록했을 것이다. 일본도 독일처럼 참담하게 패전하고 나서야 비로소 제 정신이
들었다. 그 때 너그러운 미국이 더 이상 과거를 탓하지 않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가르쳐 주면서 원조도 제공하자, 일본은 불 일 듯이
일어났던 것이다. 때마침 김일성이 스탈린의 제국주의 전략에 앞장서 이쁜 짓하느라고 동족상잔을 일으키자, 돈맛을 안 일본이 물실호기(勿失好機)라
크게 전쟁 특수를 누려 금방 세계2위의 경제강국으로 발돋움하는 계기를 마련했던 것이다.
같은 돈을 써도 한국과 필리핀도 얼마나
달라졌는가. 애국애족에 불타는 한국의 유능한 지도자들은 일본으로부터 유무상 원조를 받아 그것을 열 배 백 배로 키웠지만, 사리사욕에만 눈이 먼
필리핀의 무능한 지도자들은 오히려 무상원조는 한국보다 2억 달러나 더 받았지만, ‘가문의 영광’을 위해 흔적도 없이 탕진하여 아시아의
파라다이스를 한 때 아시아의 거지 국가로 통하던 나라보다 10배나 못 살게 만들었던 것이다. 빈곤과 불안과 절망의 나라로 만든 것이다.
오로지 독재체제의 유지와 무력적화통일의 야욕이 넘쳐 밤낮없이 선군사상을 부르짖는 김정일 정권에게 분배의 투명성은 구두선으로만
요구하고, 사심 없는 인도적인 지원일지언정 쌀 한 톨 동전 한 개라도 아무런 반대급부를 요구하지 않고 달라는 대로 무조건 주기만 하면, 그것은
북한주민을 더욱 괴롭히고 이윽고 한국인 전체를 노예로 삼는 데 사용될 따름이다. 하물며 북한 노동자농민 전체가 받는(실지로는 공장 가동률이
20%도 안 되어 개미 땀방울보다 작은 그 월급이나마 받는 노동자는 전체의 20%도 안 됨) 연봉의 7배를 해마다 꼬박꼬박 바치고, 그것도
모자라 그 25배에 해당하는 천문학적인 돈을 군수공장에 쓰일 게 뻔한 전기로 바꾸어 배보다 배꼽이 더 크게 보너스조로 애걸복걸하며 안겨 준다면,
김정일의 독재체제는 얼마나 공고해지겠으며 그 군사력은 얼마나 강화될까. 생각만 해도 아득하다. 망하려고 작정하지 않는 한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을, 노무현 정부는 김대중 정부에 이어 너무도 태연하게 아니 자랑스럽게 밀어붙이고 있다. 피 같은 돈을 대는 국민에게 도리어 눈을 부라리며
목숨을 걸고 추진하고 있다.
“독사야, 독사야, 먹을 건 얼마든지 줄 테니까, 제발 독을 뿜지 마라. 누가 곁에 가도 절대 물지
말고, 알았지?”
(2005. 9. 9.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57번째 생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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