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변창흠 서울역 쪽방촌 공공개발에…"공산당이냐" 반발

[단독]변창흠 서울역 쪽방촌 공공개발에…"공산당이냐" 반발

 

[중앙일보] 입력 2021.02.09 11:15 수정 2021.02.09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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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 기자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5일 서울 용산구 KDB생명타워 LH주택공사에서 열린 국토부 주관 서울역 쪽방촌 정비방안 계획발표에서 발언 하고 있다.[뉴스1]

 
"공산당도 이런 공산당이 없습니다. 입지 좋은 땅을 공공개발이라는 사탕발림으로 주민들을 현혹해서 정부가 빼앗아 가는 겁니다."
 
정부가 지난 5일 전격적으로 발표한 '서울역 쪽방촌 정비사업 추진방안'에 대해 해당 지역 토지·건물주들이 "결사반대한다" 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역 쪽방촌'은 서울역에서 남산 방향으로 있는 용산구 동자동 일대(4만7000㎡)를 개발하는 것으로 후암특별계획구역 1획지(후암특계1구역)로 지정됐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지난 5일 '서울역 쪽방촌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공공주택 및 도시재생 사업'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바로 전날 공공주도 정비사업 등을 통해 전국에 83만60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2·4대책'이 나온 직후라 관심을 더 했다. 
 
변창흠 국토부 장관은 '서울역 쪽방촌' 정비사업 추진계획 발표식에 참석해 "4일 발표된 공공주택 복합사업과 유사하게 진행되고 있고, 선도 사업으로 진행된다"고 강조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공동 사업시행자로 나서 2410가구(공공주택 1450가구, 민간분양 960가구)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내용이다. 서울시 계획에 따르면 17개 동 최고 40층짜리 아파트로 지어질 예정이다. 정부는 "주민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올해 지구지정을 완료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2023년 공공주택 단지를 착공해 2030년에 민간분양 택지 개발을 끝내는 일정까지 소개했다.  
 
하지만 해당 지역 토지·건물주들은 "주민들과 어떤 협의나 의견 수렴도 이루어지지 않은 일방적인 내용이며 아무런 사전 동의 없이 기습적으로 정부가 발표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오정자 후암특계1구역 준비추진위원장은 "지난해 5월 27일 자로 종전의 지구 단위 도시계획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올해 연말에 발표되기로 한 서울시와 용산구청 등의 용역 결과를 차분하게 기다리고 있었다"며 "그러던 중 이 지역 정비사업을 추진한다는 언론 보도를 통해 접하게 됐다. 용산구청 관계자가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거라는 얘기가 있었는데, 이런 식으로 발표할 줄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서울역 인근 동자동 쪽방촌이 고층 아파트 단지로 거듭난다. 지난 5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용산구는 '서울역 쪽방촌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공공주택 및 도시재생 사업'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사진은 7일 서울 동자동 후암특별계획구역 1구역 1획지와 일대. [연합뉴스]

 
변 장관은 이날 "이 사업은 (2·4대책) 발표 전에 구상된 사업으로 현재는 공공주택특별법 상 소규모 개발 사업으로 지정됐다"며 "주민 동의와 무관하게 공공주택을 긴급하게 필요로 하는 지역에 대해서 공공기관이 지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오 위원장은 "다른 재개발·재건축은 토지건물 소유주의 선택에 따라 지정된 동의율이 충족되어야 나머지는 현금 청산하게 되는데, 우리 동네의 경우 개인들의 사유재산을 사실상 대규모 강제수용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국토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해당 지역 토지와 건물 소유주들에게는 '정당보상'하겠다고 밝혔지만 '정당보상'이라는 것은 공시지가에 따라 현금청산 후 토지와 건물 소유자의 사유재산권을 박탈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후암특계1구역(동자) 준비추진위원회가 용산구청과 LH에 확인한 결과, 공공주택 특별법은 주민 동의 없이 진행된다. 2020년 2월 4일까지 소유 및 실거주분에 한해 공공분양권을 주는데 2026년까지 다른 지역의 주택을 사면 입주할 수 없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이 사업은 국토부와 LH 계획한 것으로 우리도 나중에 알게 됐다"며 "주민들과 오랜시간 동안 협의하며 재정비용역을 하고 있었는데 우리도 황당하다"고 밝혔다.
 
추진위는 "동자동의 토지와 건물 소유주들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공공의 이익이라는 명분으로 사유재산권을 박탈하고, 개발 주체로서의 토지건물주를 개발행위의 결정에서 완전히 배제하는 것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추진위는 "동자동 역시 후암특계1구역으로 묶여 수십년간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낙후 우범지역으로 전락했고 해당 토지건물주는 타지역으로 이주한 경우가 많다"며 "이런 현실성을 고려하지 않고 토지건물주를 단순 투기꾼 취급하고 있다. 법적 대응을 포함하여 우리의 사유재산을 지키기 위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한 소유주는 "결국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급히 튀어나온, 대국민 선전용 공급확대 대책에 우리가 희생양이 되는 것"이라며 "이 나라가 정말 자본주의 국가가 맞는지 의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소유주는 "공산당도 이런 공산당이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주민은 "영등포역 쪽방촌 정비사업의 경우 주민 90%가 쫓겨나다시피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서울역 주변도 같은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변창흠 장관이 LH 사장 재임시설인 지난해 1월 발표한 서울 영등포역 쪽방촌 정비사업의 경우, 계획을 발표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아직 세입자 이주단지 보상계획도 마련하지 못했다.  
 
영등포역 쪽방촌 정비사업은 영등포역 주변 쪽방촌 1만㎡ 일대를 LH와 SH 등의 공기업이 최고 40층의 높이의 주상복합아파트로 개발해 영구임대주택 370가구, 행복주택 220가구, 분양주택 600가구를 공급하는 프로젝트다. 입주 시기는 2023년이라고 발표했지만, 현재로썬 실현 가능성이 작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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