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밑에 있으려면 세 가지는 꼭 지켜줘야 한다.
첫째로 남의 정 가르는 짓은 하지 말 것. 정히 좋으면 몇 달 간만 살림
차리는 것은 좋지만 조강지처 내쫓고 안방 차지하는 것은 못 봐준다.
둘째로는 살림을 덜어내도 집과 양식은 남겨줄 것.
화류계 사랑, 재물 오가는 거야 당연지사지만 남을 거덜 나게는 하지 말라는 뜻이다.
좋은 벌치기는 꿀을 떠도 반드시 남기고 뜬다.
셋째 기둥서방은 안 된다. 서로 좋아 결혼하는 거야 말리지 않지만 기
둥서방 두고 이 집 들락거릴 생각은 마라.
너희들을 위해서도 이 세 가지는 꼭 명심해야 한다.
너희들이 다시 업을 짓게 되는 것은 대개 이 세 가지를 지키지 못해서다.”
이문열 저(著), 「변경6」 (문학과지성사, 275-276쪽) 중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백운장이라는 술집 주인이 술집 여인들에게 한 말입니다.
비록 몸을 팔아 사는 막장 인생으로 살지라도, 남의 정 가르는 짓은 하지 않는 것,
남의 살림을 거덜 나게는 하지 않는 것, 기둥서방을 두지 않는 것.
최소한의 도리를 지키며 살라는 교훈입니다.
「경주 최부잣집 300년 부의 비밀 책」 에는 그 유명한 최부잣집 가문
이 지켜 온 가훈이 나옵니다. 그 중에 이런 가훈이 있습니다.
“흉년에는 남의 논, 밭을 매입하지 말라. 흉년 때 먹을 것이 없어 싼
값에 내 놓은 논밭을 사서 이웃을 원통케 해서는 안 된다.”
타인의 불행 속에 이득을 챙기거나, 타인의 불행을 자신의 의로움을
나타내는 방편으로 삼는 속물이 되지 말라는 교훈입니다.
막장 인생이라도 속물이 아닌 사람이 있고,
고상하게 보이는 사람이라도 속물 인생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