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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가 만난 사람] "통일 돼도 북 엘리트 몰락 없다" 확신줘야 한국에 도움/ 중앙일보

鶴山 徐 仁 2014. 7. 20. 13:16

[중앙SUNDAY가 만난 사람] "통일 돼도 북 엘리트 몰락 없다" 확신줘야 한국에 도움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2014.07.20 01:04

방찬영 카자흐스탄 키멥대 총장

경제학자이자 북한 전문가인 방찬영 카자흐스탄 키멥대 총장은 “평화통일을 위해서는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비한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정동 기자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 정권이 갑자기 붕괴하면 그 부작용은 엄청납니다. 우선 북한에서 급변사태가 발생할 경우 가장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당과 군부의 핵심 엘리트들을 안심시켜야 합니다.”
17일 방한한 카자흐스탄 키멥대 방찬영(78) 총장은 서울 양재동 자택에서 중앙SUNDAY와 인터뷰를 하며 먼저 통일 문제를 꺼냈다. 미국 경제학 박사 출신이지만 그는 북한 전문가이기도 하다. 미 샌프란시스코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할 당시 아시아문제연구소장을 맡았다. 그는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북조선의 대외개방 개혁정책과 합리적 대북정책의 모색』 등 북한 관련 책도 여럿 펴냈다. 1990년대에는 북한의 나진·선봉 경제특구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김용순 노동당 비서를 만나 북한의 경제개혁 방안에 대해 조언하기도 했다.

그는 또 1991년 옛 소련으로부터 분리·독립한 카자흐스탄의 경제시스템 개혁을 주도했다. 사회주의에서 자본주의로의 전환 작업에 직접 참여한 것이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남북통일에 접목시키고 싶다고 했다. 방한 기간 중 그는 26일 서울 양재동 K서울호텔에서 ‘남북의 융합적 통일 모델을 준비하라’는 주제로 강연한다(주최 키멥대 한국교류센터 070-4010-2299).

-북한 김정은 정권에 대한 평가는.
“김정은 정권은 5~10년 안에 무너질 것으로 본다. 현재 북한의 상황을 볼 때 최고 지도자는 암살을 당하거나 자연사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김일성부터 이어져 온 북한의 가문통치, 유훈통치는 끝나게 될 것이다. 북한은 그동안 유훈통치를 통해 정권의 정통성을 담보해왔다. 하지만 김정은이 사망할 경우 더 이상 유훈통치는 북한 인민들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가지 못할 것이다. 생필품조차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정권에 대한 신뢰는 무너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통일 플랜이 있다면.
“북한의 붕괴에 대비해 상당히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우선 통일이 되더라도 북한의 엘리트들이 몰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줘야 한다. 통일을 통해 더 나은 사회로 변신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김정은 정권 붕괴 후 북한에 당과 군이 참여하는 과도정부가 수립될 경우 한국이 이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 남북관계를 적대관계에서 협력관계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다. 또 북한의 비핵화를 완료하고 119만 명에 달하는 북한군의 규모를 10만~15만 명으로 대폭 줄이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로 인한 유휴인력은 북한의 철도·항만·전기시설 등 인프라 건설 분야로 돌려야 한다.
통일비용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당장 10년간 3000억 달러(약 310조원) 정도가 필요하다. 연간 300억 달러 이상을 지원한다면 군 병력 축소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과 일반 인민들이 생계를 유지하는 데 큰 보탬이 될 것이다. 일본이 북한에 지불해야 할 전후 배상금도 재원 중 일부가 될 수 있다. 그리고 나진·선봉의 경제특구를 해주·남포·원산 등으로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다. 북한의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외국 자본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경제특구를 확대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통일 프로세스가 자리 잡을 경우 남북한 신뢰는 회복될 수 있을 것이며, 북한 인민들의 생활 수준도 향상돼 순탄한 평화적 통일을 일궈낼 가능성이 커진다.”

-통일을 위해서는 주변 강대국들의 역할이 중요한데.
“현재 북한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나라는 중국이다. 박근혜 정부가 중국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점이 있다. 한반도 통일로 인해 중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 중 하나는 한반도가 완충지대(Buffer Zone)로서의 역할을 잃는 것이다. 이럴 경우 중국과 미국이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는 상황이 조성될 수 있다. 통일 후 주한미군이 한반도에 남는다면 중국으로서는 최악이다. 중국은 결코 이를 원치 않는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는 중국의 안보에 위협이 되는 미국의 정책에 매우 신중히 대처해야 한다.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MD) 체계도 그중 하나다.
또 김정은 정권 붕괴 후 북한에 과도정부가 수립될 경우 중국은 일정 부분 역할을 할 것이다. 오랫동안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북·중 관계를 볼 때 과연 양국 엘리트 집단이 어떤 방식으로 협력하느냐에 따라 통일의 방향이 결정될 수도 있다. 중국과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에 대해선 어떤 입장인가.
“평화통일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준비하자는 데는 적극 찬성한다. 하지만 준비위에 대해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 이 조직은 정치적인 단체가 아니다. 한반도 통일을 위한 범민족적인 사명을 띠고 있어야 한다. 벌써부터 보수와 진보 인사의 위원 비중을 놓고 싫은 소리가 나오면 안 된다. 우리 사회의 통일을 바라보는 시야가 아직 좁은 것 같다. 통일을 위해서는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준비위 위원들에게 보수와 진보라는 잣대를 들이대서는 안 된다. 또 준비위가 통일정책과 관련된 정치 권력을 행사하는 무대로 전락해서도 안 된다.”

-그럼 어떤 대안이 있나.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역학 구도를 볼 때 통일은 한국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으론 얻을 수 없다. 주변 열강들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역할은 한반도 통일에 절대적이다. 한국의 시각으로만 통일 문제를 봐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준비위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주변 강대국들의 시각을 그들의 입장에서 대변하고 분석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필요하다. 미국·중국·러시아·일본 등에는 적지 않은 한반도 전문가들이 있다. 우리 동포 중에도 훌륭한 학자들이 많다. 이들을 준비위에 포함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럴 경우 국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준비위의 구성과 역할에 대한 논란도 종식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통일 플랜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필요하다. 정치·경제·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골고루 초빙돼야 한다. 통일은 결국 단순히 국토의 통합이 아니라 두 개의 사회가 하나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방찬영 1964년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콜로라도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았다. 캘리포니아주립대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 등에서 교수로 활동했다. 91년 카자흐스탄 대통령 경제특별보좌관과 경제개혁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아 자본주의 체제의 정착에 기여했다. 92년에는 카자흐스탄의 인재 양성을 위해 키멥(KIMEP)대를 설립해 중앙아시아의 명문대로 키워냈다

최익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