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는 21세기 선진 문명국가를 지향하는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현주소이자 국가적 불행이다. 침몰과 대응 과정에서 재난구조 및 위기관리의 총체적인 문제가 드러났다. 박근혜정부가 국정과제로 설정한 ‘국민안전’과 ‘안전한 사회’ 구축이 무색하게 돼 버렸다.
이제는 슬픔을 딛고 더 이상 이러한 불행이 반복되지 않도록 냉정하게 재난구조 등 국가 위기관리 체계 전반을 점검하고 그 쇄신 방안을 마련하는 데 진력해야 할 때다. 쇄신 방안 구축에 있어서 위기관리 체제, 위기관리 활동, 위기관리 환경 측면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첫째, 세월호 참사 대응 과정에서 드러난 당국의 시행착오와 혼란에 대해 모두들 ‘국가 위기관리의 컨트롤타워 부재(不在)’를 지적한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진단이다. 본질은 국가 위기관리 체계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한 사람의 문제, 즉 위기관리 체계의 운영 미숙이다.
현재 재난관리 등 국가 위기관리는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대통령 훈령)에 따라 ‘컨트롤타워’가 분명히 있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재난위기의 총괄지휘처인 중앙안전관리위원회, 지휘본부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정부합동재난대책지원단, 중앙수습지원단, 재난합동조사단) 및 시·도 재난안전대책본부 등 위기관리 체계가 구축돼 있다. 문제는 지휘부에서부터 일선 요원에 이르기까지, 일부를 제외하곤 임무 수행에 관한 기본적인 법령·지침·매뉴얼 등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고 있어 위기 대응 능력을 제대로 갖출 수 없었다는 점이다. 이를 바로잡지 않고는 ‘국가안전처’ 등 기구를 설치해도 의미가 없다.
둘째, 위기관리 활동에 있어서 ‘현장의 중요성’이다. 사고 현장을 도외시한 대책 수립은 사상누각(沙上樓閣)이다. 위기 대응활동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는 현장 전문요원과 장비가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는 상태에서 위기관리 활동은 무의미하다. 특히, 촌각을 다투는 위기 현장 수습에 있어서 현장 지휘부의 판단과 역량은 결정적이다. 따라서 이제라도 위기관리 전문가 양성을 위한 관련 교육 프로그램 운영, 매뉴얼의 현장화 및 위기 대비 훈련의 쇄신이 요구된다. 특히, 안전한 사회 구축을 위한 예산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셋째, 위기관리 환경의 쇄신이 필요하다. 국민의 일상화된 안전의식, 피해자와 가족 보호 관리, 선정적인 언론 보도, 난무하는 유언비어 등 제어 문제, 자원봉사 활동의 체계화 등 범국민적 위기 대비 의식의 제고를 위한 상시적 프로그램을 구축하지 않고는 효율적인 국가 위기 대처 역량을 갖추기 어렵다.
넷째, 위기 발생 시 정부는 위기관리의 주체로서 중심을 잡고 신속한 대응과 복구, 후속 위기 재발 방지 활동 등을 책임있게 수행해야 한다. 특히, 포퓰리즘을 경계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의 경우를 보면, 재난관리의 주체가 누군지 모를 정도로 정부가 우왕좌왕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다이빙벨 투입이다. 다이빙벨이 세월호 참사 현장 투입에 적합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에겐 상식인데, 일부 얼치기 전문가와 언론의 집요한 선동과 실종자 가족의 거듭된 요청 때문에 투입했던 것이다.
다섯째, 세월호 참사처럼 국가 위기만 발생하면, 이를 악용하려는 세력들에 대한 범국민적 대처가 필요하다.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참사를 당한 슬픔에 피해자 가족과 전 국민이 고통과 슬픔을 공유하고 있는 마당에, 이에 편승해 반정부 투쟁을 선동하며 사회를 교란하려는 북한 및 종북세력, 이번 기회에 자파(自派) 세력의 정치적 입지를 확대하려는 일부 불순 정치세력, 얼치기 전문가와 사이비 언론 및 악성 범죄꾼들에 대해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
출처: 문화일보 2014년 5월 9일자 포럼.
원문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405090107393719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