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5.11 10:00
[포커스]무기력한 해경 해부
세월호 침몰 사건을 계기로 해양경찰의 총체적 ‘부실’이 도마에 올랐다. 해경은 서해 5도에서 불법조업 중국 어선을 단속하다 직원이 목숨을 잃으면서 여론의 동정을 받아왔다. 하지만 더 본연의 역할이라 할 수 있는 재난 사고 대응활동을 잘 수행하지 못하면서 그 존재 이유에 물음표가 달리게 됐다. 어디서부터가 잘못된 것일까. 이에 대해 해경 내부 사정에 밝은 인사들은 최근 해경이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존재 이유를 증명하기보다는 급격한 ‘세 불리기’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려 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런 움직임은 이명박 정부에서 뚜렷해졌다. 이명박 정부 시절 해경청장은 모두 육경 출신으로 이들은 대부분 경찰청장 하마평에 올랐던 사람들이다. 대부분 상급기관의 동향에 민감한 인사들이었던 셈. 현재도 청와대 민정수석실에는 해경 직원이 근무하며 암행감찰을 하고 있다. 몇 년 전 총리실 민간인 사찰 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해경 직원이 총리실에서 근무했다. 이들의 공식적 업무는 다른 파견직원들과 마찬가지로 암행감찰이나 대통령 친인척 관리지만 청와대나 총리실의 분위기를 해경 측에 알려주는 창구 역할도 했다는 것이 한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해경 직원들이 금융정보분석원(FIU)에서 근무하게 된 것도 세 불리기의 사례 중 하나다. FIU는 국내와 해외 간 수상한 자금거래 및 세탁 관련 정보 수집, 국내 2000만원 이상의 자금거래를 분석해 검찰과 국세청 등 유관기관에 통보하는 기관이다. FIU에는 검찰과 국세청, 관세청, 경찰 직원들이 오랫동안 파견 나와 있었는데 3년 전부터 해경 직원 몇 명도 이 곳에서 근무하고 있다. FIU 사정에 밝은 인사들은 하나같이 “해경이 FIU에 파견 나와 있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해경이 공식적으로는 밀수와 관련된 업무를 하겠다고 파견을 보냈겠지만 밀수 관련 업무는 세관에서 담당하는 것”이라며 “해경은 현장을 적발하는 것까지 임무이고 나머지는 수사기관이 담당하는데 왜 해경이 FIU에 파견을 나가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정기관 관계자 역시 “해경이 바다 근무는 기피한 채 자꾸 승진에 유리한 기관에 파견만 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이런 움직임은 이명박 정부에서 뚜렷해졌다. 이명박 정부 시절 해경청장은 모두 육경 출신으로 이들은 대부분 경찰청장 하마평에 올랐던 사람들이다. 대부분 상급기관의 동향에 민감한 인사들이었던 셈. 현재도 청와대 민정수석실에는 해경 직원이 근무하며 암행감찰을 하고 있다. 몇 년 전 총리실 민간인 사찰 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해경 직원이 총리실에서 근무했다. 이들의 공식적 업무는 다른 파견직원들과 마찬가지로 암행감찰이나 대통령 친인척 관리지만 청와대나 총리실의 분위기를 해경 측에 알려주는 창구 역할도 했다는 것이 한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해경 직원들이 금융정보분석원(FIU)에서 근무하게 된 것도 세 불리기의 사례 중 하나다. FIU는 국내와 해외 간 수상한 자금거래 및 세탁 관련 정보 수집, 국내 2000만원 이상의 자금거래를 분석해 검찰과 국세청 등 유관기관에 통보하는 기관이다. FIU에는 검찰과 국세청, 관세청, 경찰 직원들이 오랫동안 파견 나와 있었는데 3년 전부터 해경 직원 몇 명도 이 곳에서 근무하고 있다. FIU 사정에 밝은 인사들은 하나같이 “해경이 FIU에 파견 나와 있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해경이 공식적으로는 밀수와 관련된 업무를 하겠다고 파견을 보냈겠지만 밀수 관련 업무는 세관에서 담당하는 것”이라며 “해경은 현장을 적발하는 것까지 임무이고 나머지는 수사기관이 담당하는데 왜 해경이 FIU에 파견을 나가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정기관 관계자 역시 “해경이 바다 근무는 기피한 채 자꾸 승진에 유리한 기관에 파견만 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 지난 4월16일 오전 해경 구조대가 세월호 침몰 현장에서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지난 5월 6일 국회 조현룡 의원(새누리당)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경감 이상 해경 간부 716명 중 해경 파출소 근무 경험이 1년 미만이거나 아예 없는 간부가 476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3명 중 2명이 파출소 경험이 없는 셈이다. 총경 이상 67명 중에서는 무려 93%가 파출소 근무 경험이 전무했다. 경비정조차 타 본 적 없거나 1년 미만 승선했던 경우도 121명으로 16%에 달했다.
근무경력 20년 이상인 간부들 역시 현장 전문성 부족이 심각한 수준이었다. 250톤급 경비정을 책임질 수 있는 경감급 448명 중 경비함정 승선경력이 1년 미만인 간부가 66명(15%), 1000톤급 경비함장 자격이 있는 경정 201명 중에서도 승선경력 1년 미만이 37명(12%)을 차지했다. 특히 경감 중 이번 세월호 침몰사고에서 활약했어야 할 ‘잠수’ 주특기 간부는 전체 간부 수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7명이었다. 특수직인 만큼 그 수가 많지 않은 것은 이해가 되지만 해양 구조가 본연의 업무인 만큼 전문성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행정고시 출신으로 법제처에서 공무원을 하다 해경에 특채된 김석균 해경청장(치안총감) 외에도 이정근 남해지방청장(치안감), 김광준 기획조정관(치안감), 국제협력관으로 보직이동된 이용욱 전 정보수사국장(경무관)도 경비함정 근무 경험이 전혀 없다. 이들은 대부분 파출소 근무 경험도 없이 해경청과 지방청 등의 주요 행정부서만 두루 거친 뒤 고위직까지 올랐다. 해군의 장성이 반드시 함장 경험이 있어야 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지휘관의 현장경험 부족은 해상 특수성에 맞는 원활한 임무 수행, 함정 승조원 지휘, 일사불란한 업무 처리에 지장을 줄 수 있다. 특채를 할 때도 경비나 구조 분야에 해박한 민간 전문가가 아닌 행정이나 수사 분야 전문가를 우대했다. 주간조선 취재 결과 해경은 지난해 있었던 특채에서도 대검찰청 출신 사무관을 선발했다.
윗선에서 해상경험을 중시하지 않는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하위조직까지 퍼졌다. 해경은 한번 배를 타고 나가면 작은 배는 2~3일, 규모가 큰 배는 1주일 정도 해상근무를 하고 육지에 돌아온다. 배 위에서 짧게는 2일, 길게는 1주일 동안 생활하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라는 게 해경 출신 의경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조직 성장에 따른 권한 확대는 때로는 비리 사건으로 이어져 해경에 독이 되기도 했다. 해경은 2011∼2013년에는 강희락·이길범·모강인씨 등 전 해양경찰청장 3명이 금품수수 등 뇌물수수 혐의로 잇따라 구속되는 수모를 겪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간부급의 비위 발생률이 비간부보다 훨씬 높다는 점도 지적됐다. 최근 4년간 비위행위로 징계받은 해양경찰관 345명 중 163명(47.2%)은 경위 이상 간부다. 전체 경찰관 중 간부 비율이 19%인 점을 고려하면 해경의 ‘윗물’이 맑지 못하다는 방증이다.
해경 인력은 2004년 5400명에서 2014년 1만1600명으로, 예산은 2004년 5300억원에서 2014년 1조1000억원으로 증가했다. 10년 사이에 인력과 예산이 배 가까이 증가한 셈. 그러나 인력과 장비 확충에 비례해 해경의 내부 자질과 역량 또한 강화됐다고 보긴 어렵다는 지적이 해경 안팎에서는 우세하다. 오히려 역량 강화에 힘써야 할 때 써야 할 힘을 ‘세 불리기’에 허비했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해경 조직이 커지고 육경 고위층이 청장으로 가면서 육경의 전문성보다는 나쁜 DNA가 심어진 것 같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해경을 해양경찰이 아닌 해양경비대로 ‘격하’시키고 경비와 구조 등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게끔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