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없으면 망한다"…사장단에 '변화·혁신' 고삐죄는 삼성
입력 : 2014.01.22 15:18 | 수정 : 2014.01.22 15:32
- ▲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을 출입하는 삼성 직원들/조선일보DB
“세상은 언제나 변하고 변화에 자신을 맞춰가야 한다. 자기 혁신이 없으면 절대로 세상을 제대로 볼 수가 없다.”
삼성그룹 사장단이 연초부터 ‘변화와 혁신’을 강하게 주문 받고 있다. 삼성 사장단은 22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린 사장단 회의에서 연세대 김형철 교수(철학)에게 “혁신하지 않으면 망한다”는 경고를 받았다. 지난 주 전원책 자유기업원 원장이 “삼성은 인간적 감정이 빠져있다”고 질책한 것에 이어진 변화와 혁신 요구인 셈이다. 전 원장은 변호사 출신의 보수논객으로 이름을 떨쳤고 김 교수는 연세대 ‘베스트 티처’로 선정된 바 있다.
이날 강의를 마치고 기자들을 만난 김 교수는 장자에 나오는 사마귀 우화를 소개하며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도 전했다. 이 우화는 장자가 과일나무에 내려앉은 까치를 활로 쏘려고 하는데, 까치는 사마귀를 잡느라 정신이 팔려 자신이 죽을 줄 모르고 있었고, 그 사마귀는 근처의 매미를 잡느라 까치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고, 매미는 나무 그늘에서 늘어지게 우느라 사마귀를 보지 못하고 있었다는 내용이다.
김 교수는 “당장 무엇이 이익인가 만을 따질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이익 때문에 놓치는 기회비용과 생기는 불이익을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사물이나 사건 간의 이해관계는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그 변화를 읽고 쫓아가지 못한다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강의 중 삼성 사장단으로부터 ‘혁신이 실패하는 것은 무엇 때문이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에 대해 “혁신을 통해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혜택을 보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고 그 사이 기존 제도로 이익을 보던 쪽에 불이익이 생기고 불만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 같은 시차(time lag)로부터 혁신을 지켜내야 한다. 그걸 못하면 혁신은 없다. 혁신은 정치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삼성 사장단은 지난 15일 수요 회의에서는 ‘삼성의 이미지가 변해야 한다’는 쓴소리를 들었다. 강연자로 초청된 전 원장은 ‘바람직한 기업관을 위한 과제’라는 주제에 대해 “삼성은 디지털 기술이 아닌 인간적 감성을 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삼성 하면 대기업, 엘리트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는 반면 삼성에는 인간적 감성이 빠져 있어 친근하고 가깝게 느끼는 사람은 많지 않다”며 질책했다.
삼성그룹이 이렇게 사장단에 연초부터 ‘변화와 혁신’을 강하게 주문하는 배경으로 “다시 한 번 바꿔야 한다”는 이건희 회장 신년사를 꼽는 시각이 많다. 이 회장은 여기에서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불확실성 속에서 변화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시장과 기술의 한계를 돌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혁신 메시지가 전달된 지난 2일 삼성 신년 하례식 무대 우측에는 ‘한계돌파, 창조적 혁신의 리더’라는 문구가 큼직하게 내걸려 있었다. 이재용 부회장도 지난 20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삼성그룹 신임 임원 초청 만찬에서 “불확실한 미래 다같이 헤쳐 나가기 위해 다시 한 번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1등 삼성이 시장의 불확실성을 뚫고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변화를 통해 자신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것 같다”면서 “삼성이 그룹차원에서 연초부터 분위기 다잡기 고삐를 죄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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