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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난방 '천국' 한국/ 조선일보

鶴山 徐 仁 2011. 1. 20.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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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난방 '천국' 한국

입력 : 2011.01.18 23:31 / 수정 : 2011.01.19 10:29

차학봉 도쿄 특파원
강추위가 몰아치면서 전력공급에 비상이 걸렸다. 정전 사태가 우려될 정도로 전기난방기 이용이 급증, 정부가 사용 자제를 호소하고 있다. 일본도 강추위가 몰아치기는 마찬가지이지만, 전력대란과는 거리가 멀다.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는 일본인들의 생활 습관 때문이다. 겨울에도 아파트에서 반팔·반바지 차림으로 생활하는 '난방천국 한국'과 비교하면 지나치다고 느껴질 정도로 일본 사람들은 겨울을 춥게 지낸다.

추위를 이기기 위한 에너지 절약상품도 수없이 많다. 뜨거운 물을 넣은 일종의 보온병인 '유단보'라는 것이 필수품이다. 겨울에도 잠을 잘 때 난방장치를 가동하지 않고 두꺼운 이불 속에 유단보를 넣고 잔다. 전자파도 없고 실내공기의 습도를 적당히 유지시켜 건강에도 좋은 일석이조(一石二鳥)의 난방 상품이다. 유단보는 곰돌이 인형 등 다양한 모양의 상품으로 출시돼 어린이들도 인형 대용으로 사용할 정도로 인기가 있다.

잠을 잘 때 발바닥에 붙이고 자는 '가이로'라는 것도 있다. 일종의 발열 파스인데, 한 번 붙이면 아침까지 따듯하게 잘 수 있고 건강에도 좋다고 한다. '입는 담요'도 인기다. 옷처럼 만든 담요로 거실에서 TV를 보거나 독서를 할 때 요긴하다. 밥상 등에 전기난로와 이불을 붙여서 만든 '고타쓰'도 일본인들의 겨울 필수품이다. 다리만 고타쓰에 쑥 넣고 가족들이 둘러앉아 밥을 먹으면 가족 간의 정도 깊어지고 추위도 전혀 느끼지 못한다.

세계적인 히트 상품도 있다. 일본 유니크로와 도레이가 만든 발열 내의 '히트텍'은 인체에서 발생되는 수증기를 열에너지로 변환해 발열시키는 원리의 상품이다. 2002년 처음 출시돼 전 세계적인 히트 상품이 됐다. 일본인이라면 누구나 한벌쯤 갖고 있는 겨울 필수품이다.에너지 절약이 생활화된 일본이 아니면 나올 수 없는 상품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한국의 전력 사용량(2008년 기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1.7배에 달하지만, 일본은 0.61배에 그쳤다고 한다. 그런데도 일본은 지난해 에너지 절약형 제품을 사는 소비자들에게 구입가격의 5~10% 정도를 되돌려 주는 '에코포인트'(ecopoint) 제도를 도입하고 태양광 발전기 보급을 늘리는 등 전력 사용량을 더 낮추고 있다.

우리 정부는 최근 전력대란을 막기 위해 관공서 실내온도를 18도 이내로 낮추고 난방기 사용을 금하는 긴급대책을 발표했지만,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 공무원들은 18도 이하로 낮추면 추워서 일에 집중할 수 없다고 볼멘소리를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일본 가정의 평균 실내온도가 18도 정도다.

기자도 처음에는 도쿄의 집이 너무 추웠지만, 일본 사람처럼 내복을 입고 양말에다 덧버선을 신으니 별 불편함이 없었다. 도쿄의 겨울을 경험한 한국인들은 일본 사람들이 "궁상맞다"고 한다. 그러다 곧 일본 사람들이 궁상맞은 것이 아니라 한국 사람들이 무절제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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