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ust 의 軍史世界
사형수였던 장군 [ 4 ]
잔혹했던 시기
1920년대 계급투쟁에서 승리하여 정권을 잡고 권력을 이미 공고히 하던 스탈린은 그것가지고도 안심할 수 없었던지 1930년대 중반, 지금까지 생사고락을 함께해온 혁명 동지들까지 적으로 몰아 처단하는 엄청난 학살극을 자행합니다. 이른바 소련뿐만 아니라 세계사에서 유래를 찾기 힘든 1936년 ~ 1937년 사이에 있었던 대숙청 ( Great Purge ) 이 그것입니다.
[ 1937년 대숙청은 인류사의 비극이었습니다 ]
당시 약 500만 명이 처형되고 2,000만 명이 강제수용소로 끌려간 공포정치가 이뤄졌는데, 스탈린을 반대할 가능성이 0.01 % 라도 있는 인물들이라면 이유 불문하고 백주대낮에 갑자기 사라져 버렸습니다. 이것은 정권의 기반이기도 하였던 군부도 예외가 없었는데, 혁명초기부터 소련 赤軍을 이끌었던 투하체프스키 원수를 포함하여 수많은 고위 장성들이 반혁명분자로 몰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거나 수용소로 끌려갔습니다.
[ 미친 독재자의 광기로 인하여 엄청난 학살과 테러가 이어졌습니다 ]
기병군단장으로 승승장구하던 로코소프스키는 1937년 어느 날 그의 집무실을 찾아 온 비밀경찰 NKVD 에게 체포되었습니다. 명분은 그가 제정러시아군 출신으로 출신 성분이 나쁘고 폴란드의 고정 스파이로 적과 오랜 기간 내통하고 있었으며 극동에서 근무당시 일본의 간첩들에게 정보를 넘겨주었다는 한마디로 말도 안 돼는 죄목이었습니다.
[ 악명 높았던 소련의 비밀경찰 NKVD ]
하지만 그가 숙청대상이 된 가장 큰 이유는 스탈린이 정적으로 찍어 사형시킨 투하체프스키 원수의 지지자였다는 점이었고, 이와 더불어 앞의 글에서 설명한 것처럼 평소부터 그를 시기하던 군부 내 다른 보수적 장군들의 음해가 더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거기에다가 전통 군인의 길을 걸어왔던 로코소프스키는 소련군의 또 하나의 지휘체계인 당 정치위원들을 평소 혐오하였고 이들을 불손하게 대하여와 黨性에 의심을 받아왔습니다.
[ 여타 희생자들과 마찬가지로 로코소프스키의 죄목도 단지 만들어졌을 뿐이었습니다 ]
체포된 로코소프스키는 조사과정에서 자신의 죄명을 부인하자 혹독한 고문을 당하였는데 무려 9개의 치아가 뽑히고, 3개의 늑골이 골절되는 중상을 당하였습니다. 거기에다가 수시로 손가락과 발가락을 망치질 당하였는데 이후 제대로 걷지 못할 만큼 커다란 후유증을 얻었습니다. 이러한 고문 속에서 이뤄진 재판에서 그는 사형을 언도받고 죽을 날만 기다리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 그는 사형을 언도받고 비참한 최후를 기다리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 NKVD의 즉결처분 모습 ) ]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사형 집행이 즉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일단 수용소에 감금되어 강제노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악명 높은 시베리아 강제노동수용소는 1920년대부터 스탈린이 사후인 1950년대 중반까지 운영되었는데 무려 1,000만 명이 기아, 질병, 고문 등으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진 것처럼 이곳에서 그의 삶은 한마디로 살아있는 송장이었을 뿐이었습니다.
[ 지옥과 다름 없던 1930년대 시베리아 강제노동수용소 ]
이렇듯 악랄한 만행을 일삼아 권력을 공고히 하려던 스탈린의 행태는 곧바로 독이 되어 소련에게 돌아오게 되는데, 바로 제2차 대전 당시의 초기에 당한 망신이었습니다. 1939년 대 폴란드 침공에서는 별로 문제점이 보이지 않았는데 이어 벌어졌던 핀란드와 겨울전쟁에서 대숙청으로 지휘체계가 무너진 소련군은 역사에 길이 남을만한 대 망신을 당하였습니다.
[ 수많은 지휘관들이 처형된 여파로 1939년 겨울전쟁에서 소련은 망신을 당하였습니다 ]
소련군의 참패에 경악한 스탈린이 국방장관 보로실로프 ( Kliment Yefremovich Voroshilov 1881~ 1969 ) 에게 비난의 화살을 퍼부었는데 이때만큼은 충직한 부하 보로실로프도 자신의 과오를 모르는 스탈린의 행태에 열 받았는지 식탁위의 식기를 스탈린에게 던지며 " 당신이 赤軍의 훌륭한 지휘관 동지들을 모조리 처형해 버렸는데 어떻게 제대로 싸울 수 있겠는가 " 라고 대들었을 정도였습니다. ( 관련글 참조 )
[ 주코프(右)는 스탈린에게 형 집행이 이뤄지지 않은 장군들의 복귀를 요청하였습니다 ]
보로실로프의 주장대로 소련군은 총체적 위기에 빠진 상황이었고 제대로 된 지휘관이 사라진 현실을 깨달은 스탈린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더구나 독일과의 일전이 눈앞에 보이고 있었는데 이 상태에서 전면전이 벌어진다면 앞날을 장담 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때 대숙청 기간 중 화를 피한 몇 안 돼는 지휘관 인 주코프 ( Georgy Zhukov 1896~1974 ) 가 스탈린에게 아직 사형당하지 않고 수용소에 살아있는 유능한 지휘관들을 백의종군시켜 달라는 청원합니다. ( 계속 ) [ august 의 軍史世界 ]
[출처] 사형수였던 장군 [ 4 ]|작성자 augu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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