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ust 의 軍史世界
전쟁의 빛과 그림자
무기분야의 경우가 특히 그러한데 흔히 통용되는 말로 ' 전쟁은 과학 기술의 발전을 앞당긴다 ' 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상대를 이기기 위해 무한경쟁을 하여야 하는 전쟁이라는 환경은 과학과 기술을 응집하여 적들이 보유하고 있는 것보다 성능이 뛰어난 무기를 먼저 개발하도록 재촉하게 되는데 따라서 그 개발속도가 평화 시보다는 당연히 빠릅니다.
[ 제2차 대전 말기에 등장한 최초의 제트 폭격기 Arado-234
이처럼 전쟁은 파괴와 살상에 관한 기술의 진보를 재촉합니다 ]
반면 그러면서도 전쟁으로 인하여 다친 사람을 치료하는 기술도 발전하기 마련입니다. 역설적이지만 한편으로는 사람을 죽이거나 다치게 하는 기술개발에 혈안이 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이러한 살상무기로 인하여 다친 사람을 살려내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을 보면 인간은 참으로 미련한 동물 같습니다.
[ 전쟁으로 다친 사람을 살려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인간입니다 ]
그나마 다행이라면 파괴가 목적인 무기와 달리 인간을 고치는 의학과 관련 된 기술은 평화 시에도 꼭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특히 산업화된 요즘시대는 전쟁 중 사상당하는 것 못지않게 재해사고가 빈발하여 불의의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재해를 입은 피해자들 대부분은 외상에 의한 질환이어서 외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등의 진료를 요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의료는 평화 시에도 절실히 요구되는 필요불가결한 분야입니다 ]
특히, 골절이나 절단사고와 같은 사고를 당한 외상환자를 집중 치료하는 진료과목이 정형외과 Othopedic Surgery 입니다. 그런데 제2차 대전으로 인하여 탄생한 정형외과 치료방법이 있는데 현재도 전 세계적으로 많은 시술되고 있고 요즘은 키가 작은 사람 ( 특히, 성장이 더딘 청소년 ) 들의 키를 크게 한다는 부수적인 목적으로까지 사용되는 기법이 있어 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 제2차 대전 당시 야전병원에서의 수술모습 ]
전쟁 중 제일 많이 발생하는 상해 중 하나가 뼈가 손상을 입는 골절 Fracture 입니다. 단순골절의 경우는 뼈를 맞추는 접골시술 후 캐스트 ( 깁스 ) 등을 하여 장기간 고정하면 시간이 지나 뼈가 자연적으로 붙지만 총상이나 폭발처럼 강력한 외력에 의한 상해는 골절의 형태가 뼈가 조각난 복합골절이나 뼈가 피부 밖으로 튀어나오는 개방성골절 등이 많고 이런 경우는 치료가 어렵습니다.
[ 절단면이 불규칙한 복합골절의 모습인데 치료에 애를 먹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
특히 전투 중에 발생한 골절상의 경우는 보통 의료 환경이 열악한 야전에서 응급 처치하는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에 세밀한 진료행위가 힘들고 따라서 응급치료가 완료되더라도 장애가 남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복합골절이나 개방성골절 등은 굳이 전시가 아니더라도 골수염, 굴절, 단축, 부정교합 등 장애가 남기 쉬운 한마디로 치료가 까다로운 상해입니다.
[ 절단부위가 공기에 노출되는 개방성 골절은 골수염의 위험이 큽니다 ]
이러한 골절 상해 ( 특히, 경골이나 대퇴골같이 체중을 많이 받는 부위의 상해 ) 의 치료에 있어 일리자로프 Ilizarov Technique 라는 방법이 있는데 글자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소련에서 나온 혁신적인 골절치료법입니다. 이 수술법은 경골 골절상으로 장애를 입고 18년 동안 목발을 사용하던 이탈리아의 유명한 산악탐험가 카를로 마우리 ( Carlo Mauri 1930~1982 ) 가 1979년 소련에서 이 방법에 의해 수술을 받고 장애를 극복함으로써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 골절부위를 일리자로프 기구로 고정하여 시술한 모습 ]
그런데 일리자로프는 1970년대에 나온 새로운 신기술이 아니라 소련에서는 이미 1951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술되던 오래된 치료법이었습니다. 다만 냉전당시 동서간의 의학 기술 교류가 더뎌 늦게 알려졌을 뿐이었고 서방측에서도 소련의 의학 기술에 대해 애써 관심을 갖고 있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서방측이 소련의 의술을 평가절하하고 있었음에도 기초과학의 대국답게 소련은 의학 분야에서도 많은 선도적 업적과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 X-Ray 로 찍은 일리자로프 시술 모습 ]
이 수술방법은 제2차 대전 당시 상이군인들의 진료를 담당하던 시베리아의 쿠르간 Kurgan 에 있던 조그만 지방병원의 정형외과 의사였던 일리자로프 ( Gavriil Abramovich Ilizarov 1921~1992 ) 박사가 고안한 기구를 이용한 치료방법이었습니다. 그는 골절부위를 3차원적으로 고정시키는 원통형 기구를 이용하여 골절로 단축되거나 기형인 뼈를 늘리거나 교정하는 시술법을 개발하였습니다.
[ 전 세계 수 많은 환자들에게 재활의 희망을 안겨 준 일리자로프 박사 ( 앉은 이 ) ]
이 방법은 뼈 조직뿐만 아니라 신경, 혈관, 근육도 조금씩 늘어나게 하여 전쟁이나 교통사고 등으로 팔다리가 절단되거나 골수염 등으로 뼈를 절단한 많은 환자들에게 보다 손쉬운 방법으로 뼈를 늘이고 기형을 막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전술한 바와 같이 이제는 선천적으로 키가 작은 사람들의 진료에도 이용되는 등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 물론 그렇다고 만병통치의 의미는 아닙니다 ^^ )
[ 선천성 하지 기형 어린이의 치료에 사용되는 모습 ]
일리자로프박사는 수많은 상이군인들을 진료하면서 환자들을 다치기 전으로 최대한 돌려놓겠다는 일념 하에 수많은 고민을 하였고 각고의 노력 끝에 상해환자 및 선천적으로 사지 골 계통에 기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효과적인 새로운 치료방법을 창안하였습니다. 그리고 그가 모든 열정을 받쳐 연구에 매진하였던 쿠르간병원은 일리자로프병원으로 개칭되어 세계 최고의 정형외과병원으로 현재 그 명성을 날리고 있습니다.
[ 흔히 MASH 로 더 많이 알려진 이동외과병원 ]
파괴와 살상을 목적으로 무기를 만들고 이를 이용하여 전쟁을 벌이는 주체는 인간이지만 전쟁의 참상으로부터 회복하고자 노력하는 것도 인간입니다. 하지만 전자의 경우는 벌어지지 않기를 모두가 바라지만 그렇지 못하고 후자의 경우는 널리 빠르게 퍼지기는 것이 좋지만 냉전시기에 있었던 일리자로프 치료법 처럼 좋은 것은 뒤늦게 알려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인간이 워낙 이기심이 많은 우매한 생물체라서 그런 것이 아닐까요 ? [ august 의 軍史世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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