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이석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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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아프간과 이라크에서 고전하다가, 피로하여 철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온다면… 세계의 역사는 다시 100년 전으로 되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미국의 두 번에 걸친 이라크 전쟁과 아프간 전쟁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원해서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혹자는 기름을 얻기 위해서 미국이 이라크와 전쟁을 했다고 하는데… 그럼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아프가니스탄과는 왜 전쟁을 하였습니까? 현재 미국은 이라크에서 기름을 파내서 얻을 수 있는 금전적 이익보다 훨씬 더 많은 전비를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미국은 이라크의 유전들을 소유할 수도 없습니다. 그럼, 일부에서 주장하듯 단지 몇몇 미국 석유메이저들만의 몇 년 가지도 못할 그 알량한 매출과 수익 증대를 위해서 초강대국 미국이 천문학적인 전비와 엄청난 인명을 희생해 가면서 전쟁을 치루고 있을까여? 위와 같은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미국의 지도부는 다 돈에 눈이 먼 맹추들이라고 말하고 싶은 걸까여? 미국이 90년에 걸프전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20c의 마지막 10년의 인류역사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었을 것입니다.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은 단순히 나라와 나라 사이의 분쟁이 아니었습니다. 이라크의 아랍패권 지배시도의 서곡을 알리는 신호탄이었습니다. 이라크의 이러한 무도한 짓을 막지 못했다면, 이라크는 점차 대담해져서 아랍사회를 거의 좌지우지 하였을 것입니다. 이리 되면 어떠한 일이 벌어지는가? 자원의 희소가치가 올라가고, 부족한 재화에서 오는 갈등으로 각 나라의 불만은 높아가고 각 나라 사이의 경쟁이 심화되어 결국 각 나라 사이의 전쟁도 불사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을 것입니다. 이러한 전세계적 불화의 서막을 막은 것이 미국의 1차 걸프전입니다. 이후 10여 년간 별 일이 없었지만, 결국 아랍 패권에 대한 향수를 버리지 못하는 알카에다는 9.11을 일으킴으로 써 2차 걸프전의 도화선을 만들게 됩니다. 이 역시도 미국의 초기강경 대응으로 현재까지는 전세계가 별 일이 없는 듯이 지내고 있습니다. 20c말에 한창 유행했던 “3차 세계대전”의 가능성이 18년 정도가 지나도록 소문조차 없을 정도로 조용한 세상이 된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미국도 언제까지 강력한 청춘일 수만은 없습니다. 전쟁이 장기화 되고,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출혈이 지속되면 국내의 반전여론이 커지고, 19c 초의 먼로 주의나 20c 중반의 닉슨 독트린이 재등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면, 현재 우리나라는 미국의 이러한 상대적인 쇄국적 정책으로의 선회를 “세계평화” 운운하며 환호로 맞이해야 할까여? 자고로 하나의 강대한 세력이 사라지면, 남은 군소세력은 서로 화합하여 평화롭게 사는 것이 아니라, 이때부터 서로의 서열을 정하기 위해 골육상쟁을 벌이기 마련입니다. 로마의 패망 후 역사가 그러했고, 중국왕조 교체기의 역사가 그러했습니다. 그리고 가깝게는 소련 해체후, 동유럽에서 코소보와 같은 비극적 사태도 그러한 맥락의 하나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어느날 미국의 힘이 약화되고, 동북아시아에서 영향력이 급속히 줄게 되면, 한국은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겠습니까? 친중국 정책? 많은 사람들이 혼돈하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중국이 현재의 발전모델로 미국처럼 발전한다는 것입니다. 중국은 현재 대한민국의 발전모델을 답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한 것은 중국이 따라올 수 있는 모델이 아닙니다. 중국은 미국을 따라 했어야 합니다. 즉, 내부의 부와 자원을 개발하여 세계로 내보내는 것입니다. 이것은 인구가 많은 중국으로서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는 방법이었습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세계의 자원을 끌어들여서 국부를 키우고, 그것을 다시 내보내는 방법을 취했습니다. 중국은 빠른 성장을 원했기에 이러한 발전모델을 따랐지만, 궁극적으로 중국이 그것을 따라하기에는 중국은 너무 큰 나라입니다. 세계는 중국에 그들이 필요로 하는 만큼의 자원을 공급해 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중국의 성장은 이제 조만간에 멈추게 될 것입니다. 급속히 성장하는 중국, 인도가 마치 블랙홀처럼 세계의 원자재를 흡수하여, 원유가 배럴당 150달러, 200달러를 넘어가는데도 중국 혼자만 멈추지 않는 폭주기관차처럼 계속 달려 갈 수는 없는 것입니다. 중국의 성장이 정체되면, 이제 본격적인 중국 내부의 문제가 불거지게 될 것입니다. 중국의 해안 도시들은 현재 대한민국이 부럽지 않을 정도의 부를 누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에 비해서 내륙은 우리나라의 50~60년대초반의 삶이나 다를 바가 없습니다. 현재는 급속한 발전으로 상대적 차이는 있지만, 절대적으로 모두 같이 발전한다는 측면에서 어느 정도 불만을 무마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인 성장이 멈추게 되면 경제적 격차에서 오는 갈등요인을 해결할 방법이 없게 됩니다. 멈추어진 성장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중국에 엄청난 갈등과 내부붕괴의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중국이 취할 방법은 두 가지 입니다. 붕괴를 용납하던가 아니면, 새로운 부의 원천을 주변으로부터 빼앗아서 안에서 나누어 주는 것입니다. 지금과 같은 중국의 극단적 민족주의적 상황이라면, 붕괴를 용납하기 보다는 주변으로의 확장을 노리는 것으로 예측이 가기 쉬울 것입니다. 그러면, 중국이 노릴만한 잘 사는 나라는 어디 입니까? 바로 대한민국과 베트남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제국주의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직전인 1930년대에 처했던 상황입니다. 당시, 일본은 결국 중국으로의 침략으로 국면전환을 시도하게 됩니다. 이러한 시나리오가 아주 먼 훗날의 가능성이 희박한 이야기 같이 느껴지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나 실제로 만약 올초에, 미국에서 살얼음판 같았던 서브프라임 사태에 대한 대처를 잘 하지 못하고, 미국 경제가 큰 타격을 입었다면, 제 아무리 미국이라 할지라도 국방비를 크게 줄여야 했을 것입니다. 미국이 큰 폭의 국방비를 감축하게 되어서, 주한미군의 상당수가 철수를 하게 되고, 미7함대도 큰 폭으로 축소되어 동북아에 거의 영향을 못 미치게 된다면, 우리는 중국과 직접 군사적 대면을 해야만 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중국이 해군력에 있어서 질적 양적 우세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중국이 설혹 무리한 -이를 테면 아래 발제글에 나온 대우조선의 중국판매와 같은 요구를 해 와도 거부하지 못할 것이며, 중국은 마음 내키는 대로 한국의 남해진출로를 봉쇄하여 대한민국을 그대로 고사시킬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기본적 인식이 있다면, 미국의 이라크에서의 고전을 박수를 치면서 바라보거나, 미국은 망하든 어찌되었든 우리꺼나 좀 잘 챙기자라는 식의 망발은 삼가해야 할 것입니다. 어찌되었건, 우리는 미국과 동맹을 할 수 밖에 없는 정치, 경제, 지리, 군사적 여건에 놓여 있습니다. 일부의 선동적인 빨치산 후예들이 말하듯이, 일부 친미적 인사들의 편의를 위해 한미동맹을 맺고 있는 것이 아님을 우리국민 모두가 뼈져리게 깨달아야 할 때입니다. 미국이 아프간과 이라크에서 좌절하고, 초라한 몰골로 피흘리며 귀국하여 반전여론으로 미전역을 들끓여서, 축소지향의 군사정책으로 선회하게 된다면 대한민국은 그날부터 국가존망의 위기가 시작됨을 확실히 인지하여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단순히 피동적인 동맹의 역할이 아닌, 이라크와 아프간의 재건을 진심으로 그리고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돕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또 그것이 한 때 세계 최빈국의 위치에서 현재의 위치까지 오른 우리가, 그간 세계로부터 받은 도움을 돌려 주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제발 “그 나라 사람들은 어찌되건, 상황은 힘들고 미국은 큰 손해를 볼 듯하니, 우리는 이만 알아서 우리것만 챙겨서 보따리 싸서 빠져 나가고 보자”는 식의 비루한 사고와 선동은 삼가했으면 합니다. 그러한 사고와 행동이 단기간에는 큰 이득을 볼 것 같지만, 그런 식으로 끝까지 성공한 예는 본적이 별로 없습니다. 정신이 죽으면, 몸도 죽고, 물질도 흩어져 버리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이 당당히 세계 속에 우리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 |||
출처: 유용원의 군사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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