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國際.經濟 關係

“이대로 10년후면 ‘아시아 3强’서 밀려날 것”

鶴山 徐 仁 2006. 9. 2. 17:54
 
길 잃은 한국경제 <상> 아시아 경제전문가 6人의 진단
정치불안·노사갈등이 성장 걸림돌
하이테크 분야서 中추격 따돌려야

한국경제가 좌표를 잃고 방황하고 있다. 3년 넘게 지속된 내수 침체로 경제가 활력을 잃고, 수출마저 흔들리는 내우외환(內憂外患)에 빠져들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미래다. 기업가 정신이 땅에 떨어지고 투자가 위축돼, 경제의 미래를 담보할 성장 잠재력이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어디서 돌파구를 찾아야 할까. 한국경제의 현 주소와 가야 할 방향을 탐색해본다.

“한국은 늙어가는 호랑이다.”

“한국은 이제 고(高)성장이 힘들다.”

밖에서 보는 한국 경제의 현재와 미래는 그리 밝지 않았다. 본지는 미국 월스트리트와 홍콩 국제금융가에서 활동하는 아시아 경제전문가 6명에게 한국경제가 직면한 문제점과 처방을 물어봤다.

글로벌 금융회사 등에서 아시아 경제를 담당하는 이들 전문가들은 한국경제가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으며 미래도 밝지 않다는 진단을 내렸다. 그들은 앞으로 아시아 경제를 주도할 ‘3강(强)’으로 한국 대신 중국·일본·인도를 주로 꼽았다.

인터뷰에는 ▲무디스(미국 신용평가회사)의 톰 번 부사장 ▲콘퍼런스보드(미국 경기예측기관)의 켄 골드스타인 선임연구원 ▲푸르덴셜파이낸셜의 존 프레빈 수석 투자전략가 ▲씨티그룹 아태본부의 황이핑(黃益平) 수석 이코노미스트 ▲소시에테제네랄 아태본부의 글렌 맥과이어 수석 이코노미스트 ▲홍콩 해먼인베스트먼트그룹의 아드리안 아우 수석펀드매니저가 응해 주었다.

◆한국, 고성장 시대는 끝났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고성장 시대는 이미 지나간 것으로 진단했다. 아직 미국·유럽과 같은 선진국형 저성장 단계에 본격 진입하진 않았지만 빠른 속도로 근접해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톰 번 부사장은 “한국이 1960~70년대 유럽처럼 사회보장지출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미래의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며 “한국이 지난 3년간 비슷한 신용등급의 국가들보다 경제실적이 저조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존 프레인 수석 투자전략가는 “한국은 향후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가 도래한 후 생산성이 하락하면서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고, 켄 골드스타인은 “저성장 단계에 상당히 근접해가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이핑·글렌 맥과이어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고성장은 이젠 힘들다”고 했다.

◆정책 불확실성이 경제 발목 잡아

한국경제가 활력을 잃어가는 요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경제정책 방향의 불확실성 ▲정부 규제 ▲노사분규 ▲고유가 ▲제조업의 해외 탈출 등을 주로 꼽았다.

켄 골드스타인 선임연구원은 “대통령의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도력과, 관리에 실패한 정치불안이 경제성장과 외자 유치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드리안 아우 수석 펀드매니저는 “한국의 뒤떨어진 노사관계는 북핵문제, 기업지배구조, 금융시스템불안정과 함께 코리아 디스카운트(가치 저평가)를 초래하는 중대 요인”이라며 “노사문제의 해결방안은 정부가 일관된 정책과 태도를 견지하고, (불법 파업 등에 대한 정부대응에서)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이핑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이 동북아 허브산업으로 추진 중인)금융산업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과감한 개방과 정부규제 완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 “인도가 부상할 것”

이들은 10년 후 아시아 경제를 주도할 3개국으론 중국, 일본, 인도를 가장 많이 꼽았다.

켄 골드스타인 선임연구원은 “중국과 일본 외에 인도가 더 큰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황이핑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중국은 확실하고, 나머지 한 자리를 놓고 인도와 한국이 경쟁할 것”이라고 했다. 글렌 맥과이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이 하이테크·자동화 분야에서 잘 하면 인도를 제치고 10년 후 아시아 경제에서 3강(强)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활력 되찾을 처방은?

켄 골드스타인 선임연구원은 “한국은 늙어가는 호랑이다. 하지만 늙은 호랑이도 날카로운 이빨은 갖고 있다. 이제 경제 중심을 수출에서 내수로 확대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한국의 정치적 상황을 고려할 때 누가 이런 작업을 이끌어 나갈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톰 번 부사장은 “한국은 투자와 내부경쟁을 촉진하고 세계화 추세를 포용해야 한다”고 했고, 황이핑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대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중소기업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아드리안 아우 수석 펀드매니저는 “내수를 살리기 위한 확실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글렌 맥과이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은 부가가치가 낮은 산업은 과감하게 임금이 싼 곳으로 내보내고, 인력 수준을 철저히 업그레이드해서 주력 업종을 탈바꿈시켜야 한다”고 충고했다.

◆한국이 키워야 할 전략산업은?

지식기반 산업, 바이오테크놀로지(생명공학), 의료·금융 등 중국의 취약분야에서 미래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주문이 많았다. 톰 번 부사장은 “중국이 지적재산권 보호 시스템에서 뒤처져 있기 때문에 한국은 하이테크 분야에서 중국과 격차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켄 골드스타인 선임연구원은 “한국의 과제는 중국이 할 수 없는 것, 즉 연구개발과 혁신을 통해 고부가가치 산업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아드리안 아우 수석펀드매니저는 바이오테크놀로지, 대체 에너지, 엔터테인먼트 등을 꼽았다.

윤영신기자 ysyoon@chosun.com
홍콩=송의달특파원 edsong@chosun.com
뉴욕=김기훈특파원 khsong@chosun.com
입력 : 2006.09.01 00:47 59' / 수정 : 2006.09.01 03:09 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