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國際.經濟 關係

"한국, 3년간 막힌 투자… 10년뒤 혹독한 대가 치를것"

鶴山 徐 仁 2006. 9. 2. 18:02
길 잃은 한국경제 <중> 추락하는 잠재성장력… 미래가 없다
미래 대비못한 섬유산업 몰락이 본보기 저출산·고령화 ‘早老현상’에 동력 식어가
“규제 풀고 소비 진작… 관제탑형 정부로”

◆투자 안 하면 망한다. 한국에서 섬유는 ‘사양산업’으로 통한다. 그러나 미국·일본·이탈리아에서 섬유산업은 ‘꺼지지 않는 첨단 성장산업’으로 빛을 보고 있다. 왜 한국만 섬유산업을 죽였을까.

섬유산업연합회 김정회 상무는 “미래를 위한 투자를 게을리해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고 말했다. 봉제 같은 부가가치 낮은 품목은 중국·인도로 과감히 넘겨주고 우리는 첨단 패션의류나 섬유소재 개발을 통해 섬유산업을 키웠어야 했다는 것이다. 1990년대까지 연간 200억달러(총수출의 23%)에 달하던 섬유 수출은 지금 140억달러 수준으로 추락했다.

◆너무 일찍 늙은 경제

섬유산업뿐 아니다. 한국 경제는 성장 박동이 식어가고 있다. 기업들이 현금을 쌓아둔 채 투자를 주저하고, 노동력은 빠른 속도로 고령화돼 가며, 국민들은 일할 의욕이 감퇴하면서 경제가 활력을 잃고 있다. 선진국 문턱에 가지도 못했는데, 잠재 성장률부터 급속히 떨어지면서 전형적인 조로병(早老病) 증세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991~2000년 한국경제의 잠재 성장률은 6.1%였다. 인위적으로 불때기를 하지 않아도 6% 성장은 무난하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는 얘기다. 이런 추세라면 지금도 최소 5%대는 유지해야 정상이나, 이미 4%대 초·중반으로 떨어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한참 더 커야 하는데 일찍 성장판이 닫혀버렸다는 얘기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저출산·고령화가 지금처럼 진행된다면, 잠재 성장률이 2020년에는 지금의 절반 수준인 2%, 2040년에는 1% 미만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락폭 너무 빨라

경제 수준이 올라가면서 잠재성장률이 떨어지는 것은 일반적 현상이나, 문제는 하락 폭이 다른 나라에 비해 너무 가파르다는 점이다. 잠재 성장률의 하락 속도는 1991~2004년 기간 중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선진국 중 독일·일본에 이어 3번째로 빨랐다(대한상공회의소).

특히 현 정부 출범 후 반(反)기업 정서가 확산되고 경제정책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의 해외투자는 급증하는 반면 국내 투자가 부진한 것이 잠재 성장률을 갉아먹는 주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설비투자는 외환위기 이전(1990~1996년)엔 연간 10.7%씩 증가했으나 2000년 이후엔 2%대로 뚝 떨어졌다. LG경제연구원의 송태정 연구위원은 “대기업 투자심리가 위축돼 현금만 쌓아가고 있다”며 “10년 뒤 먹고 살 수 있는 신(新)성장 산업 찾기에 분주해야 할 텐데, 한국의 간판 기업들은 10년 전에 계획됐던 CDMA와 LCD 기술에 안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1980년대 초반부터 시작했어야 할 저출산 예방대책이 거의 방치되면서 급속히 진행되는 저출산·고령화 현상도 잠재 성장률을 끌어내리고 있다. 전경련 이상호 선임조사역은 “1993년 제조업 생산현장의 주축 연령이 30대였는데 10년 만에 40대로 전환됐다”며 “지금 추세라면 2020년엔 제조업 근로자의 평균 연령이 40세가 넘어, 초고령 국가인 일본과 비슷해질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 10년이다”

잠재성장률을 끌어 올리려면 무엇보다 생산설비나 연구개발(R&D) 등에 대한 투자가 활성화돼야 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앞으로 10년 동안 설비투자율을 연평균 5%씩만 늘리면 잠재성장률이 1990년대 후반 수준인 6%로 회복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소는 설비투자를 높일 해법으로 “정부는 최소한의 규칙만 제공하는 ‘관제탑형 정부’로 탈바꿈하고, 노후·고용·자녀·주거 등 4대 불안을 해소해 소비를 살리는 데 정책 초점을 맞출 것”을 제안했다.

최영기 노동연구원장은 “아직도 우리의 여성노동 활용은 선진국에 크게 못 미친다”며 “여성 인력에서도 성장 잠재력을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강대 노부호 교수(경영학)는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를 과감히 풀고 노사문제만 해결하면 얼마든지 잠재 성장률을 끌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해법은 나와 있으나 행동이 없다.

[키워드] 잠재성장률

인플레이션 유발 없이 달성가능한 최대능력

한 나라 경제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의 능력. 기술력·자본력·인재역량 같은 생산요소의 질과 양에 비례한다. 경제수준이 높아질수록 잠재성장률은 낮아지는 경향이 있으나, 충분히 성장하지 못한 상태에서 잠재성장률부터 먼저 떨어지면 경제가 활력을 잃고 침체하게 된다.

신지은기자 ifyouare@chosun.com
입력 : 2006.09.02 00:25 29' / 수정 : 2006.09.02 05:26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