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머니가 내게 가르쳐주신 것들 중에 가장 소중한 것이 책 읽는 습관이다. 어머니는 자신의 자녀들에게 어린 시절부터 독서습관이 몸에
베이게 하셨다. 어머니는 4 남매인 우리 형제들이 책 읽지를 않고 잡담을 하고 있으면 엄하게 꾸지람하셨다. 일본에 9년간이나 사셨던
어머니는 일본 사람들의 독서습관을 자주 말씀하셨다. “일본 사람들은 공원에서나 열차에서나 시간만 나면 조용히 책을 읽는데, 우리 조선 사람들은
모이면 화투놀이나 잡담으로 헛되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하시면서 우리 조선이 일본에 뒤지게 된 것은 책을 읽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흉이나 보면서
살았기 때문이라 하셨다.
그래서 어머니는 나의 초등학교 시절부터 나에게 읽을거리를 열심히 구해다 주셨다. 그러나 그 시절에
두메산골에서 어린이에게 읽을거리가 흔할 리 없었다. 어머니는 친척들 집을 다니며 심리학개론이니 법학통론이니 하는 책들을 가져다주시는 것이었다.
초등학생인 내가“그런 책들은 한자가 많고 어려워서 못읽겠습니다.”고 여쭈면 어머니께서는 “못 읽어도 책을 들고만이라도 있어라. 책읽기는
습관인 것이니 책을 들고만 있어도 장래 유익한 밑천이 되는 것이니라.”하고 일러주시곤 하였다.
어머니의 그런 열성에 힘입어 나에게
독서는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지금 이 나이가 되어도 손에 책이 없으면 마치 몸에 균형이 맞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곤 한다. 그리고
지금도 책만 들게 되면 금방 집중할 수 있게 되어 책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그래서 가끔은 난처한 경우도 당하게 된다. 외국여행이 잦은 나는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에 책에 빠져들게 된다. 그러다가 얼마 후에 사방이 너무 조용하여 일어나 확인해 보면 비행기가 이미 떠난 뒤인
것이다. 몇 번씩이나 그런 경우를 당하곤 하였지만 나는 이 습관을 고칠 마음이 없다. 어머니가 물러주신 유익한 재산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