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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의 한 수도권 출신 재선의원이 13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마치고 나온 뒤 던진 이야기다.
동국대 강정구 교수에 대한 천정배(千正培) 법무장관의 불구속 수사 지휘권 발동을 계기로 한동안 잠잠했던 당내 노선투쟁과 정체성 문제가 정면으로 부각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의총은 국가보안법 폐지안 관철 여부를 놓고 당내 실용파와 개혁파가 팽팽하게 맞섰던 지난해 정기국회 때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상황이었다.
의원들은 저마다 발언을 신청해 자신의 주장을 쏟아내고, 상대 주장을 반박했다.
천 장관이 원내대표를 맡을 당시 원내수석부대표직을 수행했던 이종걸(李鍾杰) 의원은 “천 장관이 법에 근거해 발동한 수사지휘권에 대해 일부 언론과 한나라당이 색깔론을 재연시키려는 것은 민주주의 발전에 해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도보수 성향의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모임’ 회장직을 맡고 있는 유재건(柳在乾) 의원은 “강정구 교수는 집요하게 대학에서 말했고, 만경대 발언도 불과 3년전인데 위험하지 않다고 하는데 대해 나는 반대한다”며 “분별력있게 당의 정체성과 대한민국 정통성에 대해 깊게 성찰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유 의원은 또 “북한과 함께 고스톱을 치는 것처럼 보여서는 안된다”라고도 했다.
참석했던 한 의원은 “이 의원의 발언에 대해 참석자의 3분의 1 가량이 ”잘했어“를 외치며 박수를 친 반면, 유 의원의 발언에 대해서는 절반 가량이 박수를 쳤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강 교수 사건으로 인해 우리당내 각 계파들의 메울 수 없는 인식의 골이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이와 관련, 당 일각에서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우리당이 국보법 존폐 논쟁의 소용돌이에 다시 휘말릴 것이 확실시된다는 전망이 거듭 제기되고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정기국회 이후 목소리를 자제해온 국보법 폐지론자들로서는 강 교수 사건이 국보법을 다시 이슈화시킬 수 있는 좋은 소재로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10%대 초반까지 추락한 낮은 지지율 때문에 목소리를 죽이고 있던 강경개혁파들이 강 교수 사건을 계기로 다시 목소리를 키울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심상치 않은 조짐은 의총장 바깥에서도 목격됐다.
지난해 국보법 폐지운동의 주축 역할을 한 당내 긴급조치세대 의원들의 모임인 ‘아침이슬’은 기자회견을 갖고 “강 교수의 역사접근 방법에 동의할 수 없지만, 강 교수의 발언이나 글을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고 마음대로 한 두 구절을 따와서 마녀사냥식으로 비난하는 일부 언론과 한나라당의 주장과 방식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아침이슬은 이날 국보법 폐지 문제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당내 일각에서는 이 기자회견을 국보법 폐지주장의 사전 ‘준비운동’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노선투쟁이 촉발될 경우 당이 분열의 위기로 치달을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인지 당 지도부는 더이상 문제가 확대되는 것을 경계하는 듯한 모습이다.
전병헌(田炳憲) 대변인은 브리핑을 자청해 “우리당 의원 가운데 강 교수 입장과 시각에 동의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거듭 강조한 뒤 “ 천 장관의 불구속수사지휘는 (강 교수 발언에 대한) 이념적, 학문적 해석 문제가 아니라 인권보호 차원의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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